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2008년 게임산업 정책] 신 트렌드 찾아 글로벌 리더십 구축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8.01.14 09:2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차년도 게임산업진흥 중장기 계획 수립...게임문화재단 활용 인식제고 및 기업 후원





“정부가 바뀌니 할 일이 많네요.”
한국게임산업진흥원 김민규 정책지원본부장은 새해 첫 출근 날부터 계속되는 회의에 정신이 없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에 두터운 코트를 뚫고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지만 진흥원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열기가 금세 찬 기운을 녹였다. 올 상반기 진흥원은 2차년도 게임산업진흥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 본부장은 2003년 정부에서 처음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을 때부터 진흥원(당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몸담았던 장본인이다. 그래서일까. 김 본부장은 한 차례 경험이 약이 된 듯 한결 여유 있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그는 기존 중장기 비전이 장기적으로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면 이번에 수립되는 중장기계획은 새로운 트렌드와 콘텐츠를 찾아내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사실 1차년도 중장기계획만 보더라도 그 어마어마한 사업 리스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기자는 김 본부장을 만나기전 진흥원 홈페이지에 길쭉하게 나열돼 있는 전년도 지원 사업을 보고 과연 이 중 얼마만큼 계획이 성실히 이뤄졌는지 궁금해졌다.   
“올 해도 큰 사업 계획이 6,70가지 정도 됩니다. 사업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간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효과 부분을 놓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2차년도 중장기계획 때는 직원들한테 ‘명확하게 성과가 나올 것들만 아이디어를 내라’고 꼬집어줬죠.”


“재단설립은 정부?기업 윈-윈 효과 기대”



2003년 중장기계획 발표 후 게임산업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업계의 규모나 시장 파이, 인식제고까지 기존과 다른 새로운 틀과 방향이 갖춰져야 한다고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한정된 정부 지원 예산으로는 이같은 목소리를 수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업계와 정부, 양 쪽의 목소리를 들어줘야하는 김 본부장의 입장에선 난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터다. “욕 많이 먹죠(웃음). 그러나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서있기 때문에 먹는 욕이 썩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안할 때가 많죠. 업계의 의견을 아무리 많이 들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때론 받아들여진 의견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긋날 때도 있어요. 예산과 관련된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게임문화재단을 만든 이유도 조금이나마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정부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자된 곳은 게임의 역기능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식제고랄지 산업 홍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싶어도 게임중독이니 사행성 게임이니 툭하면 ‘적신호’가 들어와 이를 무마하는데 급급했다. 어쩌면 김 본부장이 말한 게임문화재단 설립은 게임 문화 파트를 강화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인식제고 사업에 바탕을 둔 투자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은 올 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기간이였다고 생각해요. 민간기구로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부금을 낸 기업들은 세제혜택 등을 받을 수 있으니 정부와 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기회죠.”


“게임 문화 연구, 인식제고 사업 先과제”



기자는 게임문화재단이 설립되면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뭔지 김 본부장에게 물었다. 중소개발사 지원이나 e스포츠 대회 후원, 둘 중 하나이겠거니 의례적인 대답을 추측했지만 그에게선 전혀 의외의 답이 나왔다. “게임 문화를 연구하는 데 지원하고 싶어요. 게임은 인문?사회학 쪽으로 자료가 거의 없어요. 기술이나 경제, 법률적인 부분에 대한 논문이 대부분이죠. 사람들이 영화는 예술활동으로 보면서 게임은 취미활동으로 여겨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인식전환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게임 문화 연구가 이를 해결하는 데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될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이 얘기를 풀고 싶었던 듯 인식전환의 예로 아주 흥미로운 얘기도 함께 들려줬다. 김 본부장은 시간이 지나면 ‘게임’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되지 않을까 예측했다.




“요즘엔 유아교육 방식의 대부분이 게임을 접목시키고 있어요. 교육개선프로그램도 마찬가지고요. 분명 게임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서서히 게임이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게임의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려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전 게임을 ‘인텔리전스 미디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게임을 통해 분석하고 조합하는 사고를 기름으로써 커가는 인재들에게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높여주기 때문이죠.”



그의 말대로 일상에서 발견되는 게임 문화들이 축적돼 하나의 연구 자료로 쓰여진다면 분명 게임도 취미활동, 그 이상의 효과를 가진 콘텐츠라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올 해 진흥원에서 추진할 예정인 관련 장학사업이 그 첫 성과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년 쟁점 사업 글로벌 리더십 구축”



이보다 앞서 진흥원이 금년에 내세운 큰 사업계획은 글로벌 리더십 구축이다. 김 본부장에게 작년 성과를 물었더니 지난 연말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코스닥 상장과 해외에 개소한 게임비즈니스 센터를 예로 들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초석치곤 너무 간소한 성적표가 아닐까 생각했다. 기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김 본부장은 e스포츠 관련 국제 협의체 창설을 다시 예로 들었다. 안 그래도 국제 e스포츠 대회를 진흥원에서 추진한다는 설이 있기에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국산 종목을 가지고 국제 대회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사실 종주국이라고 나서지만 실제 국제 대회에서 국산 종목을 채택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국제 협의체에서 향후 기구를 만들고 공인종목을 선출할 때 주체국인 우리나라 게임이 후보군에 없다면 진정한 게임강국이라 할 수 있을까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김 본부장이 제시해온 청사진대로 된다면 2008년은 게임산업의 성장동력이 되는 원년이 될 듯 싶었다. 그에게 우리가 진정 글로벌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 지 물었다. 김 본부장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하더니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온라인 게임 강국이 된 데에는 남들이 안할 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산업은 분명히 클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게임산업이 얼마나 장악하고 있느냐의 문제인데... 새로운 플랫폼을 빨리 찾아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늘 그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하죠. 진흥원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험 사업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대신 나서 시범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진흥원이죠. 이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이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는 지름길 아닌가요.” 새해 첫 출근날, 기자가 만난 김민규 본부장은 다 그려진 밑그림 안에 이미 게임산업 미래와 어울리는 색깔을 칠하고 있었다.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