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동은 최근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비난 발언’과 국무총리 파면촉구로 인한 파행국회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격의 없이 만나는 것이어서 무게가 주어졌다. 국회를 대변하는 여야 국회의원이 공식적인 장소에서 온라인 게임 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 양당 소장파를 대표하는 김영춘 의원과 원희룡 의원은 평소 e스포츠 육성의 필요성에 공감해왔다. 이들은 온라인게임 ‘팡야’를 접한 뒤 골프를 온라인게임으로 쉽게 즐길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측은 이들 의원에게 대회 참여를 부탁했고 참여를 하겠다는 수락 의사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지난 달 11일 ‘팡야! 세기의 대결’ 녹화 현장인 서울 삼성동 온게임넷 메가스튜디오를 찾아 먼저 분위기 파악에 나서는 등 남다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원 의원은‘팡야’를 좋아하는 맏딸에게 특별 코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선 열린 우리당의 김영춘 의원은 “아들을 옆에 앉혀두고 팡야의 기능 하나하나를 배웠다”며 “평소 골프에 자신 있어 게임도 쉽게 적응했다”고 밝혀 대결에 강한 자신감을 비췄다. 그러나 이날 대회의 결과는 1대1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끝내 우열을 가리진 못했지만 경기를 마친 뒤엔 ‘페어플레이’ 다짐하며 두 손을 맞잡았다. 3홀과 5홀 두 차례로 나눠 열린 경기중 첫 게임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은 김영춘 의원이 승리했고 게임 감독들과 한 조를 이룬 두 번째 게임은 장거리 퍼팅으로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원희룡 의원이 이겨 1승1패로 무승부를 이뤘다.
한때 선후배 사이로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두 의원은 이날 대결에 앞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원희룡 의원이 “국회나 선거에서는 질 수 있어도 게임은 질 수 없다”고 선언하자 김영춘 의원도 “레벨은 내가 낮지만 승부는 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맞 받아치는 등 기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경기를 끝낸 뒤 두 사람은 “게임처럼 룰에 따라 승부를 보고 결과에 승복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의 정치가 되도록 애쓰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이날 경기를 관람하러 모여든 4백여명의 관중들은 모처럼 만에 여야 국회의원이 한목소리로 ‘페어플레이를’ 하겠다는 모습을 보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게임이 꽁꽁 얼어붙은 정국의 분위기를 누그러트릴 수 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나 또한 박수를 보냈다.
국회 파행이 열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8일 김원기 국회의장 주선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당 원내대표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여야가 즉각적인 국회 정상화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내수 경기가 무너질 대로 무너져 사는게 너무 힘들다는 아우성이 도처에 쏟아지고 있다. 언제까지 싸울 것인지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 게임으로 인해 국회의원들이 만났다.
게임이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꼭 골프게임이 아니어도 좋다. 게임을 정해 대전을 벌인 뒤 패하는 쪽이 무조건 이기는 쪽의 주장대로 정치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민생을 생각한다면 지금 벌이고 있는 싸움은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