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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범죄의 배후

  • 황지영 기자 hjy@khplus.kr
  • 입력 2013.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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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게임을 알콜,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하면서 게임산업에 먹구름이 낄 조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표정은 대단히 상기돼 있습니다. 한 게임업계 마케터는 “그럼 내가 다니는 기업은 마약회사, 그리고 나는 마약상이냐”며 분개하더군요. 사실 이 논리대로라면 기자 역시 마약제조자부터 밀매상까지 만나고 다니는 범죄자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실 게임이 도마에 오르는 타이밍에는 사회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의 배후에 게임이 있었다는 뉴스가 함께 뒤따릅니다.

가령 ‘최근 살인사건을 일으킨 김모 군이 000게임에 중독돼 있었다’는 뉴스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현 미디어는 김모 군이 사건을 저지르기 전 TV시청을 했는지, 축구시합을 했는지, 또는 밥을 먹었는지, 친구와 싸웠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그가 게임을 즐겼는지 아니었는지를 확인한 후 그것이 전자였을 때에는 게임을 범죄를 연관시켜 자극적인 뉴스를 만들어냅니다.
게임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요즘 분위기라면, 어떠한 흉악한 범죄자이든 게임을 즐기지 않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희박한 수치만큼 게임 역시 전 국민이 즐기는 여가생활로 떠오른 까닭입니다.

그것이 게임산업이 누명을 쓴 것을 지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이 대중화될수록 현재의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으면 앞으로도 게임은 주요 범죄의 배후에 빠질 수가 없습니다.
기자 역시 과거 한 게이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를 본 후 담당 형사에게 문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앞뒤 사정은 물어보지도 않고, 범인이 어떠한 게임을 했는지를 문의했고, 인터넷 기록에 따라 이내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편견에 의해 조사되고, 취재되는 사건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진실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관행을 고치지 않는 한 왜곡의 위험성은 언제나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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