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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스마트폰 대신 무관심을 끈다면

  • 정광연 기자 peterbreak@khplus.kr
  • 입력 2013.12.2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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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 많은 만나고 대화하고 배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대부분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현대 사회의 소통 불능이라는, 약간은 과도한 화두로 넘어가고는 하는데 이때 꼭 등장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대충 정리하자면 스마트폰 때문에 서로 얼굴 볼 일도, 이야기 나눌 기회도 없다는 것이 단골 레퍼토리다. 오랜만에 송년회를 가졌는데 일행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카톡을 하느라 멀뚱 시간만 보냈다는 하소연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결론은, 이 차가운 현대 사회의 단면에는 스마트폰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종종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변 사람들의 얼굴 한 번 마주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다. 그런데 내 기억에는, 스마트폰이 없을 때도 사람들은 MP3로 음악을 듣느라 주변을 의식하지 못했다. MP3 전에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고 기억난다. 그렇지 않음을 찾으려면 지하철이 등장하기 않았을 때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때문에 외로워진 게 아니라 외로워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회적 소통이라는 커다란 문제가 스마트폰이라는 사물 때문에 흔들리거나 무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회 현상은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지 하나의 매개체로 인해 사회 현상이 야기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 때문에 외로워질 가능성은,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따뜻함이 필요한 연말이다. 그 따뜻함을 전하지도, 받지도 못하고 있다면 아마도 다른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는다고, 당장 대화가 시작되지는 않는다. 대화와 소통이라는 것은 그만큼의 준비와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끄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소통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무관심부터 꺼야하지 않을까. 그래야지만 조금 덜 외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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