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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효자 종목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4.10.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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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아시안 게임이 지난 10월 4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로 종합 2위를 달성해 눈부신 전과를 이뤄냈다. 이번 대회에는 양궁, 볼링, 펜싱, 태권도 등 소위 ‘효자 종목’들이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아시아 스포츠 강국’이라는 명성을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됐다.
같은 시각 부산에서는 동시접속자수 500만명, 전 세계 4천만명이 즐기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8강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경기는 생방송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3,200만명이 동시에 시청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실상 글로벌 e스포츠 축제가 열린 셈이다.
이번 8강전에서도 총 8팀 중 3팀이 한국팀이었고, 그 중 2팀이 4강전에 오르기까지 했다. 삼성 갤럭시 화이트와 블루는 올해도 우승 후보 1순위로 손꼽힌다. 한국 예선전을 통과하는 것이 롤드컵 우승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로 넘어오면 아예 비교가 불가능하다. 세계 랭킹 기준으로 16강을 뽑는다고 한다면 16명이 모두 한국인일 정도로 국내 프로 게이머들의 점유율이 높다.
왠만한 게임들의 우승팀 혹은 최강팀을 꼽는다면 항상 ‘한국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따지고 보면 e스포츠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 우리나라다.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다.
그런데 막상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비교해 보자면 대우가 하늘과 땅 차이다. e스포츠 챔피언들에게는 병역 면제도, 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영웅’취급을 받지도 못한다. 같은 효자들이지만 유독 e스포츠 메달리스트들은 차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프로게이머들이 타국의 클럽팀에 합류, 사실상 노선을 달리하는 분위기다. 과거 ‘이제동’이나 ‘장재호’와 같은 걸출한 프로게이머들을 시작으로 ‘인섹’,‘제로’에 이어 ‘카카오’, ‘루키’와 같은 유명 선수들이 줄지어 해외로 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국내에서의 대우 보다 해외에서의 환대가 더 끌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게이머들을 잡을 방법도 그리 마땅치 않다. 애국심을 강요하기도 힘들다. e스포츠 강국이라는 명성 뒤에는 씁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들을 효자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들이 당당히 태극 마크를 달고 영웅 칭호를 받을 수 있을까. 정부의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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