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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플리퍼족을 잡아라 <1>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6.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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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베족, 오베족을 뛰어넘어, ‘우린 재미있는 콘텐츠만 즐긴다’
- 짧게 여러 종류 게임 플레이, 1시간에 5개의 장르는 기본
- 대중적 온라인게임 판도에 지대한 영향 미친다
- 게임 집중도와 시간이 승패 결정

가정에서 텔레비전 리모콘을 주도하는 사람이 그 집의 실세라는 말이 있었다. 실제로 80년대 컬러텔레비전의 보급과 함께 집안의 가장이 퇴근 후, 가장 먼저 찾은 것은 텔레비전 리모콘. 스포츠와 뉴스는 그들에게 유일한 낙이요, 안식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90년대 주부에게 넘어간 리모콘은 드라마로 채널을 옮겼다. 그리고 2000년도 리모콘은 더 이상 기성세대가 아닌 자식들에게 넘어왔다. 그 순간부터 리모콘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쇼프로그램과 오락프로그램을 넘어 다니며 광고가 나오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다른 채널로 점프한다. 플리퍼족은 그렇게 탄생됐다. 텔레비전 채널을 1분에 두세 번씩 바꾸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골라 보는 그들. 인터넷 보급과 함께 그들의 습성은 고스란히 웹 상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이슈가 되는 부분만을 골라 보고 재미있지 않으면 다른 페이지 또 다른 페이지로 옮겨 다닌다. 온라인 게임 역시 다르지 않다. 그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MMORPG보다는 5분 안에 끝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장르를 선호한다. 가볍지만 재미있는 게임, 그들이 원하는 온라인 게임이다.

■ 온라인 게임과 플리퍼족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인석(15)군. 평일 방과후 친구들과 함께 찾은 곳은 집 근처 PC방. 카운터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아저씨 1시간이요”라고 말한다. 그와 같이 온 친구들과 컴퓨터에 앉아 “하나, 둘, 셋”과 동시에 모니터에 걸린 락을 푼다. 컴퓨터모니터에 나열되어 있는 온라인 게임 중 그들이 선택한 것은 ‘프리스타일’. 그리고 곧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 “야 패스해”, “바보 같은 놈, 리바운드도 못하냐”. ‘프리스타일’ 2경기를 끝낸 시간은 12분. 그들의 손은 점점 바빠진다.

바탕화면으로 나온 그들이 선택한 게임은 ‘카트라이더’. “야 차 뽀대 나는데, 나도 하나만 사죠.” ‘카트라이더’ 트랙을 돌고 3게임을 끝낸 시간은 14분. 누구도 먼저 소리치지 않았지만, 다음 온라인 게임을 찾아 그들의 손이 움직인다. ‘서든어택’ 방에 들어가, 게임을 준비한 시간은 PC방 시간이 30분쯤 남았을 때다. 가볍게 ‘서든어택’ 한 두 게임을 끝내고 다른 게임을 찾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다급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시간 동안 한 온라인 게임만 5종. 게임에 준비된 시간을 제외하고 평균 한 게임당 소요된 시간은 10분. 종료시간 5분이 남았을 때부터가 시작이다.

1시간을 추가할지 아니면 가야할지 고민을 해야하는 시간이기 때문. 합의가 끝나고 1시간을 더 추가 타 게임을 찾아 마우스를 잡는 그들의 손은 아까보다 더욱 분주하다. 온라인게임 플리퍼족이라고 불리는 김인석군의 하루 평균 게임이용시간은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 1시간에 그가 즐기는 온라인게임은 평균 5종. 적게는 최소 10가지에서 많게는 20가지의 온라인게임을 하루에 플레이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물론, 급박하지 않은 시간에서 더 몰입하는 게임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하루에 10가지 종류 이상의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로 대표되는 국내 온라인게임산업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코어한 게임보다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 1분에도 채널을 몇 번씩 바꾼다는 플리퍼족의 특성을 그대로 답습, 여러 종류의 게임을 단시간에 즐기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그 경우는 커져. 10세에서 17세 사이에서 가장 많은 온라인게임 플리퍼족이 포진해있다. 추세는 급속도로 확산, 온라인게임 유저 전반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김인석군의 PC방 1시간 이용현황
- 잼파이터 : 10분
- 서든어택 : 16분
- 카트라이더 : 14분
- 프리스타일 : 12분
- 건즈온라인 : 8분

≫ 온라인게임 플리퍼족이라고 불리는 김인석군의 하루 평균 게임이용시간은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 1시간에 그가 즐기는 온라인게임은 평균 5종.

■ 하이브리드 타 장르로 급속도로 확산
플러퍼족의 탄생을 가만히 지켜보면 국내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MMORPG에 치중되어 있던 온라인게임이 캐주얼게임으로 대 변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이라는 모토로 유저들에게 어필했다. 캐주얼게임들의 인기는 플리퍼족의 탄생과 맞물려 다양한 장르까지 확산된 것이 사실. 하이브리드 장르는 이런 대세에서 파생된 산물이다. 하이브리드란 서로 다른 종이나 계통이 교배를 통해 여러 형태로 섞인 잡종을 말한다. 하이브리드 스포츠게임이란 전통적인 스포츠에서 벗어나 대중이 좋아 할만한 다양한 요소를 혼합해 재창조한 게임. 실제 골프경기와는 다른 ‘팡야’, 정통 레이싱에서 이탈한 ‘카트라이더’도 엄밀히 말하면 하이브리드 스포츠게임 축에 속한다.

하이브리드 스포츠 게임의 특징은 짧은 시간 안에 배워 곧바로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1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채 30분도 되지 않아 어느 곳에서든지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장르 또한 골프, 레이싱에 이어 농구, 야구, 축구, 테니스 등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특히, 월드컵 특수와 함께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장르는 온라인축구. 기존의 무거운 정통 축구가 아닌, ‘풋살(길거리축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게임유저들의 대부분이 플리퍼족으로 변화, 가벼운 게임을 단시간에 즐기고 싶다는 흐름을 맞춰 게임들이 서비스된다는 증거다.

■ PC방 마케팅 중요성
하이브리드스포츠 장르의 성공과 플리퍼족의 공생관계 이후, 대부분의 온라인캐주얼게임들이 플리퍼족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이 사실. 장르도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고 격투, 레이싱, MMORPG까지 확산되고 있다. 플리퍼족이 온라인 유저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요, 유저들의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게임 플리족의 경우 하나의 게임을 쉽게 즐기지만, 잘 만들어진 게임에 대해서는 즉각 공유한다. 플리퍼족 대부분이 인터넷을 자유자제로 이용, 네티즌으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 게임에 대한 비판은 물론 게임 특성을 정확히 분석해서 자신에 맞는 게임을 찾고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클로즈베타 이전에 게임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참여를 원한다.

집단적인 행동 패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혼자서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 여럿이 모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기 때문에 PC방 같은 장소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을 잡는 방법중 하나로 PC방 마케팅을 강조한다. PC방은 그들에게 단순히 게임을 하는 공간을 넘어 정보를 공유하고 그 게임을 판단하는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게임평론가 정제훈씨는 “플리퍼족은 연령층이 낮은 만큼, 직접 보고 하는 것에 대한 만족이 크다”며 “PC방처럼 다양한 게임이 보여지는 곳에서 그들은 자신이 할 게임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미가 없는 게임이라도 친구들이 한다면 같이 따라가는 집단적인 성격이 강한 점도 이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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