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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앱스토어 파행 운영 ‘눈살’]독점적 지위 앞세운 갑질에 게임사들 ‘천불’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8.03.19 14:15
  • 수정 2018.04.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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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로드 오류로 유저·게임사 피해 속출
- 무분별한 ‘거절’ 판정에 파행 불가피
- 입점사 이탈에 따른 시장 축소 ‘우려’ 
- 플랫폼 견제 위한 정책적 논의 ‘시급’

독점적 플랫폼이라는 지위를 앞세운 애플의 안하무인적 행태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속앓이만 깊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3월 9일경 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유저들과 게임사 모두 피해를 입었고, 상호간 반목까지 일어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애플 측은 어떠한 입장이나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무분별한 ‘거절(리젝트)’ 판정으로 신작 출시를 비롯해 사전예약, 업데이트 등 게임 서비스 전반에 걸쳐 차질을 빚었음에도 명확한 사유를 고지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는 게임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시장 환경을 무시하는 애플의 독점적 운영이 현재의 상황을 만든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게임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과의 소통 없이 자신들만의 획일화된 규정에만 맞춰온 태도가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애플의 이런 관행은 비단 이번만 지적된 것이 아니다. 모바일게임 마켓이 활성화된 이후 수년간 ‘깜깜이 환불 정책’ 등 고객과의 불통으로 갑질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지 오래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중소 개발사들은 애플 앱스토어 입점을 꺼리는 모양새다. 궁극적으로는 시장 활로 위축까지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글로벌 서비스가 대세가 된 요즘 시장에 애플 앱스토어를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개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무분별한 독주를 견제할 정책적 결정과 업계 전체의 위기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이다.
 
사실, 애플에 대한 유저들과 관련 업계의 성토는 비단 하루이틀이 아니다. 앱스토어 환불요청 거부로 인해 법률 위반 시비에 휘말렸으며, 앱 판매자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하며 부당이익을 취하는 등 국내 시장의 물을 흐리는 행위로 질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특유의 독단적인 운영방식을 고수해오던 중, 서비스 측면에서도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유저·게임사 모두 ‘몸살’
지난 3월 9일경 애플 앱스토어에서 검수가 끝났음에도 업로드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야생의 땅: 듀랑고’와 ‘검은사막 모바일’, ‘킹덤스토리’ 등은 서버를 오픈하지 못하고 무기한 점검에 들어갔다. 당연히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지 못한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이로 인해 게임사들은 몸살을 앓아야 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게임에서는 안드로이드만 단독으로 오픈되며 안드로이드-아이폰 사용자간 갈등까지 비화됐다. 문제가 발생한 타이틀의 개발사들이 속속들이 원인을 공지하며 스토어 자체의 오류라는 분석이 나왔으나, 점검 관련 보상을 둘러싼 양측 이용자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가 아님에도 플랫폼이 아닌 개발사가 유저들에게 대신 사과하는 촌극까지 빚어졌지만, 애플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 지난 3월 9일경, 애플 앱스토어에서 업데이트 빌드 업로드가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 유저들은 그 원인으로 애플 앱스토어 자체의 서버 오류를 지목했으나, 애플 측은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확인 결과 앱 심사에서의 ‘거절’ 판정 혹은 검수 지연으로 운영에 파행을 겪는 게임사들도 존재했다. 거절 판정과 관련해 조사 결과 총 5개사 5개의 타이틀이 익명을 조건으로 제보됐다. 기간별로는 짧게는 3~4일, 길게는 2주에서 1달 이상까지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업로드 종류로는 사전예약부터 신작 출시, 콘텐츠 업데이트 등 게임 서비스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절 판정 없이 정상적으로 출시됐더라도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검수 지연을 겪은 타이틀은 상당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애플의 자체 검수규정 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위해 규정을 개정했고, 그 결과 현재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파악된 타이틀 중 확률형 아이템과는 상관이 없고 별다른 문제도 없었던 게임조차 거절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무분별하게 ‘리젝트’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대기업 타이틀은 대체로 별다른 문제없이 출시된 반면, 중견급 게임사들부터 인디게임 개발사까지 비교적 작은 규모에서 해당 문제가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돼 ‘갑질’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으로는 애플 측의 관행이라는 의견도 있다. 애플은 자사 가이드에 따르지 않는 앱에 대해 별다른 사유 설명 없이 앱 업데이트를 승인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특히 결제와 관련해서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경우 공식 커뮤니티 아이콘을 통해 접속한 페이지에 노출된 타 스토어 관련 내용까지 꼬투리 잡아 ‘리젝트’를 건다는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업계의 깊어지는 한숨
꼭 이번 이슈가 아니더라도 게임사들이 냉가슴을 앓는 부분은 애플 측과의 소통이다. 애플 측 담당자와 연락하거나 만나서 의논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앱 심사에서조차 왜 거절 판정을 내렸는지 명확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 측 담당자가 있다고는 하는데, 직접 만나거나 유선으로 대화해보지 못했다”며 “거절 판정이 내려지면 무엇 때문인지를 알아야 수정 후 재심사를 받을 텐데, 그 이유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으니 그러지도 못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는 시장 환경을 무시하는 애플의 태도가 꼽힌다. 각 지역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기준을 획일적으로 전세계 시장에 적용시키다 보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사실 애플의 정책 중에는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일례로 iOS11 업데이트 이후 최고 매출 차트가 사라졌는데, 게임의 추이를 알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없애버렸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상당수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사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애플이 악수를 두고 있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최근 북미·유럽에서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개정된 애플의 기준을 따르기 위해 게임사들은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뽑기’를 배제해야 했다. 대신 매출 보전을 위해 강화와 같은 ‘지옥의 확률형 BM’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러면 또 유저들의 지탄을 받게 돼 게임 흥행에 악영향이 생긴다는 하소연이다. 최근 모바일게임 트렌드가 다수의 유저들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MMO 장르임을 생각하면 치명적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검수 시스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나친 사전 검수와 검수자에 따라 달라지는 일관성 없는 기준이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이 생태계 유지를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무료체험 앱으로 위장해 이용자의 동의 없이 구독 및 결제를 발생시키는 악성 앱조차 막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개발자는 “구글플레이는 일단 출시는 하게 해주고 문제가 생길 시 해당 앱의 판매를 일시 중단하거나 퇴출시키는 반면, 애플의 경우 스토어 업로드 전에 차단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그런데 애플 측의 ‘리뷰어(검수 담당자)’ 성향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다보니 일부 타이틀의 경우 검수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력 남용’ 막아야
관련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게임 개발사들의 ‘마켓포비아’가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지속되면 개발사들은 언제든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게 되고, 자연스레 앱스토어 입점을 꺼릴 수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iOS의 비중이 약 20% 내외이고, 이들 중 상당수가 결제율과 결제액 모두 높은 ‘충성 고객’들이다. 이를 감안하면 앱스토어 이탈은 가공할 규모의 시장 축소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핵폭탄급’ 리스크는 여전히 판매자인 업체 쪽에 전가되는 만큼 위기감은 가중된다.

 
▲ 타 플랫폼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구글과 달리 애플은 자체 기준을 강하게 내세우며 폐쇄적 플랫폼을 유지하고 있다. 그 중에는 시장 환경에 맞지 않는 독소적 조항들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애플과 같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을 법적·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세금까지 판매자에게 전가하면서도, 서비스 측면에서 자사 규정만을 강요하며 갑질과 파행을 일삼는 행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웹툰 결제수단을 놓고 애플 측과 갈등을 빚은 끝에 iOS용 앱의 유료서비스를 중단해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사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애플 특유의 폐쇄적 ‘철권통치’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2014년 아마존에 인수된 만화 포털 ‘코믹솔로지’가 iOS용 앱에서 구매 기능을 삭제하는 등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본지에 이 사실을 밝힌 게임사들이 익명을 요구하는 것도 ‘절대 권력’을 이용한 보복성 조치를 행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정부 부처에서 해당 문제를 유심히 분석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해당 이슈와 관련해 애플은 어떠한 입장이나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본지의 통화 시도와 서면 문의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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