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바다이야기 태풍, 게임산업 기반 휘청?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9.11 09:2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지 4주가 지났다. ‘바다 게이트’까지 확대되면서 그 의혹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심지어 대통령까지 연루되면서 연일 보도가 끈이지 않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장 업주들은 숨죽이며 정부 측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잔뜩 몸을 움추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게임 개발사와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릴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파장이 게임산업 전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뿌리내려진 ‘릴 게임’이 집중포화를 맞으며, 게임산업기반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게임산업 전 방위에 걸쳐 타격
지난 2005년 초, 소액의 자본으로 창업을 계획한 B씨.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매년 20%의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모바일 게임 개발사를 창업했다. 창업 당시만 하더라도 ‘최고’를 목표로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다. 그러나 험난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생존 자체가 숙제였다.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었다. 사채도 끌어다 썼다.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빚만 커져갔다. 벼랑 끝. 그에게 유혹의 손길이 다가왔다. ‘릴 게임’ 개발 청탁이 그것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개발비 명목으로 받은 2천만원은 그에게 있어, 재기의 발판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졌다. 연일 터지는 보도로 ‘릴 게임’은 한순간 사회의 온갖 지탄을 받았다. 개발을 의뢰했던 업체는 자취를 감췄다. 개발비용의 절반도 받지 못한 상황에 일어난 일. 개발자들 마저 하나둘 사표를 제출했다. 사무실 월세도 내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 현재 그는 회사를 정리해야할 위기에 처해있다.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 C사. A사와 비슷한 상황이다. 바다 사태 이후, ‘릴 게임’ 개발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C사의 K씨는 사회 전과범으로 낙인 찍혔다. 그는 당초 MMORPG 개발을 꿈꾸며 이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에게 맡겨진 일은 ‘릴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스스로 원하는 일이 아니었건만, 최근 터지고 있는 ‘바다이야기’와 관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K씨는 “회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다 구속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어디 가서 직업 이야기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때늦은 후회를 하는 N개발사의 L대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릴 게임 개발을 시작한지 2년. 회사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L씨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며 “사행성 게임이 만연하게 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는 일방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L대표는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하는 것이 아니냐”며 “(정부가) 회생 정책도 같이 병행했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적지 않은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릴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곳만 40여개 업체가 넘는다. 하청 개발사까지 포함시킨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수출, 내수 업체의 엇갈린 표정
릴 게임 관련 개발사들이 개발하는 기기는 수출과 내수로 나뉜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내수기기를 개발했던 업체들. 당장 주문도 끊겼고 그간 개발하던 프로젝트도 중단된 상태다. 릴 게임 개발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심의를 받은 게임기기가 압수돼 조사받는 상황에서 어떤 개발사가 (릴 게임기기를)개발을 할 수 있겠느냐”며 “대부분 개발사들이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하청을 받은 모바일·온라인 게임 개발사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개발중이던 신종 릴 게임기기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난감한 상황. D사의 K씨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고민이다”며 “계약으로 명시돼 있는 일이라 함부로 중단할 수도 없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릴 게임기기를 완성한 업체들도 걱정은 매한가지.

현재 영등위의 심의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로 심의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정부측은 이번 사태에 연루된 릴 게임기기들 그외에 타 개발기기에 대한 뚜렷한 향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수출기기를 만드는 업체는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불똥이 튈까봐 조심스러운 모습이지만, 개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F사는 2006년 3월부터 릴 게임 개발사인 G사로부터 수출용 릴 게임기기 제작을 수주받았다. 자금을 지원받으며 순조롭게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 회사의 개발자는 “바다이야기 사태의 영향은 없다”며 “수출용 기기로 국내 심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방향이 확대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침몰하는 게임산업’
현재 ‘바다이야기 사태’는 ‘바다 게이트’로 비화되며 검찰의 강경한 수사가 뒤따르고 있다. 수사 방향은 ‘심의에서 금품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있다면 누가 무엇을 위해’라는 방향으로 협회 인사, 영등위 심의위원은 물론, 정계인사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관련 게임산업을 지탱해 왔던 개발사들은 조금씩 침몰해 가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은 영세한 개발사들이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피해 사례는 드러나고 있지않지만, 연쇄 파급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자금 압박은 단순히 중소 개발사들의 도산 뿐 아니라 시장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로 비화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수사 일선에서 뛰고 있는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성행하고 있는 불법 기기 적발에 집중하라는 공문만이 내려왔을 뿐, 릴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기기까지 우리가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현대판 마녀사냥으로까지 비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관광부는 이번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해 해당 업무부서가 아니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영등위 관계자 역시 “지난 8월 23일부터 본 위원회의 게임제공업용 게임물(아케이드게임) 심의와 관련된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심의를 일시 중단하게 됐다”며 “현재 등급 소위원회 개혁을 구상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부의 떠넘기기식 정책으로 개발사들의 피해는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릴 게임 개발사와 개발자들도 바다이야기 사태의 선의의 피해자만은 아니다. 게임평론가 정제훈씨는 “정부 허가가 났다고 해서 도의적인 책임마저 피할 수는 없다”며 “이런 점에서 바다이야기 사태는 예견된 시나리오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장 돈만을 제일로 생각하는 개발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사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게임산업의 주축으로 성장산업을 도모해야할 개발사들이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릴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제2, 제 3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릴 게임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