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로그라이크’ 게임이 현재 MMORPG의 원조가 되는거죠. 그리고 그 게임들 중 최고봉은 단연 ADOM(Ancient Domains Of Mystery)을 꼽습니다. 여러분은 시뻘건 불을 내뿜는 거대한 용을 보고 두려움에 떠십니까? 최근 게임들은 실제 용을 방불케 하는 그래픽 덕택에 이러한 느낌이 들 법도 합니다. 그러나 ‘ADOM’에서 용은 단지 ‘D’라고 표시될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D’를 보고 두려움에 떤다면 당신은 정말 ‘ADOM’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픽 부분을 제외한다면 ‘ADOM’은 정말 게임내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환상적인 자유도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굶어 죽는 현실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니까요. 10종의 종족, 20개의 직업, 12개의 별자리를 통해 완벽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며 100여명의 NPC와 아이템 역시 수백 종에 달하기 때문에 아무리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 방대함을 자랑합니다. 조작 역시 키보드의 모든 키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귀를 판다던가 얼굴을 닦는다던가 하는 세세한 동작까지도 별도의 단축키가 존재할 정도였니까요. 압축용량이 고작 1.24메가 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죠.
사실 그래픽도 게임을 오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겹게 느껴져, 게임 진행에 그다지 방해되는 요소는 아닙니다. 오히려 사무실에 앉아 직장상사 몰래 게임을 하실 분이라면 외양상 게임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임 그래픽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ADOM’과 같은 로그라이크 게임만 보더라도 결코 그래픽이 게임의 재미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