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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 현금거래, 마주오는 두 기관차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7.03.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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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태 후폭풍, 게임계로 불똥 튀나’.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 논란과 함께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로 확산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 게임업계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고스톱 및 포커류 등 웹보드 게임에 한정된 현금거래 전면금지가 오는 4월부터 시행된다. 여기에 ‘MMORPG 장르를 추가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쟁점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사와 중개사, 정부의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는 때 아닌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정부부처-게임사-중개사 “법령에 찬성”, 유저들 “말도 안돼”
- 말 따로 생각 따로 ‘누구를 위한 법령인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

사이버머니는 규제! 아이템은 제외?
지난 1월 19일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이 중 32조 제 1항 7호에 따르면 “누구든지 게임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게임머니, 경품)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하는 행위를 업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4월 19일부터 중개사이트를 통한 온라인게임의 사이버머니 거래가 전면 중지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현금화가 용이한 사이버머니 외에 온라인게임 아이템에 대한 논의는 당시의 치열한 공방 속에도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현재 문화관광부는 제 2차 공청회를 열고, 대통령령의 하위 법령을 발표할 계획이다. 문제는 해당 법령에 MMORPG에 대한 규정이 포함돼 있는 것. 대통령령에는 명백히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게임머니를 생산해내고 있는 작업장에 대한 규제와 이를 중개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법령으로 인해 온라인게임 현금거래 시장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은 형성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문화부, 사행성 근절 위한 최선의 선택일 뿐
현재 문화관광부는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가 사회, 문화 및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 조사중이다. 이후 MMORPG 장르의 유저들 간 아이템 거래에 대해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문화관광부 신종필 사무관은 “MMORPG 장르라고 해서 특혜를 두고 있지 않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보됐을 뿐이다. MMORPG 내에 도박, 사행성 요소가 있다면 심의등급 문제는 물론, 웹보드 게임에 관한 법령이 적용된다. 따라서 해당 게임에 대해서는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작업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작업장에 대한 규제와 이를 중개하는 것은 반드시 금지시킬 계획이다. 이는 작업장이 지니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및 국내 자금 유출 등 불법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 적을 두고 있는 작업장의 경우, 단속이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중개사이트의 현금거래를 전면 중지시켜 문제의 소지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행성 논란은 개인정보 및 불법 국내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자리매김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개사이트들은 비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이번 법률 제정은 국내 몇몇 대표 온라인게임사들의 외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게임사, 오히려 늦은 감 없지 않아
게임사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온라인게임의 현금거래 규제 법안과 관련,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현금거래로 인한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 NHN의 노수진 과장은 “현금거래가 활발해야 게임이 성공한다는 속설은 과거 이야기다. 오히려 부작용을 방지키 위한 비용 손실액만도 상당하다며 “법 제정으로 인해 약간의 매출 손실은 있을 수 있겠으나, 실추된 게임 및 기업 이미지를 상승시키는데 오히려 크게 일조할 것이다. 웹보드 게임뿐만 아니라 MMORPG의 현금거래 금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역설했다.

CJ인터넷의 이선희 차장 역시 “게임머니를 거래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사회적인 부작용을 생각할 때 당연히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윤진원 과장도 “현금거래 적발시 계정 블록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러한 법령 완성은 대찬성”이라고 전했다. 웹젠과 네오위즈 등 대다수 게임사들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사들은 정부에서 해당 법령을 시행할 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일부 게임사들은 중개사이트에 자사 게임을 등록해 줄 것을 간청하는 등,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중개사, 국내법 무시는 있을 수 없는 일
아이템 현금거래 전면금지와 관련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중개사이트들. 이들 역시 법이 제정될 경우, 일단은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아이템 매니아 하영석 이사는 “지난 해 8월부터 웹보드 게임에 관한 거래를 금지시켰다. 매출은 감소됐지만, 사행성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를 낳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만약 법의 규제가 MMORPG로 확산될 경우, 중개사와 유저, 게임사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아이템 베이의 한 관계자 또한 “해당 법령에 대해 찬성한다. 웹보드 게임의 현금거래를 전면 중지시켰으며, 작업장 역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내부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수익이 발생하기 않는다고 해도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업을 전개할 수는 없는 일인 만큼, 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중개사이트들은 현재 자사의 권익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자산유통협회를 출범시키고, MMORPG의 현금거래 전면중지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저들, 주먹구구식 법안일 뿐
<경향게임스>는 지난 2월 17일부터 22일까지 총 6일간 서울과 경기 지역 유저 313명을 대상으로 ‘아이템 현금거래 전면금지에 대해’에 대한 설문을 폈다. 그 결과, 유저들의 입장은 정부 부처와 게임사, 중개사이트와는 크게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총 165명(52.7%)에 달하는 유저가 현금거래 전면금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찬성은 31명(9.9%)에 불과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유저들은 ‘수요가 있으면 당연히 공급이 뒤따르는 것을 법을 통해 강제로 제재하는 것은 오히려 더욱 큰 부작용만을 낳게 될 것’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 음성적인 직거래를 통한 폭력, 사기 등의 사건 발발(51.1%) ▲ 해외 중개사이트 이용에 따른 외화 낭비 초래(24.4%) ▲ 게임의 역기능 강조(9.5%) ▲ 유저 감소(3.3%) 등의 이유를 들었다. 유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놓친 즉흥적인 주먹구구식 법안은 역기능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총 3일 동안 게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유저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지난 266호 초이스 참조). 설문에 응한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자 중 52.8%가 ‘중개사이트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반대는 19.8%에 그쳤다.

도마 위에 오른 현금거래
수년째 지속돼온 현금거래 논쟁. 이에 대한 업계와 정부부처, 중개사의 입장은 ‘찬성’쪽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사활이 걸린 중개사들은 법 제정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실력 행사를 펴고 있다. 몇몇 게임사들은 오히려 중개사이트에 자사 게임 등록을 간청하고 있다. 개발자들과 유저들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법령은 완성된 상태”라며 “문화관광부의 공청회는 단순히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귀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게임전문가 홍성민 씨는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가 사행성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라며 “작업장에 대한 개념 역시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금지 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MORPG 장르에 대한 현금거래 전면금지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다분한 만큼, 매우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원공과대학 송현주 교수는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던 현금거래의 법안 완성은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보다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조사 유저들까지 참여한 형태의 공청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또다른 온라인게임 전문가인 게임분쟁연구소장 정준모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불분명한 법률만이 존재할 뿐”이라며 “적용 기준에 대해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올바른 법 제정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또, 규제를 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만큼 차라리 현금 거래를 경제현상으로 인정하고 해킹, 탈세 등 부작용에 대한 제재를 우선시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이상적인 법안 마련 앞에, 또다시 실력대결로 이어지고 있는 현금거래 논쟁의 종지부는 여전히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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