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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게임 개발자의 절규···"니들이 게임을 알아!"

  • 지봉철
  • 입력 2002.10.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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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최대의 유행어는 ‘니들이 게맛을 알아’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배에 엄청나게 큰 게를 묶고 유유자적 파도에 몸을 맡긴 한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큰 게를 보고 부러운 듯 놀라는 선원들에게 노인이 던지는 한 마디 말. ‘니들이 게맛을 알아.’

이 CF의 전편이 있다면 아마도 게를 잡기 위해 노인과 게가 벌이는 사투를 그렸을 것이다. 망망대해를 떠돌다 우연히 잡힌 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낚싯대를 잡은 노인의 모습. 필사의 의지로 게를 잡은 노인이 던지는 한 마디 말. ‘니들은 게맛을 몰라.’

후편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상상을 해 본다면 아마도 상어떼에게 게를 다 뺏기고 껍질만 남은 큰 게를 가지고 노을 진 항구에 상륙한 노인의 허탈한 모습. 생사를 건 힘겨운 싸움의 전리품인 게를 상어떼의 먹이로 줘 버렸지만 다시 큰 게를 잡기위해 낚싯대를 손질하는 노인의 한 마디 말. ‘니들도 게맛을 알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삶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인간은 상어로 상징되는 죽음에 의해 패배하지만, 용기와 자기극복으로 과감하게 죽음과 대결하는 데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헤밍웨이 나름의 실존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자본금 5천만원으로 자장면을 먹으며 게임 개발을 하는 한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두꺼운 뿔테안경에 축 처진 아랫배.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없는 망망대해에 게임이 좋아 시작한 이 청년. 1년이 걸리면 만들 것 같았던 게임은 완성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 월급은 잊지 않지만 늘어나는 것은 빚뿐. 산더미 같은 빚을 안고 드디어 게임은 완성됐다.

대박게임이라는 부푼 기대도 잠시, 그의 게임은 불법복제로 세상에 빛을 보기도 전에 뼈만 남는다. 그래도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청년의 한 마디 외침. ‘니들이 게임을 알아.’

최근 게임업계가 불법복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불법복제 게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게임은 하나의 단순한 게임으로 비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게임은 개발자의 힘겨운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개발자들에게 불법복제는 용기와 자기극복으로 해결해야할 상대가 아니다. 이미 이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인 고통을 극복했다.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은 정당한 대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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