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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시장에 ‘made in Japan’은 없다! <2>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7.03.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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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만 등장하는 끔찍한 ‘드래곤볼’을 상상해 보라
콘솔기반 RPG의 특징은 유저가 게임 속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함과 동시에 게임 속 세계를 대리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캐릭터를 고르더라도 그것은 게임 속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은 조금 다르다. 아무리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결국 유저는 게임 내 수많은 주인공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온라인게임은 이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각종 장치를 마련한다. 그러나 일본 컨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그 성격상 주인공 캐릭터가 정해져 있다. 유저들은 모두 주인공 캐릭터를 선택하기 바라지만, 이는 매우 어색한 일이다. 예를 들어 ‘삼국지’를 온라인게임으로 만든다면, 유저들은 누구나 ‘제갈공명’이나 ‘관우’와 같은 주연급 캐릭터를 고르고 싶어 하지 ‘황건적’의 일개병사가 되기는 원치 않을 것이다. ‘드래곤볼’이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등장 캐릭터 간의 대립구도이지, 단지 ‘손오공’이 멋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드래곤볼 온라인’에 손오공만이 득실거린다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일본 컨텐츠가 온라인게임화 되기에 걸림돌이 되는 최대 딜레마인 셈이다.

너무나 낯선 한국의 공짜 게임문화
일본 유저들은 게임을 하는데 있어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매우 익숙하다. 반면 우리나라 유저들은 아직도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과 더불어 ‘온라인게임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가격저항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지금도 많은 정액제게임이 부분유료화로 돌아서는 것만 보더라도 아직 이러한 인식은 결코 줄어들었다고 판단하기 힘들다. 아루온 게임즈 사업전략팀의 시오타 팀장은 이러한 인식이 일본 게임사들의 한국 진출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게임사들은 인기 타이틀의 경우 더욱 비싼 금액을 책정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일본 유저들 또한 이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는 것.

그러나 일례로 ‘대항해시대’의 경우 성공적인 오픈베타테스트를 마치고 유료화를 결정했지만 국내 유저들의 반발은 예상외로 거셌다. 당시 서비스사인 CJ인터넷이 책정한 가격은 월 2만 4천 2백원. 이는 당시 서비스되던 ‘리니지’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비하면 오히려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러나 일본 내 서비스가격과의 형평성 문제와 당시 대체적인 MMORPG가 부분유료화를 채택하고 있는 시점에 발표된 유료화인 만큼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작 일본 코에이 측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후문. 비록 반발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오픈베타테스트 때에 비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유저들이 게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한국시장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보니 자연 한국 게임시장은 단지 세계 진출을 위한 테스트 국가로 여길 뿐, 특별히 한국시장에 치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이드스토리1] 일본 유저의 관점에서 본 ‘괴혼 온라인’
윈디소프트에서 개발 중인 ‘괴혼온라인’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일본 ‘포게이머넷’의 오카다편집장은 다음과 같은 주목할만한 견해를 내놨다. “솔직히 히트할 지, 어떨지 함부로 말하기 힘들다. 특히 일본의 까다로운 콘솔 원작을 온라인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세계관을 해치지 않아야하는 것은 물론 ‘괴혼’만의 엣센스를 살려나간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일본 유저들은 내심 ‘반감’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게임왕국 일본의 세계적 히트 컨텐츠가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에 매우 자존심이 상해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냉철한 시각으로 ‘괴혼 온라인’을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이 작업을 맡고 있는 회사의 부담감은 어마어마한 무게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 유저들을 만족시킨다면 그것은 곧 세계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오카다 편집장의 견해는 일본 콘솔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모든 게임에 해당한다. 원작의 게임성을 120% 이상 살리지 못하면, 결국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게임은 일본 유저가 보기에는 소위 ‘짝퉁’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리니지’가 일본 개발사에 의해 콘솔게임으로 출시한다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한국의 ‘리니지’ 유저들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될 것이다.

반일감정은 없다! 그러나…
최근 독도문제와 일본 고위 정치인들의 망언문제가 국내 반일정서를 계속 부추기고 있지만, 게임계에는 특별히 이러한 정서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2004년 한일문화 전면 개방 이후로 초창기 우려와는 달리 일본문화에 대한 국내 파급력이 오히려 한류에 미치지 못할 정도가 되자, 우리나라 유저들도 특별히 일본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일본산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사들은 은근히 이러한 여론을 신경 쓰고 있는 눈치다. 가령 일본과 특별한 정치적 사안이 있다거나 혹은 삼일절이나 광복절과 같은 반일감정 시즌이 돌아오면 언론 노출이나 마케팅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지만, 게임에 있어서도 양국 간의 좁혀지지기 힘든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일본산 온라인 게임의 미래
일본이 비록 온라인게임에 있어서 우리나라에게 뒤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이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일본산 온라인게임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일본산 게임이 쏟아진다!
올해는 일본산 온라인 게임의 한국 진출 원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수의 게임들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특히 이러한 일본산 게임을 적극적으로 온라인 이식에 나서는 국내 게임사는 CJ인터넷과 윈디소프트 두 곳. 이미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서비스 한 경험이 있는 CJ 인터넷은 올해 ‘SD건담 캡슐 파이터’를 필두로 ‘이스온라인’등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윈디소프트의 경우 콘솔 대작을 온라인으로 이식한 ‘괴혼 온라인’과 ‘열혈고교 온라인’을 준비 중에 있다. 이 밖에도 얼마 전 국내 본격 진출을 선언한 일본 겅호엔터테인먼트에서는 ‘북두의 권 온라인’을 개발 중에 있으며, 최근 화제를 모으며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드래곤볼 온라인’은 반다이에서 출자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모 개발사에서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게임명 ㅣ 서비스사 ㅣ 원작(형태) ㅣ 예상 서비스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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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건담 캡슐파이터 l CJ인터넷 l SD건담 시리즈(게임) l 2007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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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온라인 l CJ인터넷 l 이스 시리즈(게임) l 2007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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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대지 l CJ인터넷 l 원작없음 l 2007년 2월 21일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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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몽키볼 온라인 l CJ인터넷 l 슈퍼몽키볼 l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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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온라인 l 반다이 코리아 l 드래곤볼(만화) l 2008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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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킹 온라인 l 반다이 코리아 l 케로케로킹DX(게임) l 2007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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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혼 온라인 l 윈디 소프트 l 괴혼 시리즈(게임) l 2007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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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고교 온라인 l 윈디 소프트 l 열혈고교 시리즈(게임) l 2008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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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 온라인 l 온미디어 l 개구리중사케로로(만화) l 2007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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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일-라바트 연대기 l Seed-C l 원작없음 l 2007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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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의권 온라인 l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l 북두의권(만화) l 2008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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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디아 온라인 l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l 그란디아(게임) l 2008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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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온라인 게임 개발력, 어디까지 왔나?
게임개발력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일본. 일본은 온라인게임 개발력은 아직 우리나라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본적인 개발 인프라만을 놓고 본다면 이러한 차이는 언제라도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국, 내외 전문가들은 ‘일본이 온라인게임에 있어 한국을 따라잡기란 매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빈약한 일본의 온라인 인프라. 아루온 게임즈의 시오타 팀장은 “일본에서 PC가 집집마다 보급된 것은 2000년 이후이며, 초고속 인터넷 또한 일본의 통신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NTT의 경직성으로 인해 한국에 비해 상당히 뒤늦게 보급됐다”면서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든 문제라고 지적한다.

두 번째는 일본의 게임개발 방식이다. 일본 게임 개발자들은 다소 폐쇄적이며 게임 개발 자체를 매우 장인정신에 입각해서 만든다. 때문에 개발자들 간에 기술적인 공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따라서 20년간이나 쌓아온 개발방식이 하루아침에 온라인에 맞춰져서 이동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포게이머넷’의 오카다 편집장은 온라인게임 개발력만 놓고 봤을 때 “향후 5년 안에는 절대 한국을 따라올 수 없는 구조”라고 못 박는다. 오히려“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일본의 보수성에 기인한다. 즉 일본은 이미 콘솔게임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한 만큼 굳이 온라인게임에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 일본 게임사들은 막대한 개발자금과 운영경비가 들어가는 온라인 게임 개발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사이드스토리2] ‘파이널판타지11’이 국내진출 안하는 숨은 까닭은?
일본에서 개발한 온라인게임 중 가장 성공한 게임은 일본의 국민게임 ‘파이널판타지’시리즈의 최초 온라인 작품인 ‘파이널판타지11(이하 FF11)’이다. 많은 국내 유저들은 ‘FF11’이 한글화 되어 국내에 서비스되기를 원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해 가능성 있는 루머조차 흘러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앞으로 ‘FF11’이 국내에 서비스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물론 국내 진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FF11’이 출시된 초창기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유수 온라인 업체들이 스퀘어에닉스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모두가 스퀘어에닉스가 제시한 계약조건을 만족시키기 힘들었던 것. 그렇게 5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그 동안 ‘FF11’의 확장팩은 무려 세 차례나 출시됐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서비스시기를 놓치면 성공확률은 크게 줄어든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쟁쟁한 대작들로 난무하는 이른바 레드오션 시장이 된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이제 온라인게임이라는 점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파이널판타지’는 그저 그런 평작 수준에 불과하게 된 것. 일본에서는 ‘FF11’의 성공요인을 두고 ‘브랜드 파워’를 1순위로 꼽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파이널판타지’의 영향력은 아무래도 일본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이에 기댈수도 없는 형편. 결국 한 마디로 ‘FF11은 국내에서 성공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스퀘어에닉스가 ‘FF11’을 가지고 섣불리 한국 온라인시장에 진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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