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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들과 인연을 끊은 '천랑열전'의 한심한 작태

  • 지봉철
  • 입력 2003.03.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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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스위트피처럼 귀여웠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하얀 목련처럼 청순했으며 마지막 만남에서는 백합처럼 시들어 가는 모습이었던 아사꼬.

금아(琴兒) 피천득(皮千得·92)선생의 명 수필 ‘인연’은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글 중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오랜시절동안 잊혀지지 않고 기억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고 싶고 그리워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모습. 그리고 이는 첫만남에서부터 이어진다.

최근 게임업계는 이러한 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모습만이 전부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인상이다. 한번보면 다시 안볼거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인연의 귀중함이란 찾아볼 수 없듯이 한번 팔면 혹은 서비스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에선 게이머들과의 인연이란 상업적인 목적이외에는 없는 듯 하다.

미 완성품 ‘천랑열전’을 만든 그리곤엔터테인먼트와 유통사인 엠드림은 이러한 의미에서 심각한 자기반성을 해야한다. 차라리 게임과 인연을 끊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게임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게이머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다. 그 인연을 소중히 생각했다면 게임을 출시하기전에 제품의 완성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정도는 기울였을 것이다. 게이머들과의 인연을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행조차 안되는 게임을 출시할 용기(?)가 났을까.

바로 게임에 대한 리콜조치를 하지 않는것도 마찬가지다. 3단계 패치로 게임을 완성하겠다는 안이한 발상은 또 어떤가. 이는 게이머들 혹은 고객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회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게이머들을 속여서 상업적으로 성공했는지는 몰라도 그러나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그리곤엔터테인먼트와 엠드림은 게이머들과의 인연의 끈을 이미 놓쳤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이미 그리곤엔터테인먼트와 엠드림과 맺은 인연을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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