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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57회] ‘와우’의 길, ‘리니지’의 길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55@gmail.com
  • 입력 2009.05.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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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의 거대한 축은 누가 뭐라 해도 역시 MMORPG 일 것이다. MMORPG는 온라인에 대한 모든 경험과 노하우, 기술, 마인드가 압축된 예술이며 미래를 예단할 수 있는 힘마저 지녔다고 생각한다.
최근 온라인게임의 추세를 보면 이러한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경계가 뚜렷한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MMORPG 범주에 약간이라도 겹쳐지는 그림들을 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장르는 SNS라 할 수 있다.
이미 유저들은 MMORPG에서 정치와 경제를 충분히 이루며 다양한 관계를 스스로 설정해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세컨드 라이프’ 등으로 둥지를 옮길 동기가 매우 약하다. 오히려 ‘세컨드 라이프’에 전투라는 커다란 재미를 추가한 것이 MMORPG라는 생각마저 든다.
MMORPG는 크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방식과 ‘리니지’, 그리고 기타로 구분할 수 있다. 기준은 뻔하다. 핵심 콘텐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리니지’의 폐단(?)을 막고 좀 더 세련된 게임성을 추구하기 위해 퀘스트 중심의 플레이와 레이드를 창조해 냈다.
‘리니지’가 창조한 PvP 기반의 공성전은 유저를 너무 극단으로 몰아가고 북미와 유럽 등 대부분의 게임 유저들이 PvP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사실과 무관한 설계도라고 블리자드의 개발자들은 판단했을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완전히 틀리지 않았고 현재까지 세계를 주름잡는 거대한 온라인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제는 그 끝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최근 이뤄지고 있는 패치와 업데이트를 보면 블리자드의 선택과 판단들이 마지막을 향해 흐르고 있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레이드를 더 많이 하게하고 레벨 업을 쉽게 만들며 유저가 보유한 캐릭터의 특성을 두 가지로 설정하도록 하면, 끝인가? 다시 말해서 순환 구조를 가지지 못하는 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추구하는 방식은 개발사가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니지’가 그 오랜 시간동안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함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오로지 공성전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유저들 사이에 두고 스스로 무한히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개발사가 방치하면 안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해 손이 덜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대 작품의 좁힐 수 없는 차이는 앞으로도 평행선을 달릴 것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들의 추종자들도 서로를 비난 혹은 존중하면서도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결국 개발사와 유저들의 선택이 과연 어느 쪽으로 결론 내려지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어느 날 ‘유저 여러분, 모월 모일 몇 시부터 전 세계 서버의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그 동안 사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는 메시지를 홈페이지에 거는 순간이 반드시 ‘리니지’ 보다 빨리 올 것으로 예상한다.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신다면, 게임 회사도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일 뿐이라고 답변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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