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장,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보다 스테이블코인이 개인정보보호 취약”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장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이노베이션 서밋 프로그램’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이하 디지털화폐)보다 더 큰 개인정보보호 위험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를 통해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관심이 없으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게 크리스틴 라가르드 중앙은행장의 의견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중앙은행장은 “이용자의 정보는 빅테크 기업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의해 더 많이 수집되고 있다”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의 이용자 정보 수집은 개인정보보호에 있어 더 큰 위험으로 간주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고 수익화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이익과 사업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디지털화폐 역시 현금만큼의 익명성을 제공하고 사용자의 사생활을 존중할 거란 의견이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은 현금 소비자만큼 디지털화폐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캐시 플러스(Cash Plus)’ 옵션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중앙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의 이름은 ‘디지털유로(Digital Euro)’다.
‘디지털유로’ 발행 여부 결정은 올해 가을 결정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자체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3년 가을 ‘디지털유로’의 발행 여부를 정할 거라고 발표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오는 2023년 발행 여부 결정 전까지 프로그램을 통한 ‘디지털유로’ 결제, 통화 교차 지불, 보상 모델 평가 등을 들여볼 방침이다. ‘디지털유로’ 조사 단계는 현지에서 개발된 백엔드 시스템이 프론트엔드 시제품과 얼마나 잘 통합되는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디지털유로’는 사용자 정보 처리에 대한 규제 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설계될 것으로 확인됐다. 감독기관이 ‘디지털유로’ 사용자가 보유한 자산과 지불 패턴을 추적할 수 없을 거란 게 유럽중앙은행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디지털 유로 콘퍼런스’에서는 ‘디지털유로’에 대한 거래 및 보유 한도 금액이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 유럽중앙은행 집행위원은 지난 11월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디지털 유로 콘퍼런스’를 통해 현지 디지털화폐가 거래 한도 및 보관 상한 금액을 가질 수 있다고 알렸다.
그가 언급한 ‘디지털 유로’의 보관 및 거래 한도는 각각 3,000유로(한화 약 419만 원)와 1천 회였다. 거래의 경우 금액이 아닌 횟수로 구분될 수 있다고 언급되기도 했다.
한편 미국 플로리다주의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주지사는 지난 3월 30일 현지에서 디지털화폐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미국 행정부의 디지털화폐 도입 정책이 ‘감시와 통제’를 위함이란 게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견해다.
그는 디지털화폐 정책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금융 부문 ‘무기화(武器化)’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디지털화폐가 도입될 경우 개인의 경제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을 ‘무기화’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