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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2] 생계걸린 ‘바다이야기 업주들’ 정부정책 극렬 반발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12.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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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성인아케이드 게임장 업주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06년 12월 11일 영등포 당산동 동양 웨딩홀에서 ‘100만 서명운동 및 자정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 게임산업 정책의 실패로 인한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한 순간에 범법자로 낙인찍히고 생계수단 마저 막막해진 그들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결의대회 내내, 200여명 업주들이 내는 원망의 목소리가 가득했고 정부정책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경향게임스>는 이들이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향후 대책까지 철저히 분석했다.

■ 대안없는 정책, 세계 32조원 아케이드 시장 다 뺏긴다
■ 곱지않은 사회적 시선 … 업주들 “자살하고 싶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지난 11월 7일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이하 한컴산)는 게임산업진흥법(이하 게진법) 시행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그러나 업주들보다는 게임기기 개발업체와 유통업체만을 배려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과 이후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게임장 업주들 스스로 ‘전국게임사업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발족시켜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 이후, 전국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장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게진법이 시행된 지난 10월 29일에는 게임장의 수는 눈에 띄게 격감하고 있다. 전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게임장이 그렇게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게진법 시행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게임장 업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등급분류를 통과한 게임기기에 한해서 영업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것.

물론, 연타, 예시 등 사행성을 조장하는 불법 개변조기기들은 단속대상이 됐다. 업주들은 서둘러 게진법을 준수하면서 영업을 재개했다.
그렇다면 게진법 시행 50일이 지난 지금, ‘왜’ 게임장 업주들은 집회에 이어 결의대회를 열게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로 무분별한 단속에 의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들었다. 서울시 양평구에서 릴 게임장을 영업하는 D씨는 “영업을 재기한지 사흘만에 구청직원들과 경찰들이 들이 닥쳐 게임기기를 모두 수거해갔다”며 “영문도 모른 채 전 재산을 빼앗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게진법에 명시된 내용을 숙지하고 불법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장도 없이 게임장에 들이닥친 공권력에 의해서 피해를 봤다는 것. 구청을 찾아가 하소연도 해보고 경찰서에서 연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조사중이니 기다리라”는 것뿐이었다. 이런 경우를 당한 것은 D씨뿐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게임장 불시단속이 이뤄졌고 전국적으로 35,000대의 게임기기가 압수당한 상태다.

그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부분은 단속의 명목과 이유다. 대한민국 헌법 제 23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3항에서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 보상은 법률로써 정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임장 업주들은 유예기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행성조장 및 불법개변조기기’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재산권 침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게임물등급 정책심의지원 이승우 팀장은 “문화관광부 장관의 고시에 따라, 불법 기기와 행위들을 단속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상품권 사용과 환전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업주들은 “고시를 통해 단속을 할 것이면 왜 유예기간을 줬냐”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생존권의 보장이다. 영업방해 및 게임기기들의 압수로 인해, 더 이상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들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8월 게임장이 잘된다는 소문을 들은 C씨는 자신의 퇴직금과 사채를 끌어들여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영업 한달 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졌다. 울며 겨자먹기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사채이자 때문에 담보로 잡혔던 집을 내놓아야할 상황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마치 자신을 범죄자로 보는 듯한 눈빛을 그는 감당할 수 없었다.

C씨는 “가족들마저 자신을 원망해 정말 죽고 싶었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고 언론들은 집중적으로 ‘게임장과 조직폭력배들이 연관돼있다’, ‘조직폭력배들의 자금줄이 게임장으로부터 나온다’는 보도를 터트렸다. 그러나 C씨는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퇴직금을 모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소시민에 불과했다. 그는 “투자한 돈의 50%라도 보상해 준다면 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측은 “정책이 실패한 것은 인정하지만, 사행성에 대한 물의는 업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어떤 지원도 해줄 수 없다는 것. 문화관광부 게임산업과 신종필 사무관은 “보상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태”라고 못박았다.

마지막으로 국세청으로부터 온 세금이 말도 안 될 만큼 많다는 것. 세금고지서를 보고 업주들은 말문이 막힌 상태다. 그 동안 업장 별로 상품권 유통량을 조사해서 그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업주들은 유통량과 매출이 맞지 않은 것은 물론, 부가가치세에서 상품권의 액면가를 그대로 책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내 부가가치세에서 이전 단계의 부가세는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게임장 업주들에게 고지된 부가세는 상품권을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 400원이 적용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주들에게 고지된 금액은 상품권 액면가인 5,000원이 부가됐다. 1,250%의 세금이 과중부과된 것이다. 부천에서 게임장을 영업하고 있는 A씨는 “영업을 못한 손해만으로도 억울한데, 세금까지 부당하게 나왔다”며 “이대로라면 게임장을 했던 업주 모두 파산”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사생결단!' VS 정부 '끝까지 안돼!'
이런 이유로 지난 12월 11일, 비대위는 ‘100만 서명운동 및 자정 결의대회’를 열어 대안 수립 시행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게임산업 관련 종사자들임을 강조했다. 이에 한컴산과 별개로 헌법소원을 제출할 예정이다. 헌법소원 이외에도 영업방해 및 압수된 게임기기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 부당세금에 관해서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비대위 이광호 위원장은 “현재 불법적 단속에 대한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며 “이 같은 증거를 확보 앞으로 법적인 대응에 자료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 업주분들이 더 이상 부당한 처사에 당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싸워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자정·정화를 통해, 올바른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 이상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악역으로 매도되지 말고 게임산업의 정당한 한 축으로써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바꿔가겠다는 것이 비대위의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도 일본과 같이 아케이드 게임문화를 자생적으로 꽃 피울 수 있다”며 “발전하고 있는 게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비대위의 대대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는 좋지 않은 편이다. 문화관광부와 게임위 등은 사행성 아케이드게임은 절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게임위는 게임물 등급심의 시작부터 30일까지 총 133건의 게임물에 등급을 부여했다.

이 중 아케이드 게임은 총 18건수가 접수됐으며(11월 28일) 등급거부 1건, 전체이용가 7건이 총 8건이 처리된 상태다. 게임위 김기만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사행성 게임물에 대해서는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까지도 ‘사행성’ 만큼은 절대 허가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시민단체들 역시, 하루 빨리 게임장이 없어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예기간도 필요 없다”며 “빨리 법적 효력이 발생돼 전국의 모든 사행성 도박 게임장이 문을 닫아야한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국민들도 곱지 않은 시선은 마찬가지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게임장은 불법과 사행으로 얼룩진 ‘악의 축’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사라져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게임산업을 산자부로?
지난 12월 14일 비대위 이 위원장은 한 시민단체를 찾아 인식재고해 줄것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대위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게임산업을 산자부 소속으로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100만 서명운동 및 자정결의대회’에서 게임포커스(아케이드 게임전문지) 이강식 대표는 “게임산업을 육성할 곳은 산자부다”고 주장했다. 현재 게임산업 분야는 개발사, 유통사, 관련부품 및 제조회사가 약 1,000여개 게임제공업소는 15,000개에 달한다. 세계 게임시장은 2005년 기준 638억불(63조 8,000억원)규모이며 이중 아케이드 게임 플랫폼이 약 51.3%이다. 국내 총 게임시장 규모는 8조 6,7778억원, 이 중 아케이드 게임 플랫폼이 5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영화산업의 10배, 음반산업의 9배 시장인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정부가 죽이고 있다”며 “개발, 제조만이라도 산업자원부 관할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처음부터 사행성을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며 “산업적인 측면을 육성하면 어떤 상품보다 좋은 수출상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시장에서 한국 아케이드 게임은 일본, 대만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5년, 완제품과 지폐인식기, 게임보드, 모니터 등 약 4,000억원의 수출을 달성했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경우 수출로만 우리의 10배인 4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대만에 비해 수출액 규모가 작은 이유는 기술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판매할 수 없는 국내 게임물 심의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칼’은 그 용도에 따라 사람에게 이익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한다. 아케이드 게임산업도 마찬가지다. 그 용도를 잘 조절하면 충분히 국내 게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닌, 진흥 법률은 정말 없는 것일까. 전 세계 32조원의 시장을 ‘사행성’이라는 이름으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한 법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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