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 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개발, 어디쯤 왔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이하 디지털화폐) 개발 및 발행과 관련한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디지털화폐 개발 목적은 금융 포용성, 내수 통화 정책 비용 절감, 국제 결제 효율성 확인 등으로 나뉜다.
9월 마지막 주의 경우 유럽과 아프리카 및 오세아니아주 등 전 세계 각지 중앙은행에서 디지털화폐 개발과 관련한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디지털 화폐 개발과 관련해 이번 주에 주목할 만한 소식으로는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가나, 호주, 러시아, 중국, 유럽중앙은행 등이 있었다.
국제결제은행, 스웨덴-노르웨이-이스라엘 참여 소매 디지털화폐 연구 시행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노르웨이 및 스웨덴의 중앙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 지불 목적의 소매 디지털화폐(CBDC)를 연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소매’ 디지털화폐는 현금이나 수표 등 지급의 대안 자산이다.
‘쇄빙선 프로젝트(Project Icebreaker)’로 알려진 계획을 통해 국제결제은행과 세 곳의 국가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가 국제 소매 및 송금 지불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탐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쇄빙선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각국의 금융기관들은 자체 디지털화폐 시스템을 연결하는 중심축(허브)를 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결제은행을 포함한 이스라엘과 노르웨이 및 스웨덴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 시스템을 상호 연결하는 기술의 타당성을 검수할 것으로 밝혀졌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경우 지난 4월 디지털화폐 ‘이-크로나(e-krona)’ 시제품의 두 번째 단계 검증을 완료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스베리예스 릭스방크는 ‘이-크로나’ 시제품의 두 번째 단계 검증을 통해 해당 디지털화폐가 기존 디지털 뱅킹 인프라에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적 능력을 확인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쇄빙선 프로젝트’ 외에도 지난 6월 홍콩 금융관리국(HKMA) 및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디지털화폐 타당성 조사를 착수했다. 세 곳의 기관은 사이버 보안이 구축된 환경에서 디지털 화폐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위험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가나 중앙은행, “금융 포용·비용 절감 차원에서 디지털화폐 개발 이어갈 것”
가나의 중앙은행도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해외 가상화폐 전문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를 통해 디지털화폐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지 디지털화폐 연구는 가나 내 금융 포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콰메 오퐁(Kwame Oppong) 가나 중앙은행 핀테크 및 혁신 책임자는 코인텔레그래프를 통해 디지털화폐 연구 목표가 조사에서 그치지 않고 대중 출시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콰메 오퐁 책임자는 “디지털화폐는 시민들에게 ‘적절한 지불 형태(Decent form of payment)’를 제공할 수 있다”라며 “현지 내 더 많은 재정적 포용을 위해 매번 연구를 살펴보겠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가나 중앙은행은 인터넷 연결이 없는 오프라인 환경에서 현지 디지털화폐인 ‘이-세디(E-Cedi)’의 사용 서비스 시험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세디’ 디지털화폐의 특징 중 하나는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콰메 오퐁 책임자는 가나 이용자가 현지 디지털화폐의 특징을 통해 은행에 직접 정보를 제공하고 대출 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현재 가나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 발행을 통해 금융 포용 외에도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개발 백서 공개
호주 중앙은행의 경우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현지 디지털화폐 백서를 공개했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호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시제품(Australian CBDC Pilot for Digital Finance Innovation)’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는 현지 신규 통화정책 목표를 설명하고 설계 방법을 다뤘다.
호주 중앙은행은 ‘이-오스트레일리안달러(eAUD)’라는 이름의 디지털화폐는 현지 거주자 및 등록 단체만 보유가 가능할 것으로 짚었다.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가 물리적 현금에 대한 접근을 중단하려는 의도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보고서는 “디지털화폐 개발 프로젝트는 지난 7월에 시작했으며 내년 중반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소위 ‘도매’ 또는 ‘소매’라고 불리는 모든 디지털화폐의 설득력 있는 활용 사례가 프로젝트에서 탐구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도매’ 디지털화폐는 거액의 금융거래를 위해 설계된다. ‘도매’ 디지털화폐의 예상 사용 방법으로는 은행예금이나 지준을 대신해 환매계약이나 증권 매입 등이 있다.
한편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3월 국제결제은행 및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싱가포르 금융청, 남아프리카공화국 준비은행과 디지털화폐의 국제 결제를 지원하는 공유 플랫폼의 시제품을 개발한 바 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참여한 디지털화폐 공유 플랫폼 시제품 개발은 국제결제은행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프로젝트 던바(Project Dunbar)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러시아 금융시장위원장, “중국과 상호합의해 디지털화폐 사용할 것”
러시아 금융당국은 내년 초 디지털화폐를 출시하고 중국과의 상호 합의를 통해 통화를 사용할 방침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논했다.
현지 디지털화폐 출시 및 중국과의 협력관계 구축은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지배(헤게모니)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국가들의 통화 송금 제재가 심화에 따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아나톨리 악사코프(Anatoly Aksakov) 러시아 하원 금융시장위원장의 설명이었다.
아나톨리 악사코프 위원장은 “우리가 디지털화폐 사용을 시작하면 다른 국가들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라며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통제 역시 효과적으로 끝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러시아 디지털화폐인 ‘디지털 루블’의 현지 내수 사용은 오는 2025년에나 시행될 전망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8월 자체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화폐 관련 포괄적 통화정책 시행 시기를 오는 2025년으로 꼽았다.
오는 2025년까지 인터넷 연결이 없는 환경(오프라인)에서의 ‘디지털 루블’ 사용과 비은행 금융기관 및 거래소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할 것이란 게 러시아 중앙은행의 의견이었다.
당시 러시아 중앙은행은 러시아 중앙은행은 “연방 재무부가 준비되면 ‘디지털 루블’을 사용해 개인과 정부(C2G, G2C), 기업과 정부(B2G, G2B) 지불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디지털 루블’ 도입의 단계적 과정은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조건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주 현지 재무부와 무역 결제 수단으로 가상화폐 사용 관련 입법 제정을 합의했다.
러시아 재무부의 경우 중국, 벨라루스, 북한 등 우방 국가와 스테이블코인 사용 관련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의 가치를 일대일로 추종하는 가상화폐다.
유럽중앙은행장, “디지털화폐 관련 정보수집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 안 할 것”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현지 디지털화폐가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해외 가상화폐 전문매체인 더블록(The Block)은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현지 디지털화폐인 ‘디지털 유로’가 본질적으로 ‘익명성이 조금 덜한’ 은행 지폐라고 설명하며 상업적 목적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달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 이용자의 사용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하지 않고 보관하는 방식을 택할 전망이다. 개인정보 보호 조항은 현재 ‘디지털 유로’ 발행과 관련해 반대 입장이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사항이다.
개인정보 보호 조항과 관련한 ‘디지털 유로’ 도입 반대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5월 개발 진행 상황을 발표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조항에 대한 입장과 개선 사항을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유럽중앙은행은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AML & CFT) 방지를 위해 디지털화폐 중개인에 거래 정보 접근 권한을 부여할 거라는 기관의 기조를 재차 조명했다.
반면 소액 결제(Low-Value Paymets)과 위험성이 낮은 지불(Low-Risk Payments)에 대한 개인정보 보장은 강화할 방침이란 게 유럽중앙은행의 입장이었다.
한편 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 유럽중앙은행 집행위원은 지난 6월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연성을 통해 ‘디지털 유로’의 총 예상 발행량을 1조 유로에서 1조 5천억 유로 사이 규모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