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프리즘]세상은 숫자 밖에 있다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8.01.19 11:2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생존자 편향의 오류’에 대한 칼럼을 하나 읽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전투기 보강을 위해 비행기의 외상을 분석했다. 당시 외상은 주로 좌우 날개 부분과 꼬리 날개 부분에 집중됐고, 이에 따른 보강 계획이 수립됐다.
그러나 분석을 총괄한 연구원은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외상이 없었던 조정석과 엔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정석과 엔진 부분을 피격당한 비행기들은 치명상을 입어 귀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데이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게임회사들이 사용하는 ‘지표’라는 것은 정량적 데이터다. 반대로 유저들이 말하는 게임성이나 사행성 등은 수치로 나타내지 못하는 것들, 즉 정성적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정성적 데이터에 집중하는 국내 기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객관화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시점에서 어떤 식으로 과금을 유도하면 이 정도 결제한다’는 명제가 있으면, 대부분 결제율에만 집중한다. 게임을 접는 대다수를 생각하는 곳을 기자는 찾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유저들 사이에선 국산 게임을 멀리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당연히 지표엔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들의 목소리를 객관화되지 못했단 이유로 외면할 수 있을까. ‘소녀전선’ 같은 저급한 게임이 과금정책 때문에 ‘갓겜’ 소리를 들을 만큼 망가진 상황이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넥슨은 지난 2016년부터 KPI에서 매출을 제외했다.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가치를 찾겠다는 뜻이었다. 그 결과는 놀랍다. 오히려 매출은 상승세를 타고 있고, 실체적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은 ‘아생의 땅: 듀랑고’다. 기존에 없던 참신함을 갖춘 ‘아생의 땅: 듀랑고’는 넥슨 안티들에게까지 인정받고 있다. 이제 다른 게임사들도 지표 밖의 세상을 함께 바라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