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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야 침몰? 가미가제의 대반격!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8.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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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온라인 골프 게임 ‘팡야’에 점령당한 일본 열도의 복수가 시작됐다. ‘모두의 골프’를 위시한 히트 골프 게임의 본산인 일본. 하지만 그들의 아성은 ‘팡야’의 독주 앞에 단 한 순간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그로부터 2년여. 골프 게임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일본 개발사들의 역공은 한국 온라인 골프 게임 시장 점령 프로젝트와 함께 본격적인 시장 쟁탈전을 예고케 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분노에 찬 가미가제의 거센 도전과 핏빛 복수극 앞에 직면해 있다.

일본 골프 명가들의 한국 침략 ‘초읽기’
지난 8월 1일 ‘모두의 골프’ 개발 멤버들이 주축이 된 카멜롯소프트웨어플래닝사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온라인 게임 배급 전문회사 일레븐업사와 손잡고 ‘팡야’풍의 온라인 게임 ‘골프 다이스키(골프 너무 좋아)’를 전격 발표했다.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팡야’풍 골프 온라인 게임을 통해 국내외 시장을 제패한다는 전략이다. 잇달아 일본 골프 게임의 본가 디지털골프사(구 T&E소프트)도 25년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자사의 역작 ‘고루토모(골프친구)’를 발표,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6일 디지털골프사 사장단은 비밀리 방한, 국내 시장 조사를 필두로 한 파트너 선정 등 최종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 디지털 저작권 관련 단체의 협회장이자 디지털골프사의 대표인 요코야마 토시로 사장은 “(고루토모는)일본 시장에서만 무려 200만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한 ‘팡야’에 충분히 맞설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라며 “‘모두의 골프’도 그렇지만, ‘팡야’ 역시 과거 T&E소프트(디지털골프사의 전신)에서 1989년 개발했던 ‘하루카나루 어거스타’를 베낀 게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팡야’는 골프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프 게임 명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일본 게임 개발사들의 호승심을 앞세운 짜릿한 승부수는, 최종 승자만을 남겨둔 채 이미 치열한 쟁탈전에 돌입했다.

‘팡야’를 무너뜨릴 일본의 투톱 최강 병기
일본 골프 게임 개발사들의 한국 시장 진출 전략이 드러났다. 일본에서 게임 기술 관련 저작권이 정비되기 이전부터 현재와 같은 골프 게임의 기본 골격을 게임에 최초로 적용시킨 골프 게임 명가 디지털골프사는 단순한 한글화가 아닌, 완벽한 한국화를 계획하고 있다. ‘고루토모’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시노다 켄고 부장은 “골프 게임 사상 가장 많은 70여개의 유명 코스들을 지원한다. 항공측량과 현지취재를 바탕으로 재현해낸 이들 코스를 통해 충분히 현장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유명 골프장들도 사전 허가 등의 문제만 없다면 추가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게임 마케팅 전문회사 Foom의 대표이사이자, 게임 전문가인 후쿠이 요시유키 사장은 “(고루토모는)‘팡야’의 아쉬움들을 상당 부분 개선한 명작이다. 일례로 게임을 즐기는 도중 로그아웃하게 되면 패배로 인정되는 ‘팡야’와는 달리 중간 종료시에도 자동으로 저장되는 기능이 있어, 해당 부분부터 즐길 수 있다”며 “상용 서비스시에도 부분 유료화 방침을 선택할 예정인 만큼,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이슈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골프 다이스키’ 역시 ‘팡야’에서 맛볼 수 없는 독창적 요소들을 등에 업고 국내 시장을 파고들 방침이다. 마우스 휠 버튼을 활용해 골프공의 타격 방향을 설정하는 조작 방식 등 차별화된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또한 윈도우 창 여러개를 띄워놓는 형식을 취해 코스맵을 비롯해, 보다 편리한 시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팡야’보다 낮은 사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저사양 노트북에서조차 무리 없이 구동될 수 있는 대중화 전략의 첫 신호탄에 속한다. 손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진동마우스’ 대응도 검토중이다. ‘골프 다이스키’를 개발하고 있는 카멜롯소프트웨어플래닝사의 다카하시 사장은 “우리가 만든 ‘모두의 골프’나 ‘마리오 골프’ 시리즈, ‘마리오 테니스’ 시리즈 등의 작품들은 각각의 장르에서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며 “‘골프 다이스키’ 역시 골프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응축시킨 만큼, 분명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자평했다.

현재까지 과금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저가격의 새로운 방식의 과금 모델이 채택될 것이 유력한 만큼 ‘팡야’를 위축시키는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카멜롯소프트웨어플래닝사는 ‘팡야’와 유사한 게임성에,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저사양에서 구동 가능한 일본판 ‘팡야’인 ‘골프 다이스키’를 통해 ‘팡야’가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 보다 확장된 대중화 전략을 구상 중이다.

가미가제에 맞선 엔트리브의 수성 전략은 ‘미지수’
일본산 골프 온라인 게임의 국내 시장 쟁탈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팡야’를 개발한 엔트리브소프트 및 국내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는 한빛소프트는 일본 개발사들과 한·일 양국의 온라인 골프 게임 시장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엔트리브소프트의 서관희 개발이사는 “(일본산 골프 온라인 게임들은)풍부한 개발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온라인 골프 게임들인 만큼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난 2년간 온라인 게임 서비스에 대한 전략과 다양한 온라인 컨텐츠 기획 경험은 우리가 한발 앞서 있는 상태”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 불안과 해외 지원에 대한 경험 부족은 일본 개발사들의 피할 수 없는 리스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빛소프트의 윤복근 팀장은 “온라인 게임에 있어 성공의 관건은 컨텐츠와 서비스”라며 “컨텐츠 부분은 일본 개발사들의 개발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으나, 무려 10년간 축적된 한국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 부분을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산 골프 온라인 게임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수성 전략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일본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 능력에 대한 지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정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본의 골프 게임 개발사들은 자체 서비스가 아닌 국내 퍼블리셔와의 공조를 꾀하고 있다. 이미 일본산 골프 게임들은 국내 내로라하는 퍼블리셔들과 수출 협약을 진행하고 있음이 본지를 통해 확인됐다. ‘팡야’의 위크포인트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고드는 제 2세대 일본산 골프 게임들의 대반격 앞에, 어느 덧 국내 온라인 골프 게임 시장은 위기에 직면해있다.

≫ ‘팡야’에 도전장 내민 일본 개발사들

- 카멜롯소프트웨어플래닝사
‘골프 게임은 대박을 칠 수 없다’는 업계의 징크스를 깨고, 240만장의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민나노 골프(모두의 골프, 1997년/ PS)와 ’마리오 테니스64(2000년/ 닌텐도64)를 비롯해, ‘마리오 골프 패밀리 투어(2003년/ 게임큐브)’ 등의 기획 및 제작을 한 개발사이다. 라이트 유저층을 타겟으로 누구나 배우기 쉽고, 심플한 경기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높은 게임성과 절묘한 게임 밸런스로 높은 평가를 얻어왔다. 휴대폰 연결을 통해 랭킹전이 가능한 게임보이 컬러용 소프트 ‘모바일 골프’를 지난 2001년에 시판하는 등 비교적 일찍 골프게임과 통신의 융합을 시도한 바 있다.

- 디지털골프사
지난 1982년에 설립돼 ‘다이바(1982년/ PC 9801)’ 등 혁신적인 게임을 개발하며 여명기의 일본 PC게임계를 리드해왔던 T&E소프트를 전신으로 삼고 있다. 지난 2002년 현재 디지털골프사의 개발진은 T&E소프트의 핵심개발진들이 독립해 설립한 게임 개발사이다. 디지털골프사라는 회사명답게 세계 최초로 고정밀 3D CG를 골프 게임에 적용시킨 ‘하루카나루 어거스타’를 비롯해 일본 전국의 유명 골프장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버추얼 골프 가이드’와 높은 현장감으로 찬사를 받았던 ‘슈퍼 리얼 골프’ 등의 골프 게임 개발에만 주력, 일본 최고의 골프 게임 명가로 정평이 나있다.

≫ 손정의 회장도 반한 골프 시뮬레이터
디지털골프사(구 T&E소프트)의 요코야마 토시로 사장은 <경향게임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IT업계에서 자신과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왔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수년 전, 자사가 개발한 골프 시뮬레이터에 관심을 갖고 특별 주문을 해왔다. 손회장은 업계에서도 골프 매니아로 유명했지만, 실제 실력은 떨어졌다. 요코야마씨은 손회장을 위해 특별한 골프 시뮬레이터의 제작에 돌입했다. 자신들의 노하우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일본의 유명 골프장을 영상으로 그대로 재현해냈다.

필드의 언덕과 경사면을 특수한 바닥 소재와 기계적 장치를 프로그램화해 게임과 연동시켰으며, 우천효과와 실제 풍량이 느껴지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 시뮬레이터에 부착했다. 수개월에 걸친 제작을 통해 완성시킨 손정의용(?) 골프 시뮬레이터는 납품 가격만 3억엔(당시 환율로 한화 30억원)에 달했다. 손회장은 이 시뮬레이터로 꾸준히 연습한 결과 골프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된다. 이후 손정의 회장의 자택에 초대받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은 자신도 뉴욕 저택에 동일한 시뮬레이터를 구입하고 싶다며 요코야마씨에게 직접 주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특수 제작품인 만큼, 미세한 조정 등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기 때문에, 결국 요코야마씨는 거절하고 말았다. 이 에피소드는 골프 매니아가 특히 많은 일본 게임업계 CEO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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