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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법 개정안 오락가락 정부 정책에 PC방 다 망한다

  • 김상현 기자/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6.10.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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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금연정책에 PC방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PC방 업주들의 강한 반발로 완전 금연의 폭풍은 피했지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흡연구역 완전칸막이 설치가 그것. 지난 2006년 3월 29일 규제개혁위원회는 PC방과 만화방을 전면금연구역화 하는 법안 수정에 결의, 완전금연을 철회했다. 그러나 수정된 법령에서 흡연구역 칸막이 설치를 의무화해 또 다시 PC방업주들의 발목을 잡았다. 보건복지부는 2006년 12월까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통과된 ‘칸막이 설치에 관련된 법안’을 홍보하고, 내년 1월부터 강력하게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최근 정부의 PC방 등록제 정책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진 PC방 업주들에게 금연법 개정안은 최후의 일격이 될 전망이다.

금연법은 오리무중?
지난 2005년 7월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기존 흡연석과 비 흡연석으로 나뉘던 PC방을 완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금연열풍과 맥을 같이한다. 국내도 이에 동참하고자,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출입하는 PC방부터 계도해 나가겠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PC방 업주들은 금연법을 실시할 경우 PC방 존폐 위기까지 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PC방 단체인 인터넷PC문화협의회(이하 인문협) 회원들은 지난 2006년 3월 서울 종각역에서 ‘PC방 완전 금연 구역 지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PC방 업주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한 투쟁 의지를 보였다. 인문협 반대 시위가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한 걸음 물러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PC방 흡연구역에는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완전금연을 피해간다는 사실에 PC방 업주들도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2월까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통과된 칸막이 설치에 관련된 법안을 홍보하고, 내년 1월부터 단속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이후 PC방 내 흡연구역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법안이 2010년까지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단순한 칸막이 설치가 아닌 ‘완전 금연 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또한, 단 한곳이라도 이행하고 있지 않을 경우 ‘완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정택팀 조경숙 사무관은 “청소년들의 출입이 가장 많은 오후 시간대에는 PC방 고객의 절반 이상이 초등학생들”이라며 “무방비 상태로 어린 학생들이 흡연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PC방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사무실은 전면 금연이 실시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공간은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PC방 업주들 “차라리 죽여라”
얼마 전 영등포구에 PC방을 오픈 한 박모씨(48). 그는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통해 남은 인생을 PC방 사업에 걸었다. 하지만 PC방 오픈 후부터 계속해서 터지는 사건에 이제는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러다가 3개월 안에 망하지, 망하고 말지”라며 탄식을 되풀이 했다. 최근 불거진 사행성PC방 사태로 인해 자유업종에서 등록제로 바뀐다는 소리에 걱정이 태산이다. 여기에 칸막이 설치까지 해야한다는 소리에 다 때려 치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게 말이 되냐구. 칸막이 설치하는데 정확히 비용이 천만원이나 들어. 그뿐만이 아니야. 완전 차단 칸막이하면 냉·난방기까지 다시 달아야지 자리 배치 바꿔야지 견적이 2천이야. 2천!” 그의 한숨은 꺼질줄을 몰랐다.

아무도 대안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흡연구역 완전 칸막이 설치만 공고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은 없는 상태다. 소방시설법에 의거, 시설물의 밀폐 공간이 생겼을 때, 비상탈출구를 만들어야하는 이중고까지 존재한다. 인문협의 정책팀 조정희씨는 “2천만원을 들여 공사를 해도 언제 법률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무조건적인 설치만을 강요하는 보건복지부가 야속할 뿐”이라고 말했다. 요식업에 대해서는 관망하면서 PC방에 대한 제재만 너무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형평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조경숙 사무관은 “PC방이 민원신고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문협 및 PC방 업주들은 법의 테두리에서 형평성을 어기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PC방을 죽이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협회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등록제 반대 문제로 아직 금연법은 손도 못대고 있다. 인문협의 한 관계자는 “문제를 통감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없다”며 “대의원회의 안건에 부쳐 대책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매번 터지는 문제에 급급해 하며 또 다시 법령 시행을 앞둔 12월경에나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게임업계 ‘관망’, 게임산업 몰락 ‘초 읽기’
PC방은 국내 게임산업의 근간을 마련한 터전이다. PC방이 무너지면 국내 게임산업이 입을 피해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을 두둔하는 협회나 게임사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PC방이 타격을 받을 시 2차적인 피해는 게임업계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인식은 제로에 가깝다. 한 온라인 게임업체 사장은 “완전금연법이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흡연구역을 칸막이로 막을 수 있다면 다행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PC방 매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경우 비흡연층들의 새로운 유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칸막이 설치비용 협찬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할 문화관광부는 바다이야기 사태에만 급급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화관광부 게임산업과 한 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다”며 “금연법 문제는 신경을 못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게임업체, 협회, 정부가 등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업주들이 떠맡아야할 상황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PC방 없이는 국내 게임산업도 없다”며 “하루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무관심은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 발전에 있어 PC방은 반드시 필요한 창구가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의 무대포식 밀어붙이기 정책과 산업을 보호해야할 협회와 업계가 방관하는 사이 게임산업은 침몰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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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PC방 늘고 있다

금연법이 개정되고, 추진됨에 따라 일부 업주들은 편법을 도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음식점이나 유흥주점 등을 배제하고 시행하는 법안을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제공해 음식점과 함께 공동으로 꾸려나가는 방향으로 선회할 방침이다. 완전 금연 구역 지정에 대한 대비책으로 PC방과 음식점이 공존하는 퓨전 형식의 PC존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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