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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시티] 내 조이몬 일기 <4>

  • 이복현
  • 입력 2002.06.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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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무찬!! 오랜만인데~”
“어 대박이형!!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럼~ 나야 늘 잘 지내지. 여기서 뭐해?”
“아련변신반지 하나 살려구 둘러보고 있었지. 근데 형은 여기서 뭐해?”
“응, 급하게 돈이 좀 필요해서 황금돼지코 팔러 나왔어.”
“엇!! 나 아직 황금돼지코 한번도 못 껴봤는데… 나 잠깐동안만 껴보면 안돼?”
“음…… 그래~ 잠깐만 껴보고 다시 줘.”
나는 무찬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황금돼지코를 잠시 빌려주었다. 황금돼지코를 받아는 무찬이는 매우 좋아하며 내 주위를 뛰어다녔다. 잠시 후 나는 무찬이에게 황금돼지코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찬이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무찬아 이제 황금돼지코 그만 돌려줘.”
“……”
“야, 장난치지 말고 황금돼지코 달라니깐.”
“누구세요??”
황당했다. 날 모르척 하다니… 무찬이는 나에게 ‘누구냐?’고 물어본 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다가 곧 자취를 감췄다. 난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그렇게 친했던 무찬이가 나에게 사기를 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늘이 깜깜해졌고, 머리 속은 텅 비었다. 잠시 후 나는 정신을 차리고 경찰서에 들러 조이 경찰에 사기신고를 한 뒤 집으로 힘없이 돌아왔다. 텅 빈 방을 신나게 뛰어다니던 몬키가 나를 반겼다.
“아빠~ 러닝머신 사왔어여?”
“아니. 못사왔는데… 지금 아빠가 돈이 없어서 다음에 사줄게.”
“웅…나 러닝머신에서 뛰고 싶은데…”
조금 전까지 방안을 신나게 뛰고 있던 몬키는 많이 실망한 표정이다. 나는 몬키가 심심하지 않게 언어, 춤, 코스프레 훈련을 계속 시키며 시간을 보냈다. 몬키는 내가 가르쳐주는 것을 잘 따라하기는 했으나 예전과 다르게 표정이 약간 어두웠다.
몬키를 훈련시키고 놀아주면서 3일이 지나갔다. 그 동안 나는 조이시티 게시판에 나에게 사기를 친 무찬이를 찾아달라는 글을 올려 조이시민들에게 내 상황을 알렸다. 몬키와 함께 놀고 있으면 이따금씩 다른 유저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가 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힘이나긴 했지만 조이경찰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욱 더 답답해져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몬키의 음식이 또 바닥이 났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다시 곡괭이를 메고 숲으로 향했다. 마음이 무거우니 일하는 것도 평소의 배로 힘들었다. 왼팔이 또다시 아파왔지만 몬키를 위해 더욱더 열심히 일했다. 꽤 많은 광석들을 모은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시티의 잡화점으로 돌아와 캐낸 광석들을 삥으로 환전한 후 몬키의 음식을 사기 위해 조이몬상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엇!! 얼마전 황코(황금돼지코)사기 당하셨다면서요?”
어느새 유명인사가 되었나보다..-_-;;
“조이몬 음식 사러 왔어요. 옥수수 스무개만 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근데 범인은 잡혔나요?”
“아뇨. 아직 안잡혔어요. 조이경찰에서 연락이 없네요.”
“곧 잡힐거에요. 요즘에 그 무찬이를 본 목격자도 많더라구요. 조만간 잡힐 것 같으니 힘네세요~ ^^”
“네. 고마워요. 다음에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조이몬상점 점원의 말을 들으니 조금 힘이 났다. 목격자가 많다니 곧 잡힐 것도 같았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옥수수를 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집안이 조용했다.
“몬키야 자니? 옥수수 사왔어. 일어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나는 깜짝 놀라 방안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몬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깐 산책을 갔겠지 생각했지만 밤이 될 때까지 몬키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몬키는 가출을 한 것 같았다. 텅 빈 방에 혼자 앉아있으니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가보로 내려오던 황금돼지코를 잃어버리고 몬키 마저도 가출을 하다니… 방 한구석에 놓여져 있는 부화기가 눈에 들어왔다.
몬키가 아직 알일 때 사용하던 부화기를 보고 있으니 몬키를 처음 구입했을 때부터 몬키를 훈련시키며 기뻐하고 돈이 없어 힘들었던 장면들이 내 눈앞을 지나갔다. 몬키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생각하고 있으니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었다. 나는 몬키를 찾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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