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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체 표절은 없다?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8.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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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일본 게임업체 코나미가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캐릭터 표절과 관련 ‘신야구’ 제작사인 네오플과 서비스사 한빛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침해 금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했다. 이미 국내 온라인게임 중에서 표절시비 및 저작권침해와 관련된 기존 게임 개발사들은 한숨을 돌렸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한 파장은 새로운 형태로 불거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국내 게임 및 법률 관련 전문가들을 필두로, 네티즌들과 학계에 이르기까지 자국산업 보호라는 미명 아래, 표절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관대한 게임 표절시비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와 ‘신야구’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재판부는 “두 게임의 캐릭터가 유사한 점은 있으나 원고의 캐릭터는 지난 2000년 이전에 만화나 인형 등에서 사용됐고 장비의 형태나 게임 동작은 야구 게임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어 표절작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현재 코나미는 항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분쟁의 주요 요지는 표절을 통한 게임분쟁이다.

표절(剽竊)이란 다른 사람(혹은 기업)의 저작물 전부나일부를 그대로 또는 다소 변경을 가하거나 동일한 형태로 완성해 낸 제작물 전부를 일컫는다. 저작권침해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재산권 또는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표절시비가 일어나게 되면 법적인 제재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저작권침해인 것이다. 표절시비는 국내 게임사 간 표절 논란과 해외 게임사와 국내 게임사 간 표절시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번 코나미의 표절 시비에 앞서, 넥슨의 ‘카트라이더’는 일반에 공개됨과 동시에 닌텐도의 ‘마리오카트’와 비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넥슨이 개발한 ‘카트라이더’의 게임방식 및 시점, 아이템 활용 등 적지 않은 부분에서 유저들로부터 표절에 관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닌텐도는 넥슨의 ‘카트라이더’에 대한 법적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

2005년 닌텐도 측에서 저작권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했으나, ‘저작권침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당시 닌텐도의 비공식적인 입장이었다. 넥슨의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이하 비엔비)’ 역시 일본 게임개발사 허드슨의 ‘봄버맨’과 유사하다고 판정, 표절시비에 휘말렸지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마무리 됐다. 이 밖에도 닌텐도의 ‘젤다의전설’과 웹젠의 ‘위키’, 스마일비트의 ‘젯셋라디오’와 파란의 ‘씽온라인’ 등이 표절논란이 일었다.

국내 개발사간의 표절 시비도 적지 않다. 윈디소프트의 ‘겟엠프드’와 그래택의 ‘잼파이터’,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표절한 것으로 지적되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 크로니컬5’에 이르기까지. 표절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시비 자체가 일지라도, 실제로 법정 대응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손에 꼽힐 만큼 적은 국내 게임업계의 현 상황에서 코나미의 패소 판결은 제 2, 제 3의 표절 게임들을 탄생시킬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표절은 또 다른 표절을 낳고
국내 표절시비는 법적인 분쟁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저작권침해 판결에서 승소한 원고가 전무한 사례들이 속출하면서 표절에 대해서 국내 게임업체들이 둔감해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IMC게임즈에서 개발하고 한빛소프트에서 서비스하는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원화가 넥슨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제라’의 원화의 한 부분에 삽입되면서 표절논란이 가속화 된 바 있다.

하지만, 개발자가 잘못을 시인하면서 별다른 문제로 불거지지는 않았다. 당시 유저들은 사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표절논란을 일으켰던 넥슨 역시 ‘메이플스토리’와 엠게임의 ‘귀혼’ 및 액토즈 소프트의 ‘라테일’과 관련해서는 또다른 희생양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있는 상황이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넥슨의 ‘카트라이더’가 중국 개발사에 의해 ‘카트레이서’라는 이름의 유사 형태로 개발, 서비스되고 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정책연구팀 채명기 팀장은 “저작권에 대해서 국내 게임업체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법적인 소송 및 그에 따르는 피해에 대해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게임분쟁 사례가 해외에서는 큰 이슈로 다뤄지고 있는 만큼, 곧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익대학교 법학과 김형렬 박사는 “저작권침해에 대한 법률이 각 나라마다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며 “국내 게임분쟁 사례만으로 섣부른 판단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게임분쟁 사례를 철저히 분석, 대비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표절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만연한 현재 국내 게임계는 계속된 표절작들의 등장을 부채질하고 있는 격”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표절 논쟁에 앞서 표절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표절분쟁 잣대 시급
지난 2006년 3월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게임개발산업원에서는 게임 표절과 관련해 ‘해외분쟁사례집’을 편찬했으며, 이어 지난 7월 10일에 ‘국내외 게임분쟁사례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기존의 미온적인 입장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개발사 간 표절 논란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코나미의 판결 역시 자국 개발사의 입장만을 고려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코나미와 네오플-한빛소프트와의 표절 분쟁 판례에 대해 국내 전문가 및 유저, 개발사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에 대해 정부측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게임산업은 수출효자 상품인 반도체 분야를 잇는 ‘기술집약산업’이다. 그렇기에 게임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 이해와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두원공대 게임학과 송현주 겸임교수는 “세계 게임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게임관련 법적 분쟁이 양적으로 증가하고 질적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라며 “이에 대한 신속하고 포괄적인 대응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그에 반해 국내 게임업계의 분쟁사례가 가장 많은 국가로 법적인 준비를 게을리 한다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협 변호사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게임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서비스를 중지해야 사태까지 일어 날 수 있다”며 “서비스 중단 후, 막대한 피해를 생각해서라도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세계 각 국의 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한국 게임에 대한 경계심은 국내 게임산업이 향우 얼마나 많은 도전과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예상케 하고 있다.

게임산업 육성과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 게임업체들의 발빠른 전략적 대응이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표절은 이미 국내 산업 보호가 아닌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독으로 성장하고 있다. 독을 키울 것인가. 치료할 것인가. 정부, 협회, 개발사 모두의 이해관계가 풀릴 때까지 표절논란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독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 해외 표절 관련 분쟁사례
미국
지난 1790년부터 저작권에 관한 주요 법률을 재정한 이래, 신기술 보호를 위해 표절관련 법령을 계속해서 개정해왔다. 하지만 미국 역시 게임관련 저작권침해에 대한 인정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법적 분쟁으로는 아타리의 ‘Asteroids’와 어뮤즈먼트의 ‘Meteos’의 분쟁을 들 수 있다. 이들 두 게임 모두 슈팅게임으로 게임방식 및 모형 디자인이 상당부분 유사하거나 일치한다. 법원 판결에서 “원고의 아이디어를 이용했다고도 볼 수 있으나, 저작권법은 그러한 행위를 금지하지 않는다”며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아타리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
비디오게임시장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일본은 단품게임에 대한 게임분쟁사례들이 주를 이룬다. 단순히 표절 및 저작권침해문제는 게임분쟁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표절이나 저작권침해 뿐만 아니라, 불법소프트프로그램 및 기기 사용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즐비해있으며 수많은 판례들이 존재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의 불법 모듈칩의 경우, 각 국의 판례들이 엇갈리는 점은 아직까지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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