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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게임산업과 ‘리니지 시뮬라시옹’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7.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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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Simulation)’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읽었다. 그 내용은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실체가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기술과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물은 하나의 이미지 ‘시뮬라크르’로 변환되는데, 그 과정을 ‘시뮬라시옹’이라 일컫는다.

기자는 이 이야기를 읽자마자 ‘리니지’를 떠올렸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I·P다. 그러나 엄지를 치켜세우기에 앞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진짜 ‘리니지’인가, 아니면 만들어진 허상의 이미지인가.

처음 나왔던 19년 전의 ‘리니지’는 진실로 최고였다.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게임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리니지’가 최고의 게임은 아니다. 결국 소비되고 있는 건 실제 게임이 아닌 ‘최고’라는 이미지, 만들어진 시뮬라크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들의 장기집권이 길어질수록 한국 게임산업은 그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본질보다 만들어진 이미지가 중요해진 현재로선 신흥 강호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참신함이나 탄탄한 게임성보다는 막강한 자금력에 기반한 이미지 메이킹이 우선시되는 것이 요즘 세태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중견급 업체들조차 자본의 차이 앞에서 그들의 자조처럼 ‘죽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자는 우리 게임업계에 아직 진짜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북미·유럽 시장을 강타한 ‘검은사막’이나 최근 업계 내외에서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른 ‘배틀그라운드’가 이미지 소비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이미 우리 업계는 ‘시뮬라시옹’을 차고 넘치도록 해 왔고, 이제는 이 분야 최고의 기술자가 됐다. 이제 본질로 돌아가 진짜를 만드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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