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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스프링컴즈 배성곤 대표]게임 스타트업, 99% 실패 확률을 경험하라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7.02.23 10:15
  • 수정 2017.02.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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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틈새’ 등 나만의 경쟁력 키워야 성장 가능

창업만 3번. 그 중 둘은 열정적으로 망했다. 이후 대기업 임원으로 안정지향적인 삶을 추구했지만 결론은 다시 도전을 택했다. 스프링컴즈 배성곤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6월,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운동화를 신고 백팩을 다시 둘러맸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사람을 만나고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8개월. 배 대표가 설립한 스프링컴즈는 회사의 이름대로 봄이 찾아오고 있다. 2016년 9월 첫 모바일게임 ‘쥬얼스템플 퀘스트’를  출시한데 이어 차기작 ‘벽돌깨기 스타:스페이스킹’을 연속적으로 출시했다. 이 두 게임은 글로벌 5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자본금이 넉넉해 마케팅을 세게 밀어붙일 형편도 아니었고 두 게임의 볼륨은 다 합해도 단일 RPG 그것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좋은 지표를 얻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
배성곤 대표는 1%의 적은 성공 확률에 기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험과 사람, 그리고 자신감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우후죽순 넘쳐나는 게임 스타트업에 그가 전하고픈 메세지는 무엇일까. 배성곤 대표는 도전하는 후배들을 향한 현실적인 창업 스토리를 풀어놨다. 
 

 

배성곤 대표는 게임 1세대 사업전문가로 알려져있다. 2000년대 초반, 액토즈소프트에 입사해 지금까지 업계를 떠나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 곳 시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스프링컴즈를 창업하고 자기 사업을 하고 있지만 남의(?)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관련 기관에서 고문을 맡으면서 게임 동료, 선후배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역할도 배 대표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그런 그에게 창업 특강 제안이 자주 들어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배 대표는 게임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 사업가들에게 멘토와 같은 존재다.

낭만적 성공? 현실적 ‘실패’부터 직시

“보통 스타트업에서 멘토링을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와서 만나보면 서너명으로 구성된 회사가 많은데 그들의 명함을 받으면 CFO, CTO, CMO 등 직책으로 자신들을 소개해요. 뭐랄까. 직급놀이하는 느낌? 단언컨대 최고 경영자는 비즈니스의 온갖 역경과 치열한 전투를 겪고 승리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타이틀 아닐까요.”
배 대표는 창업 특강에 가면 칭찬보다 지적을, 성공보다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대부분이 창업을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어서다. ‘뭔가 되겠지’하는 성공에 대한 막연한 확신이 99% 실패의 원인이라고 꼬집는 그이다. 배 대표는 자신이 처음 세운 게임회사인 KB온라인을 예로 들었다. ‘슈퍼다다다’라는 온라인게임을 출시하고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만 40억원 가량 투자한 이 회사는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가족까지 뿔뿔이 흩어질 뻔한 아픈 기억이지만 그 시절을 잊지 않고 가슴에 담아두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확률적으로 99%는 창업한 뒤 3년 내에 실패한다고 봐야 해요. 냉정하게 자본금이 없다면 더욱 힘들겠죠. 성장 그래프는 10년 동안 정체될 수 있습니다. 그걸 버틸 수 있는 강한 멘탈과 비전이 있는지 스스로 봐야해요. 우리나라 게임시장 흐름이 창업하기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감은 필요하지만 1%의 성공 확률을 키울 수 있는 확실한 경쟁력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시간을 가지고 반드시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 뚜렷한 목표로 전진해야

스프링컴즈는 라이트게임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로 세워진 회사다. 첫 게임이 두 달 반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그 다음 게임은 이보다 빠른 시기에 동일 다운로드 기록을 냈다. 월 DAU(하루 평균 사용자 수)가 약 80만 명에 이르는 것은 물론, 두 게임 중 하나는 북미 재소자 마켓에 서비스되며 유래없는 비즈니스 사례를 만들었다.
향후에도 스프링컴즈는 목표한 바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원빌드로 출시될 게임은 늘어나겠지만 회사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 덩치가 커지면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이다. 배 대표가 경영 및 국내외 사업을 총괄하고, 운영이사 1명, 나머지는 게임 개발자다. 다소 빠듯한 업무량이 예상되지만 모두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우선 10년 이상 업계 잔뼈가 굵은 우리 구성원들의 업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구요. 서로의 믿음이 있으니 일단 맡기는 것이죠. 특히 시장 환경을 잘 살펴보면 이렇게 작은 소규모 게임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리회사는 구글 마켓에서 제공하는 사전 검증 단계인 AB테스트를 최대한 활용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넘길 수 있는 모바일 오픈 소스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배 대표는 점점 더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은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해외로 눈을 돌리더라도 대기업이 외면할만한 하찮은 시장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그는 오히려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했다.
“사람이 경쟁력입니다. 우리나라는 티국의 게임인재들보다 열정이나 도전정신은 타고나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문을 두들기면 언젠가 열릴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plus.kr  
  

Side Story-게임사 멘토링 역할 필요
 

 

배성곤 대표는 대부분의 창업 프로그램이 잘못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론적인 틀에 맞춰 창업을 진행하다보면 3년 후엔 빚만 남는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커리큘럼은 물론이고, 이를 가르치는 전문가들조차 실질적인 코멘트를 해주는 경우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사회환원적인 측면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단순히 자본금을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발부터 출시까지 실무 전반의 코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프로필

● 1995년    대림그룹 대림자동차 마케팅 팀
● 2000년    액토즈소프트 사업본부 이사
● 2007년    KB온라인 대표이사
● 2011년    자이언트드림 대표이사
● 2012년    액토즈소프트 사업총괄 부사장
● 2016년    現 스프링컴즈 대표이사 & 킹컴 대표이사
● 現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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