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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사마의 게임캠퍼스 이야기 6회] 언어가 소통의 전부는 아니다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3.03.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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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학기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매년 동일한 과제를 던진다.
특정 주제에 대해 5분 스피치를 준비하고 이를 셀프카메라로 촬영하는 내용이다. 단, 첫 번째로 찍은 동영상은 제출하지 말고, 두세 번 찬찬히 살펴본 후 다시 촬영해서 제출하라고 지시한다.
과제를 제출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자신이 말하는 모습을 매우 낯설어하고 멋쩍어한다. 동시에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언변의 문제뿐 아니라 표정이나 손짓과 발짓, 그리고 눈빛이 참으로 어색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과제를 내주는 목적이 바로 그 점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들은 대부분 말을 참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소통’하기 힘들어 한다. 소통이 단순한 언어 전달이 아니라면, 과연 우리 중 얼마나 소통하며 살고 있을까? 게임 업계의 많은 개발자들은 개발에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나 기획에서 소통이란, 알파요 오메가와 같다고 말한다. 이런 중요한 부분을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필요성조차 못느끼고 있다는 것이 맞다. 얼마나 기획서를 잘 쓰고, 파워포인트 문서를 잘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할 뿐이다.

인간의 의사 소통에서 불과 5%밖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어라는 수단에 모든 것을 의지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연 그것만으로 게임 개발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다양한 개성의 개발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게임 개발은 일정한 생산 라인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제조업과는 참으로 다르다. 한 팀을 이루고 오랜 시간과 생각을 공유하는 작업에서 매뉴얼이란 존재할 수 없다.
최소한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말하기 기법이 필요하다. 나의 말하는 방법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수 십장의 기획서보다 몇 컷의 그림이 의사를 백퍼센트 전달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 다음이 언어다.
이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수업 시간에 기획과 1학년들에게 10분간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서로 의사소통하기’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A4용지 한 장과 연필을 꺼내 들고 학생들은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10분 내내 학생들은 킥킥거리며 상대방과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훌륭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통했다. 언어가 소통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느끼고 있었다.

글 |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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