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게임 서비스 연기 <1>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5.29 09:3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가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과거 PC패키지 및 콘솔 게임에 국한됐던 발매일 연기가, 최근 온라인 게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인상이다. 이유 없는 무덤이 없듯, 발매 연기에도 분명 나름의 이유는 있을 터. 하지만 유저들과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면죄부로서는 부족한 감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서비스 시기. 그 이유를 파헤쳐봤다.

서비스 연기는 ‘필요악’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처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다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첫 인상을 좋게 보이는데 필요했던 노력보다 최소 수십, 수백 배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선입견을 바꿔놓는 일이란 이처럼 쉽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은 온라인 게임에서 그 절정을 맞는다. 아무리 클로즈 베타 테스트 기간 중이라 할지라도, ‘이 게임 별로인데’라는 최초의 평가가 ‘이번에는 괜찮은데’라는 평가로 바뀐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평가 이하라는 유저들의 평판이 입소문으로 돌게 되면 해당 온라인 게임의 수명에 치명적이다. 더욱이 유저들은 단 수시간만에 게임에 대한 평가의 잣대를 드리우기 일쑤이다. 기준선을 넘지 못하면 해당 온라인 게임은 게임 프로그램 파일즈에서 영원히 삭제된다. 주된 게임성이 중간 부분에 존재한다 한들, 해당 부분까지 게임을 플레이해보는 유저들은 극히 드물다. 자연, 전체 기획과는 무관하게 초기 게임 플레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시점에서 개발해온 게임 기획을, 서비스를 앞두고 초보자 관련 컨텐츠 위주로 도배하기 십상이다. 전체 개발 기간의 연기는 불가피하다.

상상해보라. 실망했던 온라인 게임이 유저들의 성향을 파악한 대규모 패치와 새로운 시스템을 등에 업고 엄청난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이미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삭제된 클라이언트의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 받아 재설치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뀌어야 오십보, 백보일 뿐’이라는 생각이 이미 선입견으로 남아있을 뿐더러, 수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클라이언트 용량의 부담은 물론, 이를 대신할 다양한 게임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게임 서비스를 연기하는 결정적 이유이다.

하나의 온라인 게임이 탄생하기까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이 투입된다. 개발기간 역시 최소 1년에서 많게는 3년 이상 걸리는 블록버스터 대작들도 넘쳐난다. 산고의 고통을 거쳐 탄생하는 온라인 게임. 하지만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거나, 방향성을 좁히지 못할시, 혹은 최초 기획에 못 미침에도 클로즈 베타 혹은 오픈 베타를 실시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개발비 회수는 커녕, 향후 해당 게임사에서 개발, 서비스할 게임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이미 게임사들은 첫 단추를 조금 늦게 끼우는 것이, 잘못 끼우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모험을 감수하는 것은 치열한 생존게임의 생존확률을 저하시킬 뿐이라는 것이 온라인 게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얼마 전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연기한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호승심(好勝心) 없는 게임사가 어디 있겠냐”며 “하지만 모험을 시도하기에는 투자비용이 너무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 기간을 길게 잡으면 될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다”며 “하지만 주가 및 퍼블리셔와 혹은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된 이유는 ‘완성도’
게임의 서비스를 연기하는 온라인 게임사의 이유는 이구동성에 가깝다. 대부분 서비스 연기와 관련해 ‘완성도’를 강조한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 또는 ‘모든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을 보여드리기 위해’라고 개발사들은 입을 모은다. 가끔 다른 이유라면 ‘서버 폭주로 인한 서버의 안정화’나 ‘예상치 못한 문제점 발생’ 정도가 속한다. 큰 맥락에서 본다면 이러한 이유들 역시 완성도에 포함되는 내용들이다. 이는 선택에 따른 것이지, 결코 불가피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 예외적으로 메인 개발자의 이직 등 인력 부족으로 인한 불가피한 서비스 연기 사유도 일부 존재하나,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완성도’를 이유로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특별히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 본격 호러 온라인 게임인 ‘다크 에던’의 두 번째 시리즈를 개발 중인 소프톤엔터테인먼트는 무려 10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서비스를 연기시켰다. 하지만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게임사 관계자는 “서비스 연기 이유를 정리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서비스 이유를 공개하게 되면 가장 먼저 밝히겠다”고 전했다. 기타 이유로는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키 위한 개발기간의 연장 등이 존재한다. 이 밖에 일부 게임들의 경우, 정식 서비스 자체를 미루는 경우도 존재한다. 현재 높은 게임 동시접속자수를 보유하고 있으나, 자칫 정식 서비스 후 큰 타격을 입게 되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실보다 득이 많은 약속 불이행
약속된 서비스일을 연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벌기 위함’이 주요 이유에 속한다. 이 기간 동안 보다 높은 게임성과 완성도에 박차를 가한다. 유저들로부터 제대로 된 혹은 보다 나은 평가를 이끌어낼 히든카드 완성이라는 대업은 물론, 어설픈 게임이 아닌 괜찮은 게임을 선보이고픈 욕심은 서비스 연기라는 마지막 카드로 이어진다. 게임 개발 및 서비스를 진행하는 N사의 관계자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라며 “일단 서비스를 시작한 뒤 급급하게 막아가는 것보다는, 유저분들이 기다려준 것 이상의 게임성으로 보답하는 것이 낫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이는 상당 부분 설득력을 갖고 있다. 게임성이나 완성도가 미흡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베타 테스트인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던 해당 온라인 게임은, 현재까지도 게임은 서비스되고 있으나,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입게 되는 손실 또한 적지 않다. 우선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 연기는 시기에 따라 2가지 형태로 파급효과를 남긴다. 우선, 클로즈 베타 테스트일 경우에는, 대부분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아직 게임이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한 기대심리와 선택된 자로서의 여유마저 풍기는 인상마저 풍긴다. 하지만 오픈 베타 테스트의 서비스 연기는 이와는 사뭇 대조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오픈 베타 테스트 일정을 미룬 대다수의 게임들은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 및 게임에 대한 반감을 갖게 만들어 왔음은 각종 게임 자유 게시판을 통해 여럿 확인된다. B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유저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일부 옹호적인 유저들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관망론을 펼치지만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그 동안 지출됐던 마케팅 및 홍보 비용 등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서비스 연기의 단골손님은 ‘대작’ 위주
소위 ‘명작’이라 불렸던 대부분의 PC패키지 게임들은 발매일 연기를 되풀이해왔다. 이러한 게임들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얻었고, 지금도 국민게임이라 불리기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온라인 게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 서비스를 연기했던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얼마 전 컨텐츠 부족으로 휘청거리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외 온라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역시 서비스를 연기했던 대표적인 사례. 해당 온라인 게임은 현재까지도 약속 불이행과 유저기만 등 수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에도, 해외 온라인 게임으로는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밖에 현재 오픈 베타 서비스를 연기중인 웹젠의 ‘썬 온라인’과 조이온의 ‘거상2’, 엔씨소프트의 ‘길드 워’ 역시 대작으로 분류될 만큼 유저들로부터 기대를 받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이다. 한 가지 공통된 사항이라면, 해당 게임들은 자본력이 풍부한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를 연기한 바 있는 N사의 관계자는 “게임성만 뛰어나다면 서비스 연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증명한 사례들”이라며 “하루 이틀 서비스되는 것이 아닌 만큼 당장 유저들과의 약속 불이행 보다는 더 멀리 내보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발매 연기와 성공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감마니아 코리아’에서 국내 서비스를 진행했던 ‘에버퀘스트2:이스트’의 경우에도 게임 서비스가 연기된 바 있다. 해당 온라인 게임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결과적으로 서비스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한때 서비스를 연기했던 싸이렐의 ‘룸즈’는 평생 무료를 선언했다가, 끝내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조금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2004년 이미르 엔터테인먼트는 서비스 연기가 아닌 서비스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해당 온라인 게임은 한때 높은 타격감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던 중, 개발에 차질을 빚게 되자, 아예 완벽한 게임성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긴 안목으로 온라인 게임계 최초로 서비스 중단하게 됐다는 것이 개발사의 이유였다. 그로부터 수개월 후 다시금 서비스를 재개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다. 현재까지도 과거의 동시접속자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게임 전문가 홍성민씨는 이 같은 결과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연기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며 “하지만 이보다는 게임성의 영향이 더욱 컸던 것으로 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 연기라는 유저들과의 약속은 그저 게임의 성공과 비교시 작은 걸림돌에 불과하다는 것이 게임사의 일반적인 견해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비스 연기는 필요악?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 연기와 관련해, 게임사와 유저들의 대립각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다수 온라인 게임 관계자들은 서비스 연기에 대해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으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게임의 수명 대비 클로즈 베타 테스트나 오픈 베타 테스트는 매우 작은 부분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유저들이 이를 완성된 게임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그런 만큼 서비스 연기를 통해서라도 보다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해야만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들은 이어 어설픈 게임성을 선보이는 것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보다 완성도 높은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분명 유저들에게도, 나아가 게임사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저들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

게임사 그들은 스스로가 시기를 정하는 클로즈 베타, 오픈 베타 테스트의 일정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키 힘든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한번이라면 실수일지 모르나, 연기한 게임 서비스 일정을 또다시 늦추는 것은 두 번이나 유저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탄하고 있다. 그들은 ‘온라인 게임 서비스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유저가 봉이냐’는 의견을 피력하는데에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게임사와 유저들 간의 ‘시간’을 사이에 둔 줄다리기 경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