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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난중일기] 총성 없는 전쟁! 디시 vs 웃대 진검승부?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1.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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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터졌다. 펑소 곪을 대로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두 사이트 유저들 간의 감정은 한계치를 넘어섰다. 먼저 액션을 취한 곳은 ‘웃긴 대학(이하 웃대)’. 이들은 그동안 계속되어온 ‘디시 인사이드(이하 디시)’의 비하와 비방을 더이상 참을수 없다며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디시와 웃대는 1월 5일 ‘일오대첩’이라 명명된 전쟁에 참전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웃대, 선빵을 날리다!
웃대의 기습조는 야간을 틈 타 디시의 사고(막장)갤러리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웃대가 최고이며, 이곳은 웃대가 점령한 지역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디시의 게시판을 웃대 유저들의 글로 가득 채우겠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게시판은 ‘국토’이며 게시글은 ‘침범수단’이 되는 셈이다. 이들의 공격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사고(막장)갤러리는 한동안 웃대 유저의 글로 가득 찼다. 사고(막장)갤러리 유저들은 공세를 막지 못하자 지원 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유저나, ‘해외 축구 갤러리’와 같이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갤러리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덕분에 웃대의 공격은 완벽한 KO승이었다.

디시제국의 역습
공격을 받은 디시도 움직임을 감행했다. 사고(막장)갤러리 유저들은 웃대의 대기자료마다 추천하는 방식을 써 재미없는 자료들을 웃긴 자료로 선정하도록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뒤늦게 지원에 응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의 유저들이 이를 돕기 시작했다. 디시에서 가장 많은 유저들이 방문하는 곳인 만큼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유저 들의 지원은 온통 게시판을 추천으로 빨갛게 물들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웃대의 유저들은 사고(막장)갤러리를 점령하는 데 정신이 팔려 웃대의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서로가 자신의 게시판을 놔두고 다른 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쓰는데 혈안이 된 진풍경이 연출됐다.

‘알바’ 장군의 기막힌 반격
디시의 공격이 계속되자 소위 ‘알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웃대의 관리자들이 반격에 나섰다. 유머와 관계없는 자료를 도배하거나 악성 리플을 다는 유저를 ‘영구 로그인 금지’조치한 것. 하지만 워낙 많은 수의 유저가 습격했기 때문에 ‘빨간색의 재미없는 추천 글’들은 줄어들 줄 몰랐다. 이후 서버 폭주 사태로까지 이어져 ‘웃긴 자료’코너와 ‘대기 자료’코너의 접속이 마비됐다. 하지만 지속적인 악성 유저 영구 로그인 금지 조치가 빛을 발해 결국 이들의 습격을 물리쳐 냈다. 이후 ‘알바’는 전쟁영웅으로 떠오르며 ‘대단한’ 관리능력을 칭찬받게 된다. 디시 유저들의 추가 습격이 간간히 있었으나, ‘알바’의 활약으로 더 이상의 추가 피해는 없었다.

끝나지 않는 전쟁
이와 같은 사태는 사실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 만큼 조직적이고 큰 규모의 전쟁은 처음 있는 일이다. 두 사이트 유저들 간의 특이한 자존심 대결은 ‘누가 더 재미있는 유머를 만드는가’부터 시작됐지만, 현재는 그 이유마저 불분명하게 변해버렸다. ‘일오대첩’에 참가했던 한 사고(막장)갤러리 유저는 이에 대해 “정말 테러를 할 생각이었으면 다 필요 없이 ‘방법2002’와 같은 공격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일련의 사태는 하나의 놀이 문화일 뿐이며 특별히 해를 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누가 더 강한가’라는 것을 게시판 도배로 증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이 남는다.

10일 현재까지 이들 사이트에서 ‘기습작전’과 ‘본진방어’, ‘역습’이 반복되고 있다. ‘일오대첩’의 여파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에게 피해가 간다면 문제가 된다. ‘일오대첩’ 참가자들에게 일련의 사태는 하나의 과정이겠지만, 이와 전혀 상관없는 유저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양 사이트의 최대 장점인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글쓰기가 차단되고 게시글이 삭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존심을 찾기 위한 그들의 전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전쟁에 참여한 자도 별다른 소득 없이 한때의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다.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었다. 단지 ‘상처뿐인 영광’이 남았을 뿐이다.

※지난 1월 5일부터 <경향게임스>웹 사이트(http://www.khgames.co.kr)에서 실시된 디시 vs 웃대 설문조사에서 디시인사이드(1,751명) vs 웃긴대학(4,393명)으로 웃긴대학이 앞서고 있다.

용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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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오대첩 : 디시와 웃대간의 전쟁이 1월 5일(일월 오일) 발생했기 때문에 ‘일오대첩’으로 명명됨.
본진방어 : 타 사이트 출신의 유저가 글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특별한 내용 없이 올리는 글.
도배 : 한 유저가 아무 내용이 없거나 같은 내용의 글을 연속적으로 올리는 행위.
방법2002 : 디시에서 제작한 사이트 과부하 발생 프로그램. 수 많은 유저들이 이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면,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기능이 마비됨. 이 프로그램으로 수능 접수 사이트가 폭주해, 일부 디시유저의 대학 합격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한 적도 있음.
대기 자료 : 웃대의 유머란에 글을 쓰면 대기 자료로 분류되며, 유저들의 추천을 50회 이상 받으면 웃긴 자료 게시판으로 이동된다.
빨간색 글 : 300회 이상 추천을 받게 되면 제목이 빨강색으로 변하며, 이슈가 되는 자료로 평가 받는다. 추천이 500회가 넘으면 진한 빨강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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