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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마이클 포기를 위하여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7.11.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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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포기는 게임 프로듀서다. 올해로 44세. 게임테스터로 게임업계에 입문한 그는 ‘페이블’과 같은 게임의 테스터로 활약했다. 활발한 성격과 커뮤니케이션능력 덕분에 그는 곧 프로듀서로 발탁된다. 맡은 작품은 ‘기어스 오브 워2’. 이 작품이 500만장이상 팔렸다. 테스터에서 탑클래스 프로듀서로, 신데렐라 프로듀서가 된 셈이다. 이로 인해 그의 손에 ‘반지의 제왕’프로젝트가 떨어진다. 지금까지 수많은 ‘반지의 제왕’게임들이 개발됐지만 사실 그다지 영향력은 없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의 해답은 ‘액션’이었다.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며 오크 등에 칼을 꼽아 암살을 하는 액션 쾌감을 무기로 유저들을 찾아간다. 덕분에 그가 개발하는 ‘미들어스’시리즈는 천만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전세계적인 히트작이 된다. 첫 작품이 성공하자 그는 이를 좀 더 업그레이드한 후속작 ‘미들어스:쉐도우 오브 워’를 준비한다. 이제 본격적인 공성전을 도입하면서 대규모 전투를 게임에 녹여낼 계획이었다. 예정된 성공작. 그러나 그는 이 작품의 완성을 볼 수 없었다. 마이클 포기는 지난 2016년 3월 암으로 운명을 달리한다. 수많은 개발자들과 팬들이 그를 위해 치료비를 모금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병마는 이길 수 없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 한명이 중간계를 떠났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 ‘미들어스:쉐도우 오브 워’는 폭발적인 관심 속에 론칭에 성공한다. 스팀을 기준으로 발매 한 달 만에 액티브 유저 150만명을 돌파한다. 그리고 마이클 포기도 그 자리에 있었다. 개발자들은 그들의 프로듀서를 ‘오크’로 변신시켜 게임 엔딩 장면에 삽입했다. 유저들도 그의 삶과 함께 오크로 변신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게임 개발자들과 게이머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를 추모한 셈이다.

한편으로는 애틋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운 일이다. 이제 슬슬 머리가 희끗한 국내 1세대 개발자들을 바라본다. 조금 먼 일이기는 하나 우리는 그들의 인생에 걸맞는 추모 인사를 선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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