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스튜디오 단편 웹소설] 심야 버스
[아크 스튜디오 단편 웹소설] 심야 버스
  • 게임이슈팀 기자
  • 승인 2021.07.02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크 스튜디오 대표 작가: 이도경

덜컹.
오후 11시 30분.
퇴근길 버스의 문이 열렸다. 나는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었다.
삑.
“안녕하세요.”
“…….”
버스 기사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봤지만, 대답은커녕 날 돌아보지도 않는다.
‘뭐야…. 사람 무안하게.’
나는 뻘쭘해서 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자리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문이 닫히곤 버스가 출발한다.
‘근데 버스에 아무도 없네?’
늦은 시간이라고 해도 텅텅 빈 버스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싸아아아.
들리지 않을 적막함의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순간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설마, 아니겠지.’
나는 버스의 내릴 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덜컹덜컹’
아무도 없는 버스 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노래도 틀지 않는 버스 기사, 30분 넘게 가야 하는 내 집.
이 세 가지 때문에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끼이이익!
이윽고 버스가 멈추고 출입문이 열렸다.
휴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라도 타면 이제 좀 덜 무섭겠지 싶었는데-,
아무도 타지 않는다.
버스 기사는 다시 문을 닫고 무심히 버스를 출발시킬 뿐이었다.
덜컹덜컹.
창밖을 봐도 어둠이 깔린 도로와 가로수만 보인다.
‘잠깐.’
이거 내가 아는 길이 맞나?
갑자기 피가 차게 식는다.
‘아냐, 아무 일 아닐 거야. 노선을 확인해보면 되지. 폰이 왜 있겠어?’
최근 공포물을 많이 봤더니 약간 설마 하는 생각도 들었다.
휴대폰 전파가 안 터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하지만 그건 기우였던 것 같았다. 홀드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이 켜졌고 데이터도 터져서 앱을 켤 수 있었다.
‘이 버스가… 보자…. 808번 버스였지?’
808번 버스를 검색하고 노선을 확인했다. 지금 한 5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많이 가봤자 세 정거장이 한계겠지. 탔던 정거장 이름 정도는 늘 알고 있으니까 확인해보면 될 일이었다.
“어라…?”
뭐야, 이게?
말이 안 된다. 운행 중인 버스는 단 네 대뿐.
하지만 그 네 대는 내가 있던 정류장에서 하나같이 다 먼 버스들뿐이었다.
‘이게 뭐야?’
난 그저 퇴근하고 집에 가려고 한 것뿐인데.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버스를 잘못 탔나? 아닌데? 번호 맞는데? 그럼 버그? 기록 누락? 그런 거겠지? 별일 아니겠지?’
갑자기 오싹해진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나는 버스 기사의 눈치를 한번 보고 살짝 양 뺨을 때렸다. 소리는 들리지 않도록 말이다.
‘정신 차려야 해!’
최악의 경우 위험한 사건에 휘말린 것 거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납치, 시신 유기… 같은 끔찍한 기사들의 뇌리에 스쳐 간다.
그렇다면 이게 버스라는 점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겠지.
나는 약간 몸을 일으켜 하차 벨을 눌렀다.
‘삐…익… 소리가 안 나?’
빨간 불도 안 들어온다.
꾹꾹 여러 번 눌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꿀꺽.’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아무렇지 않은 척 버스 기사에게 다가가 내려달라고 하는 것.
나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무기나 방패 삼듯 배에 대고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잘 잡고 앞으로 향했다.
터벅, 터벅.
덜컹, 덜컹.
고요한 버스 안에서 들리는 것은 내 발걸음 소리와 버스의 덜컹거리는 소리뿐이다.
‘흐읍….’
속으로 심호흡을 하고 눈을 질끈 감고서 조용히 말했다.
“저, 저기요…. 아, 아아…!”
나는 잡고 있던 손잡이를 놓치며 콰당 넘어지고 말았다.
내가 봤던 것을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두 눈 똑똑히 뜨고 봐버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주저앉은 채로 손으로 버스 바닥을 더듬어 뒤로 물러났다.
그래, 내가 본 것은….
“아, 아무도 없어?”
버스는 혼자서 움직이고 있었다. 기사도 없이… 핸들 스스로.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덜컹덜컹.
내 물음에도 버스는 말없이 앞으로 갈 뿐이었다.
‘문, 문을 열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줄줄 흐르는 눈물이 말라갈 때쯤 좋은 생각이 들었다.
버스 기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도 없다는 건 당연하게도 출입문을 여는 버튼을 누르는 것을 막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 문. 문을 열자. 달리는 버스라도…”
일어나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꽉 쥐었다.
살기 위해서라면 눈물도 멈추고 뇌가 굴러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게 하나.
창밖이 어두워 이 버스가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고 있는 지를 알 수 없었다.
그건 기사 자리에서 마찬가지였다.
‘계기판도 고장 나 있어…? 아니 만약 이 버스가 100킬로를 넘게 달리고 있으면…?’
아니, 시속 100킬로가 아니라 그 이하여도 죽을지도 몰랐다.
다시 터져 나오려는 눈물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신 차리자. 우선 문부터 여는 거야. 그리고… 뛰어내려서 걸으면 어떻게든 집에… 갈 수 있어.’
버스를 빠져나가 택시를 잡아서 집으로 가면 된다.
그러면 이 기묘한 상황은 끝이었다.
손잡이를 양손으로 붙잡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겨우 애를 써가며 튀어나와 있는 문 손잡이 같은 것에 손을 뻗었다.
미끌.
“우와아악!”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동시에 손잡이가 아래로 내려지자 ‘덜컹!’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됐다…!”
기뻐하는 잠시 앞문으로 뛰어내리려고 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렸을 땐, 그저 닫혀있는 출입문만 보였다.
이상했다. 분명 옆에서 난 소리 같았는데?
‘아, 앞문이 아니라면, 뒷문인가?’
한 번, 두 번, 버스 안에서 넘어져 가서 팔꿈치와 무릎은 다 까졌다.
이제는 악바리로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것쯤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려… 있어…!”
그렇게 뒷문, 즉 하차 문에 다다랐을 때 열린 문을 보고 절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제 뛰어내리면, 윽!”
‘끼이이이이이익!’
뛰어내리려고 하던 찰나에 버스는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멈췄다.
말 그대로 멈췄다.
왜, 어째서?
마치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것 같은 이 버스의 태도에 숨을 몰아쉬었다.
‘아냐, 아닐 거야. 아무것도 아닐 거야…! 제발…!’
차갑게 식은 눈물이 다시 뜨겁게 차올랐다.
살기 위해 결심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공중에서 분해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하나였다.
“…내리자.”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 버스에는 더 한시도 있고 싶지 않았으니까.
‘끼익, 터벅, 터벅.’
조심스럽게 버스에서 내렸다.
새카만 동굴 같은 터널에서 내린 나는 이곳이 도대체 어딘지 GPS를 키고 지도 앱을 살펴봤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역시일까. GPS는 고장 났는지 계속 지도를 뱅글뱅글 돌았다.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섬뜩해서 그냥 앱을 꺼버렸다.
“우선 왔던 길로 되돌아가 보자. 버스 앞부분이 이쪽이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왔던 방향으로 예상되는 터널 길목을 바라봤다.
“이쪽으로 나가면 되겠지.”
나는 걸었다. 그것도 계속. 하지만 이상했다. 뭔가 많이 이상했다.
“버스가 계속 있네. 이런 유령 버스 같은 게 많은 걸까…?”
걸어도 걸어도 내가 탔던 버스가 안 보일 때쯤 또 다른 버스가, 그 버스가 안 보일 때쯤 또 다른 버스가 보였다.
“다른 사람이라도 있으면 안심될 것 같은데…”
그것도 실패였다. 열려있는 뒷문으로 들어가 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다 가버린 건가…’
나는 그렇게 30분쯤 걸었던 것 같다.
타박….
내가 걸음을 멈추자마자 터널 안의 걸음 소리가 멈췄다. 터널은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버스의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다.
“3657…?”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터널을 달렸다.
“허억, 허억!”
다음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주저앉아버렸다. 버스에서 최대한 멀어지고 싶어서 터널 바닥에 손바닥이 쓸려 피가 나는 것도 모르고 계속 계속 뒤로 몸을 물렸다.
“3657! 또, 똑같은 버스잖아!”
“으아아아악!”
나는 몸을 일으켜 다시 반대로 달음질쳤다. 왔던 길과는 달리 반대편 터널에서는 희미하게 빛이 보였다.
그래, 저기가 출구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확신했다.
“허억, 허억…! 버스 정류장…!”
내가 쫓아온 빛은 허름한 버스 정류장의 가로등 빛이었다.
정류장의 이름은 함읍리? 난 들어본 적도 없는 곳이었다.
정류장은 어찌나 허름한지 노선도도 없었다. 하지만 정류장에 있는 벤치는 있어서 우선 그곳에 앉았다. 조금 쉬었다가 또다시 앞으로 달렸다.
다음 버스 정류장의 빛을 쫓아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곤 그 정류장의 이름을 봤다.
함읍리.
 

[경향게임스=게임이슈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