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봉성창 기자의 프리토크 - 게임파크홀딩스 박상훈 이사] 철학이 뒷받침 된 콘텐츠 개발되면 국산화 가능성 ‘충분’

  • 봉성창 기자 bong@khan.kr
  • 입력 2009.03.02 09:1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기적인 투자로 개발 노하우 축적해야 …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 불법복제 문제 해결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은 게임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왔다. 일부에서는 제대로 된 산업 육성 고민은 없고 과실에만 관심이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적어도 휴대용 게임기의 국산화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MP3, PMP, 휴대폰 등 소형 엔터테인먼트 기기들이 세계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만큼, 휴대용 게임기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 역시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휴대용 게임기 개발 산업의 현 주소는 어디이며, 향후 성장 가능성과 한계점에 대해 게임파크홀딩스 박상훈 이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게임파크홀딩스는 국내 최초 휴대용 게임기인 GP32를 개발한 게임파크에서 독립한 회사다. 지난 2004년 설립돼 2005년 11월 첫 작품인 GP2X를 발표해 1년 만에 ‘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제품 GP2X Wiz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박상훈 이사는 게임파크홀딩스에서 사업전략 및 마케팅을 총괄하며 휴대용 게임기 국산화를 위해 앞장서왔다.



[기술력 충분하지만 최적화가 관건]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 발언 이후로 언론이나 정부기관 쪽에서 문의나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주로 회사 현황이나 수출 실적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높은 관심에 이제는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이 생길 정도입니다.”


확실히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국내에 몇 안되는 휴대용 게임기 개발 기업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특히 게임파크홀딩스는 곧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이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발언 이후로 오히려 경쟁이 심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PMP를 개발하던 업체들이 너도나도 게임 기능을 삽입한 제품을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제품을 내놓으면 투자받기도 쉽고 정부 기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겠지요.”



오래전부터 휴대용 게임기 하나에만 집중해온 게임파크홀딩스로서는 이런 상황이 다소 억울할 수 있다. 게다가 동영상 재생에 특화된 제품이 얼마나 제대로 게임 성능을 발휘할지 의문스럽다.


“기능별로 각각의 모듈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를 한데 모아 성능을 최적화시키고 그에 걸맞는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것은 많은 경험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닌텐도나 소니가 앞서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이 뛰어들면 어떨까. 이들은 적어도 이러한 기술력 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이라면 우수한 인력들을 바탕으로 이러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디바이스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콘텐츠가 개발되고, 이것이 디바이스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결국 실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어떤 즐거움 줄지 고민이 우선돼야]
그렇다면 과연 휴대용 게임기에 적합한 콘텐츠는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박 이사는 콘텐츠에 대해 보다 원론적인 부분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바이스를 만들고 거기에 어떤 콘텐츠를 붙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애당초 콘텐츠를 만들고 이것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어떤 기쁨을 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다음, 이에 걸맞는 디바이스 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콘텐츠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투입된 개발비와 그에 따른 규모다. 다시 말해 블록버스터급 콘텐츠여야 좋은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이를 따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발자들도 이를 따라간다.



“무조건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가진 철학입니다. 사용자들에게 어떤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확고부동한 철학이 먼저 세워진 다음에 콘텐츠 개발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 이사는 닌텐도가 바로 그 가장 좋은 예라면서 사용자들에게 기존 게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닌텐도가 돈이나 기술력이 없어서 저질 LCD를 쓰고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거든요. 철학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고급 LCD 보다는 두 개의 LCD를 다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박 이사는 게임파크홀딩스에서 개발한 ‘GP2X’ 역시 이러한 고민 속에서 개발이 이뤄졌다면서, 이는 단지 수백억의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자 노하우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 눈 돌리는 것이 해법]
그러나 문제는 국내 시장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디바이스를 만들어도 이를 뒷받침해줄 써드파티가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게임은 대부분 온라인게임이며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는 극히 적다. 게다가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게임기 제조 회사가 이들 업체에 돈을 주고 게임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과거 패키지 게임을 개발하던 업체들이 계속 이를 발전해 왔었다면 휴대용 게임기용 게임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그들은 너무 쉬운 선택을 했어요. 대부분 돈이 되는 온라인게임으로 전향한거죠. 결국 패키지 게임 시장은 거의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쉬운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생존에 대한 부분인 만큼 쉽게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박 이사 설명대로 콘텐츠를 힘들게 만들어 봤자 국내서는 불법복제로서 자유로울 수 없다. PMP, MP3 플레이어 등이 국내서 산업이 형성된 이유도 콘텐츠에 대한 무책임해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국산 휴대용게임기라고 해서 시장을 국내에 초점을 두면 결코 안 됩니다. 전 세계 시장을 놓고 볼 때 내수시장은 불과 2%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며, 이는 콘텐츠나 디바이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세계 시장이 무대가 되면 불법복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닌텐도만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죠.”



게임파크홀딩스 박상훈 이사 프로필


● 1998 ~ 2000 아이비 교육 사업부 대리
● 2000 ~ 2004 휴먼컴 유통사업부 과장
● 2004 ~ 2005 RTW아시아 신규 사업부 부장
● 2005 ~ 2009 게임파크홀딩스 마케팅 총괄 이사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an.kr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