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컬럼/기고-마나바바 이동수 이사] 사소한 ‘밸런스’ 이야기

  • 편집국 press@khplus.kr
  • 입력 2016.08.12 17:58
  • 수정 2016.08.12 18:0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가락 끝 감각이 조금씩 무뎌져 왔다. 처음엔 ‘거지 키우기’ 때문인 줄만 알았다. ‘우리 게임의 밸런스에 좀 더 정교한 타당성을 부여할 묘안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거듭할 때였다.
차츰 팔꿈치가 저려 오고 사소한 통증이 동반될 때쯤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온갖 함수가 가득한 스프레드시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요 몇 달 간에 생겨난 일이었다. 급기야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기가 힘겨워진 뒤에야 병원행을 선택했다. 몸이 내게 보낸 정중하고도 직접적인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파괴적이었다.
현상이나 상황을 간결하게 정의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도 그렇다. 감히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일에 덤벼봤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여 나름대로 다가간 게임의 정의는 ‘선택과 균형’이었다. 본시 게임의 생애란 유저의 선택으로 시작(설치)해서 게임을 즐기는 동안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한다. 마지막에는 유저의 선택으로 생애를 마감(삭제)한다.
이 선택의 모든 순간들마다 항상 긴장과 성취의 균형, 즉 밸런스가 존재한다. 버거운 목표에 대한 도전, 한계 극복을 향한 노력, 성장의 확인, 성취의 크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게임을 구성하는 궁극이 아닌가.
“거북목이시네요!” 엑스레이를 받아든 의사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목디스크입니다. 근데 왜 손이 저리고 팔꿈치가 아프냐고요? 평소에 자세가 망가진 거예요. 몸에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거죠. 평소에 자세가 망가지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거침없는 의사의 선고(?)를 들으며 웃음이 나왔다. 제 몸 밸런스 하나 못 챙기는 사람이 300만 다운로드 게임의 밸런스를 만지고 있다니 뭔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병원을 나서다가 오후에 업데이트가 예정된 밸런스 패치 생각에 뒷목이 또 뻣뻣해져 왔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은 과연 게임 밸런스인가, 내 몸 밸런스인가.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