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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게임은 이제 싫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06.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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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자극을 원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류는 스트레스 게임. 똥침놓기, 구타, 전기고문 등 상대방을 괴롭히는 방법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게이머들의 움직임에 따라 고문을 당하는 캐릭터는 갖가지 표정과 함께 묘한 신음을 내지른다.
얼마전 우연히 스트레스 게임을 했다는 직장인 조영권씨(29·건축업)는 "저를 괴롭히던 상사를 생각하며 게임을 했다"며 "실제가 아닌 가상 캐릭터지만 신나게 두드리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가 한 게임은 '미운상사 때려주기'란 게임이다. 스트레스 게임 중에서도 종류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게임을 하려면 우선 괴롭힐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야 한다. 이 경우 평소 자신을 괴롭히거나 미워하던 사람과 닮은 캐릭터를 뽑는 게 좋다. 캐릭터 선정이 완료되면 똥침, 콧구멍 후리기, 뒷목치기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괴롭히면 된다.
현재 사이버 공간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엽기 게임은 10여가지 정도. 변심한 애인에게 똥침을 퍼붓는 '바람핀 남자 혼내기', 상사의 이름을 적어놓고 전기고문, 물고문을 하는 '상사 혼내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칠판에서 강의하는 선생님에게 총을 쏘는 '선생님 괴롭히기'와 결제하는 사장님의 코털을 잡아 빼는 '사장님 코털 뽑기'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트레스 게임이 인기를 끌자 이동통신 업체도 팔을 걷어붙였다. 모바일 게임 '뽀리왕 다덤비'를 서비스 중인 소프트엔터(softenter.com)는 최근 SK텔레콤을 통해 직장 상사에게 똥침을 놓는 '붕가붕가'를 서비스하고 있다. 모바일족의 반응은 최고다. 서비스 개시 몇 달만에 정기적으로 접속하는 마니아만 1만여명에 달한다.
이지네고(ggam.net)도 '사장님 죽이기'라는 모바일 게임을 SK텔레콤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게임은 막 입사한 한 신입사원이 사장님을 때리고, 술먹이고, 야근시키는 다소 엉뚱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사장님 술먹이기의 경우 술먹기 싫어 도망치는 사장을 붙잡아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한다.
때문에 이 게임은 항상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직장인들의 클릭이 끊이지 않는다. 서비스 개시 한 달만에 1만2천건의 조회를 기록할 정도. 이지네고 마케팅팀의 최선규 팀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 안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이 점에 착안해 게임을 제작한 것이 주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금까지 소개한 게임은 플래시 게임이다. 오랜 개발기간보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최 팀장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나 RPG 게임의 경우 오랜 제작기간이 필요하고, 실패할 경우 위험부담이 큰 반면 플래시 게임은 그렇지 않다"고 귀띔했다.
최근 들어서는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등 비교적 오랜 제작기간이 소요되는 게임에도 엽기 소재가 도입됐다. 한빛소프트가 출시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토라우만'이 대표적인 예. 이 게임은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게이머가 악당 조직의 두목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게이머는 4명의 정의 여걸 '토라우만'을 집요하게 스토킹 한 후 약점을 알아내 무찔러야 한다.
이같은 독특한 소재 때문인지 중학생부터 여대생까지 다양한 팬층이 형성돼 있다. 한빛소프트의 윤상 대리는 "학생에서부터 성인까지 게임을 찾는 층은 다양하지만 중고생 마니아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판매된 수량도 꽤 된다. 그러나 구체적 수치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토막'도 게이머들에게 인기다. 시드나인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이 게임은 화분에 사람의 머리만을 키우는 독특한 소재를 채택했다. 이미 지난해 말 일본에서 열렸던 '2001 추계 도쿄게임쇼'에서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밖에도 옷벗기기 게임, 젖짜기 게임 등 다양하고 엽기적인 소재가 게임에 도입돼 사이버 공간서 유포되고 있다. 검색엔진의 검색란에 '엽기 & 게임'을 입력할 경우 펼쳐지는 게임만 십여가지가 넘는다.
심리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에 대해 일종의 공격본능이 게임을 통해 대리로 분출된 것으로 분석한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의 김진세 원장은 "게이머들이 엽기스런 게임에 열중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받은 내적 갈등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종의 대리만족이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게임을 즐긴다면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게임에 집착 증세를 보이지 않는 게이머들은 정신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자신이 게임에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볼 것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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