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팬심도 극복 못한 최악의 영화 '몬스터 헌터'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2.13 10:55
  • 수정 2021.02.13 11:2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 '몬스터 헌터'팬들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있다. 영화 '몬스터 헌터'가 지난 2월 10일 국내 공식 개봉했다. 서브 컬쳐 팬들을 겨냥한 듯 국내 4DX관과 IMAX관 등 유명 극장들이 이 영화를 상영. 설 연휴 헤드라이너급 대우를 받는 분위기다. 제작사가 사전에 공개한 콘텐츠 예고편과 설정 등은 팬들 사이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고, 기자 역시 이에 동의해 극장을 찾았다. 설 연휴가 시작하자마자 고향 열차를 타고, 고향 열차에서 내리린 뒤 극장으로 향할 정도로 이 작품에 관심이 있었다. 같이 게임을 즐기는 불알친구와 함께 극장을 향했다. 

영화 개봉 1주일전, 밤 12시 정각에 예매해 정중앙 자리를 잡았다
영화 개봉 1주일전, 밤 12시 정각에 예매해 정중앙 자리를 잡았다

다년간 '게임 원작 영화'를 봐온 불알친구와 기자는 알고 있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면 대부분 기대 이하 성과를 낸다. 게임 이해도가 거의 없는 감독들과 배우들이 영화를 만들다 보니,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내용들은 만나 보기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상 '예고편이 영화의 전부'일 것이라고 둘 다 예상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혹평들이 쏟아 졌고, 평점은 3점대를 오갔으니 할말 다했다. 그저 '실사급 몬스터'나 '무기 액션', '헌터 마을'들을 구경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봤다. 기대는 철저히 빗나갔다. '쓰레기 영화'를 볼 것임을 알고 있었고, 단단히 각오했지만, 그 수준에도 영화는 미치지 못했다. 친구와 함께 극장을 나서면서 '인생 최악의 영화 탑3'에 들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소위 '내상'을 입었고 트라우마는 계속된다. 

들고 있지만 휘두르지 않는다
쌍검처럼 보이지만 회전 난무 천(리바이베기)는 커녕 귀인화나 제자리 난무조차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시작 15분만에 극장을 나가고 싶었다. 설날 연휴에 친구를 꼬셔서 나오지 않았다면 당장에 일어섰을 영화다. 30분이 지나자 극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시계를 보기 시작했다. 꾹 참고 영화를 보려 했으나 도저히 못참을 즈음 시계를 봤을 때 앞으로 영화가 1시간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4DX관을 선택해 잠이 들만하면 의자가 움직여 잘 수도 없었다. 뜬 눈으로 모든 장면을 목격한 뒤 기자에게는 '리뷰 거리'가 하나 남았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기자는 스포일러를 전혀 쓰지 않는다. 게임을 오롯이 플레이 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일러가 오히려 유저들에게 '이익'이라면, 원칙을 깨고 이를 다뤄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영화는 불쾌하고, 지루하다. 게이머들이 원하는 장면은 예고편이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게임과는 전혀 상관 없는 스토리텔링에 끔찍한 연기력과 연출로 채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하 스포일러가 가득한 영화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단언컨데, 영화를 직접 보는 것 보다 스포일러를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접수원은 영화 통틀어 30초도 출연하지 않는다 속지 말자
접수원은 영화 통틀어 약 30초 등장한다

시작은 매력적이다. 배를 타고 사막위를 항해하다가 디아블로스를 만나는 헌터 집단. 접수원과 대단장이 활약하는 듯 했으나 결국 실패한 채 헌터 한명이 배에서 떨어져 나온다. 장면은 현대로 전환된다. 비슷한 그림. 미군이 폭풍을 만나 이세계로 떨어지며, 디아블로스를 만나 주인공만 살아 남는다. 주인공은 '기자미'처럼 보이지만 '아닌 것 같은'무언가의 습격을 받아 쫓긴다.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2'를 상상하면 될 법 하다. 이어 '툼레이더'스타일 연출들이 시작되는데, 거미의 습격에 물려 고치가 된 뒤, 고치에서 탈출하는 장면이 끝. 이세계 생명체를 피해 탈출에 성공하며, 탈출 과정에서 헌터가 '참렬탄'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쏘지만 그냥 '폭약'인 활로 위기 탈출을 돕는다. 

헌터가 주인공을 구하려는 듯 하다가, 갑작스럽게 공격자로 돌변한다. 주인공을 두들겨 패고 자신의 은신처로 돌아 온다. 이제 납치에 성공한 헌터와 주인공의 티키타카가 약 20분 이상 진행된다.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장면은 계속된다. 긴 장면을 요약하면 주인공이 품에서 초콜릿을 꺼내고, 이를 헌터에게 주는 장면. 헌터는 '초콜릿'을 미친듯이 먹고 그 다음엔 친구가 된다. 여기까지가 1시간 분량이다.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이제 탈출할 방법을 고민한다. 은신처 주변엔 디아블로스와 이상한 생명체들이 잔뜩 있는 상황. 이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디아블로스를 사냥해야 한다. 주변 몬스터를 사냥해 '독침'을 뽑고, 독침을 활용해 디아블로스를 사냥할 셈이다. 디아블로스가 멈추는 사이 주인공은 RPG를 꺼내 쏘는 전략을 취한다. 여기까지가 약 1시간 20분 분량. 이후 엔딩을 향해 간다. 

예고편을 유심히 보자. 쓰는 무기는 모두 총과 활이다. 스크린샷에 속지 말자.
예고편을 유심히 보자. 쓰는 무기는 모두 총과 활이다. 스크린샷에 속지 말자.

눈치 챘겠지만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영화는 '몬스터 헌터'와는 관계가 없다. 유일하게 관계가 있는 장면은 '참열탄'을 쏘는 것. 일부 자세에서 '용화살'을 쓸 것 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나머지 40분은 그나마 '몬스터 헌터'를 연상케 할만한 내용들이 등장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다시 또 헌터들 사이에서 신뢰를 받지 못한 채 감옥으로 들어 간다. 영화 시작 1시간 30분만에 '전초 기지'가 등장하며, 드디어 '몬스터 헌터'라 할만한 내용들이 시작되나, 길지 않다. 

팬들이 기대하는 무기 액션은 '몬스터 헌터'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액션들이다. 참모아베기, 간파베기, 조충곤 액션, 수면참, 차지 액스 초고출력 등 어느 것도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주 쉽게 연출 가능할법한 '랜스콕콕'조차도 나오지 않는 수준. 3류 액션 영화에서 나올법한 액션 조차도 없다. 팬들이 원하는 부분에 돈을 쓴 것이 아니며, 팬들이 원하는 부분에 영화를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영화는 3류 액션 영화에 '몬스터 헌터'를 살짝 담궜다 뺐다. 기자의 글재주로는 이 영화의 처참한 퀄리티를 표현해낼 수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화생방훈련장에서 CS탄을 터트려 놓고 2시간짜리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시작하자 마자 나가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다. 영화관을 나섰더니 진한 트라우마가 남았다. 

'몬스터 헌터'를 올해의 골든 라즈베리상으로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