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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광기어린 게임 개발자들의 ‘지옥’구현 프로젝트

헬블레이드:세누아의 희생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7.09.04 15:46
  • 수정 2017.09.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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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 동원해 눈과 귀를 자극하는 리얼리티 구현
- 페이셜캡쳐 동원 영화 뺨치는 스토리텔링 ‘압권’

‘지옥’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일단 나쁜일 하면 사후에 가게 되는 곳이라는 정의가 일반적이다. 그 다음은 해석이 분분하다. 공교롭게도 지역마다 혹은 종교마다, 혹은 문화권마다 모두 ‘지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며, 또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영화든 소설이든 지옥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가능한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유독 게임이라는 미디어 속에서 ‘지옥’은 비교적 편한 공간이다. 그저 놀러가서 아이템을 주워오는 곳 혹은 강한 상대와 싸워서 상대방을 때려눕히는 곳이 아닐까. 매일 창조주들을 때려눕히는 설정이다보니 그런 듯 하다. 단적인 예로 ‘디아블로’를 상상해본다면 이제 떠오르는 것은 ‘공포’라기 보다는 ‘몇초 컷’이 될테니 말이다.
그런데 세계를 들었다 놓을 수 있는 강력한 전사가 아니라 흔한 마을 처녀가 지옥에 간다면 어떨까. 여기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지옥행을 택한 한 초보 여전사 세누아가 있다.
 

 

저주받은 자. 세누아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머릿속에 환청이 들리고 몸은 수시로 아픈 아이다. 그런 세누아를 본 아버지는 수시로 세누아를 학대했다. 그에게 삶은 지옥과 같은 고통이었을 터다. 불운한 삶을 사는 세누아지만 삶이 고통스러운것만은 아니었다. 그에게도 ‘사랑’이라는 행복은 있었다. 온갖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사랑이 있었기에 세누아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했다. 라그나로크. 해는 땅에 떨어져 더 이상 다시 뜨지 않으며 물은 병든다. 세계가 멸망할 징조라했다. 신이 저버린 땅에서 다시 살아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부족들은 신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세누아의 연인을 제물로 바친다. 눈물 속에 날을 지세우던 세누아는 연인, 아니 삶의 희망을 구하고자 바이킹들의 지옥 속으로 발을 내 딛는다.

심장을 죄어오는 처절한 공포
바이킹들의 지옥은 ‘헬(로키의 딸이 지배하는 세계)’혹은 ‘헬헤임’이라 부른다. 서양문화는 ‘지옥’을 불타는 구덩이로 표현한다. 바이킹들의 지옥은 차갑고 어두운 공간이다. 보기만해도 우울한 이 공간에 홀로 발을 딛은 사람은 어떨까. 멀쩡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몇 분을 버티지 못할 듯 하다. 지옥에 발을 디딘 세누아를 향해 온갖 환청들이 속삭인다. 뜻 모를 주절거림과 속삭임, 요즘 유행하는 ASMR을 듣는 듯 귓가를 간지럽히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그 와중에 지옥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음울한 색채를 기반으로 베리에이션된 색감이 시각적 효과를 이루는 가운데 진정한 ‘악마’처럼 보이는 생물체들이 세누아를 노린다. 여기에 강렬한 이펙트들이 오버랩되는 상황에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는 생물체들이 시선을 어지럽힌다.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으로도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들이 있다.

무차별 난사 액션
이런 배경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게임은 기괴하기 그지 없다. 세누아가 겪는 ‘정신 착란증세’ 혹은 ‘예언’ 무엇이 됐든간에 비주얼적인 공포와 실제 세누아를 노리는 악마들의 습격이 오버랩되는 기법을 기반으로 무엇이 진짜인지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일단 게임이 액션어드벤처에 가까운 만큼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방법으로 게임을 플레이 해 나갈 수 있다.
 

 

대신 악마들은 생각보다 약한 편. 악마들이 공격을 해오면 언제든 빠르게 칼을 뽑아 대응할 수 있고, 검을 휘두르는 도중에도 회피기나 방어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게임은 쉬운 편이다. 그도 그럴게 이런 상황에서 게임마저 난이도가 높다면 이 게임을 선택할 유저들이 몇이나 있을까.

캐릭터가 삭제된다고? 게임으로 표현된 죽음

대신 개발사는 다른 방법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특히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세누아가 한번 죽으면 오른팔에서 서서히 표식이 자라나는데, 이 표식이 세누아의 머리까지 올라오면 악령이 세누아를 집어 삼킨다. 동시에 모든 세이브 파일은 지워지고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 해야 한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 모든 광경은 공포 그 자체다. 적 한명, 한명을 진지하게 상대해야 하고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한 데미지를 입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 가끔 뒤에서 뜻모를 말들을 속삭이며 다가오는 악령들이 세누아(혹은 유저)를 괴롭히기 때문에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하고 있으면 온몸에 털이 곤두 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쪽만 지나치게 강조한 재미는 ‘글쎄’
이 게임을 개발한 닌자시어리는 ‘데빌메이크라이’, ‘인슬레이브드’개발사다. ‘헬블레이드’는 이 회사의 또 다른 히트작 ‘헤븐리소드’에서 나온 콘셉트를 발전시키고 좀 더 괴이한 그래픽을 추가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은 액션, 퍼즐, 시나리오 진행으로 나뉘며 각 콘셉트 모두 장단점이 있다. 액션게임을 대거 개발한 닌자시어리 답게 기본적인 액션 플레이는 나쁘지 않은 편. 대신 게임 속에서 액션 부분은 매우 짧은 편에 속한다. 보스 몬스터 몇 마리를 처리하는 기분이니 오죽하겠는가. 대신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퍼즐’을 집어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퍼즐도 그다지 난이도가 높지 않다.
 

 

사실상 게임의 핵심은 스토리텔링. 페이셜캡쳐를 동원해 캐릭터에 표정을 삽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감정 전달은 엄지손가락을 들만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스토리전개를 위한 영상에 제작비를 너무 많이 쓴 듯. 나머지 부분은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 자유도도, 파고들 거리도 전혀 없는 게임이 요즘 시대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극명하지 않을까.
개발사는 이 게임을 알리기 위해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인디 정신을 살려 새로운 장르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리뷰어 입장에서 이 게임은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최근 ‘러브크래프트’류의 기이한 공포 콘셉트가 히트를 치는 점을 노린 철저한 상업주의적 작품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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