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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시티] 내 조이몬 일기 <1>

  • 이복현
  • 입력 2002.06.1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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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창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노는 소리에 잠이 깼다. 지난 주 아내와 이혼한 뒤로는 재미있는 일이 없다. 내가 왜 이혼을 했냐구?? 이혼을 했다기보다는 이혼 당했다고 해야지. 결혼한 뒤로는 귀찮아서 돈을 잘 안 벌어왔거든. 에구. 돈이나 많이 벌어놓을걸, 위자료까지 주고 나니 돈도 별로 없고. 뭐 재미난 일 없을까. 친구한테 전화나 해봐야지.
“따르릉~”
“여보세요?”
“야~ 나 대박인데 뭐하냐? 심심한데 미니게임 한판 어때?”
“지금 조이몬 교육시키고 있어. 바쁘니깐 끊어.”
“야.. 조이몬 그거 교육 못시키잖아. 말도 못하는 조이몬이 뭐가 재밌다고.”
“저번 주에 조이몬 업그레이드 됐잖아. 얼마나 귀여운데. 바쁘니까 끊어라~ 딸깍”
뭐? 조이몬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저번 주에 이혼문제로 정신이 없었는데 조이몬이 업그레이드 되었나보네. 심심한데 잘 됐다. “자기야~ 우리도 조이몬 키우자~~ 참, 이혼했지.”
나는 혼자서 천천히 조이몬 상점으로 향했다.

드디어 도착한 조이몬상점. 친절한 NPC점원이 날 반긴다.
“어서오세요~ 조이몬 상점입니다. 조이몬 구입에서부터 조이몬 음식, 각종 조이몬 관련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어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
일단 조이몬을 먼저 구입해야지. ‘키유’, ‘피유’, ‘치유’ 세가지 종류가 있군. 다른 놈들은 괴물처럼 생겼고 제일 사람하고 비슷하게 생긴 치유가 좋겠다.
“‘치유’ 건강한 놈으로 하나 주세요”.
“네~ 조이몬은 처음 구입하시면 알인 상태입니다. 알은 직접 집으로 배달해 드리고 있어요.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쇼팽시티 모짜르트 아파트 3동 812호에요.”
“네~ 금방 배달해 드릴께요. 그런데 부화기가 있으면 훨씬 빨리 깨어나거든요? 하나 구입하시는게 좋을텐데. 없으면 부화하는데 1주일도 넘게 걸려요~”
“네?? 그렇게 오래 걸려요? 그럼 부화기도 하나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치유 알이 30,000삥, 그리고 부화기가 29,900삥, 모두 59,990삥입니다. 배달은 무료로 해드리고요. 덤으로 조이몬 음식인 옥수수를 하나 드릴께요.^^”
“여기 6만삥이요. 거스름돈은 필요 없어요~ 안녕히 계세요.^^”
조이몬은 생각보다 비쌌다. 부화기도 왠지 상술에 속아 산 것 같지만 그래도 설레는 기분으로 집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집에 도착하니 조이몬 알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정말 빨리 배달해주는군. 하핫 거스름돈을 받지 않아서 그런건가? 어쨌든 나는 조이몬 알을 부화기 위에 올려놓았고 부화기 위에 올려진 조이몬 알을 보니 왠지 흐믓해졌다.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는데 언제쯤 깨어날는지…. 나는 당장은 할 일이 없었으므로 잠깐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 한참을 고민한 나는 목적지를 사람이 많은 ‘루팡시티’로 정했다. 시외버스를 타고 ‘루팡시티’로 가는 도중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평화로워 보였다. 평소보다 사람이 조금 없는 듯 했지만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잠시 후 버스는 ‘루팡시티’에 도착했고 나는 재밌고 신나는 일을 기대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루팡시티’에서 가장 사람이 많다는 중앙광장에 도착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걸어다니기도 힘든 중앙광장에 대여섯명의 사람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영문을 몰라 옆에 있던 한 여자꼬마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꼬마야~ 오늘 여기 사람이 왜 이렇게 없지? 무슨 일이 생겼니?”
“요즘 사람들이 조이몬 부화시키느라고 밖에 잘 안 나와요. 조이몬 알은 주인이 방에 있으면 더 빨리 깨어나거든요. 아저씨는 그런 것도 몰라요?”
“그래?? 알았다 꼬마야 고마워~~”
이런 멍청한 상점 직원같으니라고. 그런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지 않다니. 나는 거스름돈 10삥을 아까워하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니 기분탓인지 조이몬 알이 나를 반기며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조이몬 알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혹시 금이 간 곳은 없나 흠집은 나지 않았나 살펴보았다. 다행히 아무런 흠집도 없었고, 자세히 보니 내 알이 참 귀엽게 생긴 것 같았다. 나는 괜히 빙그레 미소를 띄며 옆에서 조이몬 알을 계속 지켜보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고 조이몬과의 첫날은 저물어갔다.
다음날 아침 나는 한참 달콤하게 잠을 자다 조이몬 알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조이몬 알이 있던 곳을 돌아보니 기대와는 달리 아직 깨어나지 않고 동글동글 귀여운 알 상태였다. 흠…. 역시 금방 깨어나지는 않는군. 하고 생각하는 순간 조이몬 알이 조금 움직였다. 나는 깜짝 놀라 계속 쳐다보았고 조이몬 알은 금새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깨졌다. 깨진 알껍데기 사이로 막 태어난 ‘치유’가 귀여운 눈으로 날 보고 있었고, 난 가슴이 뭉클해졌다. 우린 그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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