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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의 ‘종이 한 장’ 차이

  • 하은영 기자 hey@khplus.kr
  • 입력 2011.02.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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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게임사 직원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유인 즉슨, ‘사장님이 너무 가방끈 긴 것을 좋아한다’ 는 것이었다. 그는 10년이상 경력직의 면접을 볼 때조차, ‘이전회사에서는 무슨 프로젝트를 진행했냐’ 가 아니라 ‘OO교수를 잘 아느냐’ 고 질문을 해 면접자를 당황하게 만든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임원은 소위 스카이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인력 충원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닐 정도다. 덕분에 해당 게임사에서는 유난히 해외 유학파에서부터 박사학위 취득자까지 고학력자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오기 전, 과거에 비해 오히려 회사의 매출은 절반 이상으로 떨어지는 등 실적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루 빨리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점점 더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실적 악화의 원인을 전적으로 그들 탓으로 돌리려는 건 아니다. 신입직원을 충원할 때는때로 대학이나 영어점수가 성실성의 척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입도 아닌 경력직을 충원하면서 아직도 가방끈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CEO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면접시 ‘OO교수를 아냐’ 고 물어보기 이전에 ‘OO게임을 잘 아냐’ 는 질문을 했다면 지금쯤, 그 회사의 사업방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최근 큰 성공을 거둔 또 다른 게임의 개발자를 인터뷰하면서, 프로필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을 한 적이 있다. 그는 ‘개발자의 이력은 공개할 수 있지만, 출신 대학은 기재하지 않으니 빼 달라’ 는 부탁을 했다. 성공과 실패의 종이 한 장 차이가 정말 단순한 생각의 차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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