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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는 ‘실명제’! 게임 사이트는 ‘별명제’? <1>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7.03.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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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인터넷실명제가 오는 2007년 7월 26부터 시행된다. 사이버상 인권침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명예훼손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화한다는 것이 인터넷실명제 개정안의 골자다. 정보통신망 법 개정안의 시행령에 따르면 하루 평균방문자가 각각 30만, 20만 명이 넘는 포털 사이트와 미디어 사이트는 인터넷실명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그 동안 일부 사이트에서 실명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미성년자들 역시 실명확인을 거쳐야 게시판에 댓글을 쓸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 실시에 따른 찬쪾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게임관련 사이트 및 온라인게임이 실명제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실명제 그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게임 및 게임 사이트, 그 이면을 낱낱이 파헤쳤다.

■ 온라인게임은 또 ‘왕따’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국내 네티즌들의 인터넷상 네티켓은 창피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 자살, 개똥녀 사건, 연예인 X파일 등 인권침해, 명예훼손이 심각한 수위를 넘고 있다. 지난 2003년 정보통신부에서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해야한다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 거셌다. 그러나 연이은 사이버 폭력과 명예훼손에 상황은 반전됐다. 2006년 11월 정보통신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실명제 찬성 의견이 56%로 과반수 이상이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네티즌들도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법안 시행일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정안에 명시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보통신부 측은 포털 사이트의 경우 30만명, 미디어 사이트의 경우 20만명 이상 일일방문자 수를 기록하면 인터넷실명제를 의무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히고 있다. 그러나 일일평균 방문자 수가 100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게임포털 사이트나 온라인게임 사이트에 대해서는 인터넷실명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보통신부 정보윤리팀 이태희 팀장은 “게임사이트의 경우, 회원들의 신상명세가 결제로 직결돼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다”며 “인터넷실명제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대형포털 및 미디어 사이트에서 아직도 게시판과 댓글 입력 시 신원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사이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게임포털 사이트 및 온라인게임 사이트들이 인터넷실명제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분쟁연구소 박성욱 이사는 “게임포털의 경우, 국내 대형 검색사이트에 필적할 만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외된 점은 분명,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 소수의 대형 포털을 제외하고 이미 대부분이 포털에서 로그인한 회원들에게 글쓰기 권한을 주고 있는 것은 게임사이트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실명제는 네티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악플 및 비방, 욕설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사이트들도 이번 개정안을 통해, 네티즌들이 조금 더 사이버 상의 윤리를 지켜가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관련 사이트들이 빠진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실명제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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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항 신설)
제44조의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
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평균 이용자수, 매출액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는 경우에는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② 정부는 제1항에 따른 본인 확인을 위하여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③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제1항에 따른 본인확인조치를 한 경우에는 이용자의 명의가 제3자에 의하여 부정사용됨에 따라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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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관련 사이트 사이버폭력 심각 수위 넘어

- 인터넷실명제 7월 26일부터 시행 … 온라인게임은 제외
- 게임 내 명예훼손, 언어 폭력 피해 사례 급증

게임포털 사이트 및 온라인게임 사이트들이 인터넷실명제에서 제외된 가운데, 커뮤니티 게시판은 연일 욕설과 비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게임포털 사이트의 커뮤티니 게시판에는 특정인을 타겟으로 한 비방을 넘어 심한 욕설로 개인의 명예훼손마저도 비일비재하다. 한 게임 사이트 커뮤니티 관리자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욕설로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지만, 대부분 삭제 차원에서 끝나는 수준”이라며 “게시판 정화가 시급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욕설관련 글을 삭제했을 경우, 더욱 심한 욕설로 다시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또 다시 삭제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 사이트들의 비방 글의 대부분은 GM(게임 운영자)에 대한 욕설이 가장 많았다.

특정 유저들의 의견에 대해서 이유 없는 욕설이 그 뒤를 이었다. 게임업체들은 대부분 ‘글 삭제’ 이외에는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시판의 사이버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운영자에 관한 욕설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에는 특정 운영자만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유저들의 의견에 대한 비방도 유저들의 신고 없이는 고발이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터넷 상에서 실명확인을 할 수 있음에 불구하고 피해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사이버 폭력상담 부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사이버 상 모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게임 사이트는 물론, 온라인게임 상에서도 사이버 폭력에 대한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신고상담팀 강정주 씨는 “게임관련 사이버폭력을 따로 구분하고 있지 않아 수치로 나타내기는 힘들지만, 게임관련 상담이 매우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측은 채팅상에서 발생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사자 이외의 유저가 볼 수 있는 상태임이 인정되는 경우, 사이버 명예훼손죄 내지는 모욕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게임 내의 욕설은 명예훼손을 넘어서 폭력사태까지 몰고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게임평론가 정제훈 씨는 “게임 상에서 욕설이 오고가다가 감정이 격해져 현실에서 만나 폭력사태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며 “게임상의 욕설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유저 ‘무개념’, 게임사들은 ‘나 몰라’
게임상의 사이버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유저들 심각한 인식부재, 게임업체들은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경향게임스> 자체 설문결과 유저들의 73.4%가 게임 내의 욕설이 ‘큰 문제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대부분의 유저들이 자신들이 한 욕설이 모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fhwlrtm’라는 아이디의 응답자는 “게임 내에서 반말은 기본, 가벼운 욕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flower78’이라는 아이디의 응답자는 “상대방에게 심한 욕설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욕설이나 비방을 당한 피해자의 경우 온라인게임 상에서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상대방을 죽이고 싶은 만큼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가족과 함께 게임을 하는데 이런 욕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다’ 등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강정주 씨는 “게임상에서 이루어지는 욕설의 경우, 채팅 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오는 7월 시행되는 인터넷실명제에 맞춰 명예훼손 분쟁 조정부를 신설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강정주 씨는 “조정부가 생기게 되면,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체들은 인터넷실명제가 게임 사이트가 제외됐다는 소식에 이번 사태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게임 내에 밸런스와 버그, 작업장, 자동사냥 유저들을 잡는데도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 한 게임업체 GM은 “욕설과 관련된 스샷을 받고 있지만, 몇 시간 채팅 금지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고한 유저들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시판 관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한 욕설에 대한 ‘삭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실명제 영향권 밖, 유저, 게임회사 모두 무관심 속에서 게임 내 사이버폭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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