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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임요환, 머리 깎는다!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6.08.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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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주장 임요환(27,테란)의 군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e스포츠 전체의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군 입대 발언의 시발점은 지난 8월 17일 프링글스 MSL 조지명식을 통해서 불거졌다. 당초 임요환의 측근들에게만 쉬쉬하며 떠돌던 군 입대 관련 소문이 거짓이 아님을 본인의 입을 통해 직접 밝힌 것. 이는 e스포츠에서 임요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향후 그의 행보에 따라 e스포츠의 지속 여부와 관련,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상무’ 프로게이머 1호 탄생되나
이 날 조지명식에서 임요환은 MBC게임 김철민 캐스터로부터 “군 입대 전 마지막 무대가 아니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임요환은 짐짓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바로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임요환은 “(군 입대 후에도)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면서 “사회에서의 마지막 각오는... (선수들을 향해) 날 만날 생각 말라”고 특유의 여유 있는 답변으로 마무리해 선수생활을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임요환의 소속팀인 SK텔레콤 측은 “어떠한 공식적인 발언도 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선수 측과 협의 하에 조만간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하지만 측근에 의하면 임요환이 ‘올해 안에 공군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입대 후에도 선수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만한 방안을 관련부서와 협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임요환의 이 같은 결정은 올 초 이미 소속팀인 SK텔레콤과 논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2년 뒤 전역 후에도 소속팀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음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군특기병으로 지원한 프로게이머는 모두 3명으로 강도경, 최인규, 조형근이 6월 초 입대해 군 복무 중이다. 이에 앞서 올 3월 한국 e스포츠 협회는 공군 본부와 협약을 체결해 프로게이머 5명을 선발, 기초 군사 훈련을 거친 후 공군본부 중앙전산소에 배치한 뒤 복무 중에도 향후 프로게이머 활동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현재 군복무 중인 이들 가운데 은퇴를 공식 발표한 강도경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의 선수는 진행되고 있는 리그에 참가하거나 활동한 전례가 없다. 따라서 임요환이 공군특기병으로 입대 후 각 개인전 리그에 참가하게 된다면 e스포츠 사상 첫 ‘상무 프로게이머 1호’가 탄생되는 셈이다. 이는 추가적으로 발생될 군 입대 가능 선수들의 향후 진로를 개척한 사례여서 임요환이 또 한 번 ‘e스포츠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해낸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임요환 소속 공군게임단, 내년 프로리그 참가 ‘확실시’
당초 프로게이머 공군특기병 모집 현안 자체가 임요환의 군입대 문제와 최대한 결부돼 진행된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1999년부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미개척지인 e스포츠를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든 임요환이기에 그의 존재여부가 e스포츠 존속의 문제까지 바로 직결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 때문에 작년 초부터 꾸준히 정부 측에게 ‘프로게이머 상무팀 창설’에 대한 협의를 조심스레 추진해왔다. 실제로 2기 협회가 출범했을 당시 통일부의 정동영 前 장관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미래를 위해서도 프로게이머 군 상무팀 창설 방안에 대해 적극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개혁과 부대계획상 장기적으로 병력 수를 4만명 가량 감축할 계획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 팀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시한 바 있다. 이미 국방부는 작년 2월 관계 부처로부터 이 같은 계획에 대한 검토 요청을 접수해 검토한 결과 e스포츠 상무팀 창설이 쉽지 않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기 때문. 이후 정계 몇몇 인사들만이 공식적인 석상에서 ‘상무팀 발언’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임요환의 군입대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군 본부와의 협약 체결이 급진적으로 이뤄졌다”면서 “특기병 모집 건은 정부의 협조 없이 협회와 공군 본부 자체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협회 측은 공군 본부와 체결 당시 ‘복무 중 프로게이머 활동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는 전제하에 추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양방송사 개인리그 외에도 내년 초 프로게이머 공군특기병으로 구성된 게임단이 프로리그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따라서 총 11개 게임단에 임요환이 포함된 공군게임단(가정)이 합세하는 셈. 만약 이 추진안이 내년부터 실행된다면 프로게이머 상무팀 창설이 기정사실화 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현재 공군 측도 이와 관련해 협회가 프로게이머 지원병을 추가적으로 모집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현재 복무 중인 특기병에게도 내년 프로리그 참가를 대비하도록 지시, 기본 로스터인 12명의 인원이 채워질 경우 빠르면 상반기에 이들의 활동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공군특기병 모집 조건은 ‘스타크래프트’를 주종목으로 하는 프로게이머이면서 3급 이상의 신체검사 판정을 받은 선수는 모두 지원 가능하다. 협회 사업기획국의 이헌구 국장은 “임요환 선수의 군 입대 발언 이후 공군특기병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공군특기병은 소수를 위한 대책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스포츠가 대한체육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병역특혜 방안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부처, 팬들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요환 입대 후폭풍, ‘대비하자’
무엇보다 한번에 60만 명의 e스포츠 팬을 움직이는 임요환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군 입대 해결 여부에 따라 e스포츠 판도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조지명식 당일, 임요환의 직접적인 발언으로 관련 내용이 각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 상위에 랭크되며 팬들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당시 현장 분위기도 군 입대 발언 이후 관중석에서 일시적으로 술렁이는가 싶더니 무대 뒷자리에 홀로 앉은 임요환의 표정을 살피며 눈물을 글썽이는 팬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특히 각종 e스포츠 팬 사이트에는 임요환의 군 입대 문제로 ‘찬반론’이 펼쳐져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임요환의 군 입대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e스포츠 ‘위기설’. 임요환이 없는 e스포츠 판은 더 이상 붐업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전제했다. 무엇보다 임요환이 단답형이나마 “군 복무 중에도 경기에 참가할 것”을 시사한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론 임요환을 대신할만한 ‘대스타’가 e스포츠에 없다는 사실에 허탈해했다. 기존 선수들 가운데 임요환만큼 e스포츠를 대표할 만한 리더쉽과 프로마인드를 갖고 있는 선수가 드물다는 것. 이러한 반응에 대해 e스포츠 관계자는 “e스포츠 자체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만큼 선수들의 스타마케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최근 CJ미디어에서 개최를 준비 중인 ‘슈퍼 파이트’ 리그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포스트 임요환’을 육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찬성하는 입장 쪽에서도 군 입대 뒤 선수 생활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 지에 대한 여러 안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프로 골프에서 50세 이상 선수에게만 참가자격을 부여하는 ‘시니어 리그’를 개최해 임요환을 비롯한 올드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전역 후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moco’라는 ID를 가진 한 네티즌은 “소수이지만 제대 후 과거 현역으로 활동하던 선수들이 현 대회에 나가 부진한 모습을 지켜봤다”면서 “군 복무 중 경기 참가 특혜도 중요하지만 향후 이들이 e스포츠에 존속할 수 있는 진로 방안이나 뚜렷한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Side Story >> ‘4대 천황’도 군 입대!?]
임요환 군 입대 발언 이후 그 뒤를 이을 선수가 누구인지 여부가 현 관계자들 사이에서 관심 대상에 떠오르고 있다. 이미 협회와 각 게임단 프런트를 통해 입영대상 선수들에 대한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군특기병 모집 인원이 아직 채워지지 않은 점과 내년 프로리그 참가를 위해서도 인원 충원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향후 초점이 맞춰질 사안. 그 중 임요환과 함께 홍진호, 이윤열, 강 민 등 ‘4대 천황’을 포함한 e스포츠 간판 스타들의 군입대 문제도 궁금증의 대상이다. 이 가운데 홍진호와 이윤열은 각각 원광대와 인하대에 재학 중으로 향후 2년간 연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윤열과 박정석 등은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입대가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다.

또한 강 민은 군 신체검사를 통해 시력 저하로 4급 판정을 받아 공군특기병 자격 요건에서 미달, 공익근무요원이나 방위산업체 등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이 소속게임단에서 주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입대 문제는 거론되지 않을 전망이다. 협회 이헌구 국장은 “현재 추가적으로 각 게임단에서 공군특기병에 지원한 선수는 없다”면서 “공군 측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해당 사항에 포함되는 선수가 추가적으로 선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대학교(만 24세까지), 대학원(만 26세까지) 지원 등을 통해 군 입대를 연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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