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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LOVE] <1>

  • 이복현
  • 입력 2002.07.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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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일째다.
스치듯 우연히 지나친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하루종일 마린카페에서 미팅을 하고 또 하고 있는 것이. 삼일 전 네추럴랜드에서의 일이다.
장미와 버섯을 채집하기 위해 네추럴 랜드를 서성이고 있을 때 레몬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내 앞을 지나갔다. 그녀는 아주 귀엽고 깜찍한 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발랄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뛰어가고 있었다.

마치 그녀에게서는 상큼한 레몬향이 나는 것 같았다. 초록 잔디밭 사이에 커다랗게 핀 백장미를 발견했으나 그녀의 모습과 향기에 반한 나는 꼼짝할 수 없이 굳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줄곧 그녀만 생각하고 있다.
그녀를 다시 한번 만나기 위해 네추럴 랜드를 비롯해 테크랜드, 해변가, 마린카페를 비롯하여 위험한 미로지대까지 서슴지 않고 헤매고 있다. 행여나 오늘은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하여…
그녀를 만나게 되면 선물하기 위해 어제는 페트샵에서 냥냥이를 한마리 사기도 했다.

정작 냥냥이를 사기는 했지만 이 녀석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알에서 깨어나고 나면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프다고 울어댈텐데…. 분유도 많이 사놓아야 하고 놀이기구도 사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귀찮고 힘이 들어도 그녀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면 모든 것이 행복함뿐이다. 하얀 솜털을 가진 냥냥이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기뻐할지 정말 궁금하다. 레몬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와 정말 잘 어울릴 것이다.
어쩌면 오늘은 정말 그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은행으로 가서 그 동안 열심히 채집한 장미꽃들과 버섯, 그리고 힘들게 바다에서 잠수를 해가며 모아둔 미역과 조개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큰맘 먹고 진주 두 알도 품속에 간직한다. 백화점엘 가기 위해 테크랜드로 향한다. 수중에 너무 많은 돈과 아이템이 있어 위험함을 느낀 나는 평소엔 절약하느라 잘 이용하지 않는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한다.

테크랜드로 가는 길의 중간중간엔 각종 물품들을 거래하려는 이엑스랜드의 주민들로 북적인다. 그들 중 악의가 없어 보이고 가장 조건이 맞는 주민 하나를 만나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팔았다. 가격도 후하게 받은데다 워낙에 친절하게 대해준 것이 너무 고마워 축복 기술과 응원기술을 선사하고 돌아섰다. 축복 기술과 응원 기술을 받은 착한 주민은 일정 시간동안 체력소모 없이 달릴 수 있고, 복권을 살 때도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친절한 말 한마디와 정직한 거래에 매료된 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테크랜드의 백화점에 도착했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왔던 물건들을 팔아 생긴 돈으로 백화점에 들어가 머리를 새로 하고, 성형쿠폰을 구입해 수술도 했으며, 그녀에게 프로포즈 하기 위해 반지도 하나 샀다. 반지가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에 끼워지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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