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멘 샌디에고는 어디에 있나] 교육용 게임의 대명사

2003-12-01     경향게임스
요즘에야 컴퓨터가 냉장고, 에어컨 수준의 생활필수품으로 인식되는 시대라 부모님께 컴퓨터를 사달라고 조를 때도 별다른 논리가 필요하지 않지만, 예전 그러니까 90년대 초반이나 80년대 후반만 해도 컴퓨터라는 생소한 기계에 거금을 투자해야 할 이유를 부모님께 납득시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컴퓨터라는 기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태에서 그저 몇 가지 흑백 프로그램을 돌려가며 컴퓨터의 유용성을 강변해야 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부모님이 어디선가에서 ‘컴퓨터 사줬더니 공부는 안하고 게임만 하더라’ 라는 고급정보를 듣고 오신 날에는 당분간 컴퓨터는 잊고 사는 게 건강에 좋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해서든 컴퓨터가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부모님께 이해시키기 위해 쓰여지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할 ‘칼멘 샌디에고는 어디에 있나(Where in the world is Carmen Sandiego)’ 였습니다.

미국에서도 교육적 효과가 뛰어나서 교재로도 썼고 영어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이어지면 부모님 조르기는 어느정도 진전을 보이곤 했었죠. 컴퓨터를 갈망하던 당시의 수많은 아이들에게 마치 소금과도 같았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꽤나 유명했던 이 게임은 칼멘 샌디에고라는 희대의 도둑을 찾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게임입니다. 세계 각지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칼멘의 자취를 찾고 결국은 체포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었죠.

그 과정에서 게이머들은 필연적으로 세계 각지의 문화와 정보를 접하게 되고 역사적인 지식도 쌓게 됩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이 영어(!)로 이뤄지다보니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은 결코 빈말만은 아닌 셈입니다.

당시 교육용 프로그램이 컴퓨터문제집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교육용게임이라는 파격적인 변신과 그 효과는 가히 충격적이어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게임 자체도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즐길 만 했으니까요. 지금에라도 이런 형식의 지리와 역사 공부 프로그램이 있다면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 이런 뛰어난 교육용게임이 등장하지 않는 걸 보면, 역시 구태여 컴퓨터의 교육적 효과를 강변하지 않아도 될만한 시대가 도래한 건 분명한 듯 합니다.

박성준 | roco@esof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