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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글로벌 스타 '뚱!' 이번엔 게임한류 '주역 되겠다'

  • 김동욱 기자 kim4g@khplus.kr
  • 입력 2015.05.20 23:16
  • 수정 2015.05.2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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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쓰리매치(3X3)의 애니팡류 캐주얼 게임은 여전히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조용한 인기몰이중인 모바일 쓰리매치 게임이 있다. 신생 개발사 지오팝스가 만들고 직접 서비스중인 '패션왕 뚱(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ziopops.ddungpang )이 그 주인공이다.

 

그 인기의 이면에는 복스럽게 생긴 이웃집 소녀같은 토종 캐릭터 '뚱(www.ddung.net )'의 저력이 숨겨져 있다. 아직도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만, 뚱은 캐릭터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고참격이다. 뚱의 캐릭터 상품만 해도 무려 5,000종이 넘는다고 하니 그 잔잔한 인기를 실감케 한다. 태어난 해가 2003년이니 뚱은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 소녀 캐릭터 '뚱', 그녀가 궁금했다. '뚱'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디자인 설' 서민수 대표를 안산의 아담한 양옥집을 개조한 그의 작업 공간에서 만났다. 
 

13살 된 뚱이 아빠치곤 꽤 젊은 인상이었다. 나이보다 열살은 어려보이는 서 대표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떤다. 엄밀히 말하면 뚱은 그와 함께 미술을 전공한 가족이자 동업자(?)인 아내가 처음 만들어낸 작품이다. 2002년의 일이다. 임신 중이던 서 대표의 아내는 딸을 낳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내비치며 곱슬머리에 양 갈래를 묶은 '뚱'을 창조해냈다. 

부부가 미술학도 출신이다 보니, 그림 그리는 데는 자신 있었지만 사업에는 젬병이었던 모양이다. 의욕만 가지고 시작한 캐릭터 비즈니스에서 서 대표는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쳐댔다.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캐릭터 업계에 만연해 있던 관습에 무작정 따르고 싶지 않았다. 자신만의 확고한 캐릭터 철학이 있었다. 게다가 과거 다녔던 유명 디자인 회사에서 밑바닥부터 배우고 쌓아온 노하우가 그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됐다.
"영화 대사같은 말이지만, 나만의 예술적 창조력을 돈 몇푼에 쉽게 팔아넘기고 싶지 않았어요." 뚱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고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작업실 문턱이 닳도록 찾아왔지만, 그는 뚱이를 그렇게 쉽게 입양보내고 싶지 않았다. 

기본 설계도,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시장에 나온 캐릭터들과는 근본적으로 갈 길이 달랐다.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설계도와 매뉴얼을 준비했다. 사소하게 보일 지도 모를 세세한 색감까지도 꼼꼼하게 체크했다. 탄탄한 기둥이 서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캐릭터 비즈니스였다. 노하우가 쌓인 큰 기업에서 차근차근 훈련받은 대로 하나씩 풀어나갔다.

국산 캐릭터의 인기곡선은 급격한 상승세를 그리다 일정 시점에서 곤두박질치는 게 보통이다. 그만큼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간다는 건, 이 업계에선 기적같은 일이다. 그러나 뚱은 10년 이상 계단식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나 초기 애니메이션도 없이 출발한 뚱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이례적 케이스다.

 

실제로 뽀로로나 포켓몬 등 속칭 인기 캐릭터는 대부분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원작으로 시작됐다. 매스미디어의 인기를 등에 업고 머천다이징화가 시작되고, 이후 영화, 출판, 뮤지컬, 프랜차이즈 등 제 3의 사업으로 파생된다.

그러나 뚱은 달랐다. 서민수 대표는 말한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캐릭터를 (조금 이상한 비유일 지 모르지만) 평민으로 시작해, 인기를 얻어 갑자기 왕족이 된 경우라 생각합니다. 반면, 캐릭터 제품으로 첫발을 내딛고 이후에 애니메이션화되고 다양한 머천다이즈 상품의 인기로 이어지는 경우를 가장 귀족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생의 다름에서 비롯되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서대표만의 캐릭터 철학이 느껴진다. 디즈니 캐릭터나 헬로키티같은 경우가 그의 철학을 뒷받침한다. 이들은 최초부터 완벽한 캐릭터 설계에 의한 매뉴얼이 준비된 상태에서 사업이 전개됐다. 뚱이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귀족적인 방식을 따른 것이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내놓은 뚱이였지만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올리기에는 생각처럼 녹록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해외 시장을 뚫기로 마음 먹는다. 그 때부터는 외국에서 열리는 캐릭터페어에 쉬지 않고 뚱이를 데리고 다녔다. 007 가방 대신, 초대형 여행용 가방을 들고 조금 과장해 5대양 6대주를 마치 상사맨처럼 누볐다. 어느 해에는 열번을 넘게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다. "당시에 두바이에서 캐릭터 전시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뚱 캐릭터 상품을 한가득 들고 간 적도 있었죠. 정부 지원도 없던 때라 제 돈으로 무슨 보따리 장수처럼 뛰어다녔어요."

그렇게 몇년을 뛰어다니다 보니, 조금씩 해외에서 뚱 캐릭터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뚱'은 중국 CCTV 어린이 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단다. 중국에서는 일본 산리오의 헬로키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의 중국인이나 동남아인들은 뚱을 자국 캐릭터로 오인할 정도라서, 현지의 짝퉁 제품도 불티나게 팔릴 정도란다. '뚱'은 중국, 대만, 홍콩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천여종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서 대표는 "어느 해외 전시회에서 만난 한 노인이 뚱을 보고 놀라며 하는 말이 "아시아에도 이런 캐릭터가 있었냐"고 하더라구요. 우쭐해서 열심히 설명을 해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스폰지밥을 만든 회사의 회장이더라구요." 그는 디즈니사의 대표를 직접 만난 적도 있고, 세계 굴지의 애니메이션 기획사로부터 놀랄 만한 투자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단다. 서 대표는 외부 투자로 인해 자신이 꿈꾸는 캐릭터 월드가 훼손되는 것이 싫었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은 거절하고 말았다.

2014년 어느날, 지인의 소개로 뚱을 게임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지오팝스 허두범 대표를 만났다. 서 대표도 학창 시절 게임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 적이 있어, 게임 개발의 생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밝은 편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고, 끈기와 불타는 열정이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의기투합하는 데까지 채 몇분도 걸리지 않았다. "허 대표님의 눈빛에서 강한 열정과 신뢰를 느꼈어요. 이 사람이라면 뚱이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함께 나가줄 수 있을 것 같았죠." 서 대표는 그 자리에서 뚱이의 게임과 디지털화에 관한 모든 권한을 지오팝스에 일임했다. 

 

수개월간의 작업 끝에 2014년 11월 뚱이는 '패션왕 뚱'이란 이름의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됐다. 구글플레이에 피처드되는 등 행운도 따랐고, 3개월만에 24만 다운로드라는 의미 있는 실적도 올렸다. 원작 캐릭터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일본, 대만, 태국, 홍콩, 마카오 등에 잇달아 서비스하며 뚱의 글로벌 행보에 발을 맞춰나가고 있다.

뚱이 아빠 서민수 대표는 오늘도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소녀와 함께 '뚱 캐릭터 월드' 건설에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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