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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운영자 해봐!”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7.05.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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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게임개발사 GM(Game Master)과 술잔을 기울였다. 게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던 도중, 그가 국내 게임유저들은 다 정신병자로 보인다는 말을 꺼냈다. PC방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들만 봐도 화가 난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얼마 전부터 GM 업무 이외에 고객들과 대면상담을 시작했는데, 99%의 대면상담 유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욕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영자와 이야기할 때는 강하게, 밀어 부쳐야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왔는지, 자신의 잘못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욕설부터 하는 통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 듯 했다. 심지어 어떤 어떤 유저들은 ‘밤길 조심해라’라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재미있는 점은 대면상담을 요청하는 유저들 대부분이 게임 내에서 강력한 권력을 지니고 있거나, 고가의 아이템을 가진 유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든지 간에 현금거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게임의 불만보다는 자신의 현금과 관련된 사이버머니와 아이템, 캐릭터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온라인게임 아이템과 사이버머니가 현금이라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이제는 순수하게 온라인게임을 즐긴다는 유저들의 말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로만 온라인게임 강국이지, 유저들의 수준은 모뎀을 사용하는 나라만도 못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기자 역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게임 안에서 피해를 당했을 때, 무조건 흥분해서 GM에게 따졌던 기억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게임업체와 만나는 최전방에서 유저들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GM의 권위는 없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는지 모른다. 불만과 욕설을 뱉어내는 창구지기에 불과한 GM만이 있었을 뿐이다. 

유저들의 인식 제고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온라인게임은 혼자서 하는 패키지 게임이 아니다. 게임 안에 룰이 있고 그 룰을 어겼을 때, 자신 이외에 사람이 피해를 받는다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GM은 게임 내의 분쟁을 조절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도 인간이기에 종종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만, 게임 룰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욕설 이전에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면 이런 욕설은 조금이나마 줄지 않을까. GM과 입장을 바꿔서 상황을 재현해 본다면, 그런 욕설을 할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바꿔보자. 온라인게임 강국은 그리 거창한 일들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저들의 인식전환도 강국의 위상을 떨치는데 충분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GM들 역시, 수동적인 운영을 벗어나, 유저들 편에서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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