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프리뷰] '사이버펑크 2077' 초반부는 ‘김 빠진 콜라’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2.10 07:48
  • 수정 2020.12.10 22:1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성자 주: 기사는 '사이버펑크 2077' 초반부를 플레이한 이후 작성됐습니다. 본편 리뷰는 추후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김 빠진 콜라를 마셔본 적 있는가. 겉 보기에는 멀쩡해보이는 콜라지만 마셔 보면 다르다. 탄산이 사라지면서 톡톡 튀는 맛과 청량감이 사라지며 남은 건 단물 뿐이다. 마시자니 설탕물이고, 안마시자니 아깝다. 애써 한 모금 들이키다 보면 그 다음 한 모금이 두렵다. 그렇게 병을 비우고 나면 후회가 남는다.

‘사이버펑크 2077’은 김 빠진 콜라를 닮았다. 수식어는 화려하다. 2020년 최대 기대작. 게임 역사를 바꿀 게임. 차세대 게임성을 지닌 게임. 메타 크리틱 92점에 빛나는 수작. 누가 봐도 먹음직스러운 콜라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마셔본 ‘사이버펑크 2077’은 여러 부분에서 구멍이 숭숭 뚫려 ‘김이 새는’ 게임이 됐다.
 

욕설이 절반, 스토리는 어디에
게임은 가상의 도시 ‘나이트 시티’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을 그린다. 그야 말로 ‘막장 도시’에서 살아가는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은 ‘언행’에서 막장 그 자체를 보인다. 대사는 체감상 10초마다 한번씩 욕이 튀어 나온다. 처음에 ‘욕’은 든든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게이머들을 웃게 만드는 역할. 그런데 그것이 반복되는 순간 ‘욕’은 권태로 변한다. 욕은 특성상 내용이 없다. 내용 없는 욕을 듣고, 또 듣고 있으면 슬슬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몰입해야할 부분에서도 어김 없이 욕이 등장하는 순간. 모니터 안과 밖에서 욕이 들리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불쾌한 진행 방식, 몰입 저하의 핵심
욕설 장벽을 넘어선다면 이제 다음 단계다. 게임 특성상 대화 도중 다수 선택지가 등장하는데, 약 3초마다 한번씩 상대가 재촉한다. 지문을 읽고 고민을 해야 할 시간에 쉬지 않고 주인공 이름을 부르거나 ‘뭐하냐’는 핀잔을 받으며 선택지를 선택해야 한다. 고장난 테이프처럼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캐릭터들은 덤. 일례로 적들을 모두 사냥한 뒤 파밍하는 타이밍동안 3초에 한번 꼴로 ‘다 죽었어’란 말을 듣고 있으면 당장 게임을 끄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자유도 사라진 초반부 퀘스트라인
‘사이버펑크 2077’에 기대하는 유저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를 꿈꾼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유기적으로 스토리라인이 변화하고, 각 선택지가 의미를 담기를 기원한다. 초반부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기대를 접어야 한다. 모든 선택지는 고정형에 단순 서술형이다. 복선은 명쾌하게 설명돼 있으며 일종의 ‘서브 퀘스트’처럼 수행된다. 부가 조건을 달성하면 추후 퀘스트 내용이 조금씩 변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눈치 챈 시점부터 이제 게임은 매력이 완전히 사라진다. 중후반부를 기대하면서 반복적 행동을 하게 만드는 식이다.
 

호흡이 긴 전투 시스템
그렇다면 기댈 곳은 전투 뿐이다. 전투만 재밌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전투는 재미있다. 적 캐릭터들은 살아 있는 사람인양 소위 ‘게다리 스텝’으로 총알을 피하기도 하고, 머리만 내밀었다가 들어가기도 하고, 에임을 잡을 즈음 수시로 위치를 바꾸는 등 설계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주인공에 있다. 주인공이 초반부에 획득 가능한 총기는 모두 성능이 소위 ‘쓰레기’에 가깝다. 헤드샷을 맞추지 못하면 데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초반부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자는 매우 어려움으로 출발했다가 난이도를 낮추는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 캐릭터와 1:1도 버거우며, 한 명당 메디팩 한 개를 소비해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연이은 파밍 끝에 최소한 녹색무기나 보라색 무기를 들어야 어려움 난이도를 진행할 수 있었다.

템포 조절 실패한 퀘스트 진행
고생 끝에 퀘스트를 수행하고 나면 3~4개 퀘스트가 신규로 추가된다. 곳곳에서 해결사를 부르는 요청들이 끊이지 않는데, 모두 대동소이한 형태다. 누군가를 추적하거나 사냥하는 형태. 인스턴트처럼 보이는 던전에 들어가 총을 쏘면 끝이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퀘스트들이 쉬지 않고 등장하다 보니 숨가쁜 전개가 계속된다.
이를 인지한 듯 일종의 ‘쉬어가는 코너’역할을 하는 퀘스트들도 등장한다. VAR을 판독하듯 사건 현장을 면밀히 분석하는 영상 분석 시스템등이 좋은 예다. 2분짜리 영상을 돌려 보고, 또 돌려 보면서 단서를 찾고, 추리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반부 5시간 동안 총 3회 크래시를 경험했다. 게임 속 자잘한 버그들은 일일히 따지기도 어려울 만큼 눈에 띈다. 난해한 인터페이스로 거리감을 잡기 어려워 ‘앉기’를 수행하기 힘들었는데, 대다수 퀘스트에서 일단 ‘앉고, 이야기를 듣는’과정을 진행하는 부분들도 아쉬운 부분이다. 더빙면에서는 훌륭한 연기와 어설픈 연기가 섞여 나오면서 평가를 유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적들의 더빙은 ‘여기가 트롤마을이다!’를 외치는 듯한 대사들이 수십, 수백번씩 반복되고, 보조출연자급 NPC들 목소리가 유사하게 들리는 점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게임을 진행하면 개선되는 부분들도 있다. 유저들이 답답해 마지 않을 크로스 헤어는 업그레이드 옵션이다. 스코프를 바꾸거나, 보조 장치들을 달면 눈에 확 띄는 크로스 헤어들이 나와 플레이를 돕는다. 성장은 비교적 빠른편으로 퀘스트를 끝낼 때 마다 성장 트리를 찍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스킬 트리를 실험할 여유는 있는 편. 이동 동선이 짧아 맵 상에 오밀조밀하게 퀘스트가 붙어 있어 한꺼번에 퀘스트를 처리하기 쉬운 점은 중후반부에 장점아닌 장점으로 다가온다.

단점 투성이인 게임이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성. 각 캐릭터에 독특한 외모와 성격을 부여하면서 임펙트를 형성한다. 캐릭터와 주인공간 유대 관계를 면밀히 설정해 소위 ‘배우 놀음’이 가능한 복선을 선정한 점이 장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캐릭터성은 ‘사이버펑크2077’이 게임이 아닌 ‘영화’가 더 어울리는 것 처럼 보이는데 일조한다. 충실한 세계 설정도 장점 중 하나. ‘블레이드러너’를 보는 듯한 세계 설정과 이 곳에서 살아 숨쉬는 환경을 구경하는 것은 짧은 시간 동안 몰입감을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게임 초반부는 기대 이하다. 산재한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데, 시스템상 문제이기에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점이 더 큰 문제점이다. 잇단 연기와 데이1 패치가 끝난 탓에 당분간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답답한 부분 중 하나다. 

CDPR은 '위쳐3'을 통해서도 초반부 최적화 문제와, 전투 밸런스 문제 등을 겪었던 개발사다. 이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보완했고 결국 게임을 완성해 극찬을 받은바 있다. 특히 이들 게임의 중심은 치밀한 NPC간 관계에 따른 환상적인 스토리라인. 이에 초반부만으로 게임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본 기사가 프리뷰인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기자는 중후반부에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더해 게임을 최종 평가하는 리뷰를 내고자 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