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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올드맨스 저니]삶에 지친 그대에게 ‘한줄기 빛’을 보낸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7.07.18 11:28
  • 수정 2017.07.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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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만 있어도 뭉클한 서정적 스토리
-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

한 노인이 언덕 위 작은 집에 살고 있다. 주변은 모두 산 뿐, 세상과는 조금 단절된 지역에서 홀로 사는 듯한 인물이다. 그에게 어느날 편지가 한통 배달된다. 편지를 훑어 본 그는 깊은 감상에 빠져드는 듯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 이내 뭔가 중대한 결심을 하고선 짐을 꾸린다. 작은 배낭을 등에 메고 한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정처 없는 여정을 떠난다. 아름다운 우쿨렐레소리가 울려퍼지며 귀를 자극하는 가운데 파스텔풍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는 왜 한숨을 쉬게 된 것일까. 대체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금주 인디 게임 코너에서는 한 남자의 추억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는 게임 ‘올드맨스 저니’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높은 산 위에 사는 노인이 멀리 보이는 장소를 향해 걸어간다. 얼핏 봐도 산 몇 개를 넘어야 하는 여정. 그런데 화면 끝에 도달하더니 그 높은 둔턱을 그저 폴짝 뛰어 넘어 건넌다. 다음 언덕으로, 또 다름 언덕으로 폴짝 뛰더니 금세 산 몇 개를 넘는다. 그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시간은 덧없다.

다시 한 번 세상 속으로
노인은 게임 속에서 산 넘고 물 건너 어디론가 끝없이 걸음을 재촉한다. 얼핏 보기에는 건너기 힘든 길도 그는 마다하지 않고 길을 재촉한다. 너무 먼 길을 가야 한다면 길을 당겨서 노인 앞에다 끌어 놓기만 하면 되니 그리 어려울 것 없다.
그렇다 보니 게임은 일종의 퍼즐게임처럼 진행된다. 약간의 ‘동심’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게임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한발 물러서서 동화책을 넘기듯 노인의 여정을 바라보고 또 응원하게 된다.
 

 

노인의 목적지는 꽤나 먼 것이 틀림이 없다. 흔한 자전거나 자동차 하나 없이 그저 지팡이 하나에 의지에 걸음을 재촉한다.
그는 여정 속에서 그 동안 담아뒀던 세상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면서 늘어지게 하품하는 고양이나,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기타를 치고 있는 한 젊은이, 창문을 닫으면 성질을 내는 할머니. 그는 다시 한 번 삶을 바라본다.

추억 속으로의 여행
여정이 계속되면서 노인은 힘겨운 듯 의자에 걸터앉아 과거를 상상한다. 들고 온 배낭을 내려두고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진다. 추억 속에서 그는 다부진 몸매를 가진 바다사나이다.
배를 타고 거센 바다와 싸우며 삶과 싸워 나가던 인물이다. 단편적으로 비춰진 그의 젊은 시절은 불과 같았다. 그 만큼 쌓아온 추억도 많을 터다.
그는 곳곳에서 과거를 바라본다. 젊은이들이 발코니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일 때, 그는 낮선 곳에서 만난 여인을 떠올린다. 한 젊은이들이 오래된 배를 인양하려고 할 때 그는 과거에 탔던 배를 떠올린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당신이 가진 삶의 의미는
약 1시간 30분 동안 그의 모험은 계속된다. 때로는 바다 위를 항해하면서, 때로는 폭포를 가로지르며, 때로는 높은 산을 등반하면서도 그는 모험을 한다.
그 속에서 만나는 삶과 세상은 그의 과거를 돌이켜 보는 수단이다. 때로는 웃음 지을 추억이, 때로는 씁쓸한 추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친다.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도 함께 웃고 울고 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추억 한 두개쯤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추억을 회상하면서 삶을 살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삶일지도 모른다.
 

 

기자에게 개개인의 삶을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은 없지만 적어도 이 게임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하나 남길만한 가치는 있을 듯하다. ‘올드맨스 저니(Oldman’s Journey)는 스팀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올드맨스 저니’는 …

 
‘올드맨스 저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팀 브로큰 룰즈가 개발한 인디게임이다. 올해 5월 출시된 직후 현재까지 인디게임분야에서만 총 12개 상을 휩쓸어 담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미디어나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올 한해 개최되는 인디게임 경쟁 부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게임은 포인트 앤 클릭 방식으로 지형을 옮기거나 사물을 클릭하면서 진행하는 어드벤처 게임 스타일을 띈다. 여기에 파스텔톤풍 그래픽과 어쿠스틱 사운드를 접합해 게임 내 분위기를 잡았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게임에 담기 위해 노력한 반면, 동화적인 연출과 서정적인 스토리라인을 더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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