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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게임이 내인생 망쳤소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4.0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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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게임 포커에 빠졌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평안했던 내삶이 구렁텅이로 빠진건 한게임을 접했던 지난 2005년 초순. 집도 날리고 재산도 모두 날렸다. 빚만 1억이 남았다.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고 겨우 목숨만 붙어있다. 이승을 떠날까도 생각해봤지만 차마 그렇게 할수는  없었다. 그저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한게임에 접속해서 포커를 치고 있는 내자신이 저주스럽다. 끊고만 싶다. 허나 방법이 없다. 만약 그때 한게임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한게임이 나를 죽였다!
지난 2005년 2월 박성호(가명, 45세)씨는 친구를 통해 한게임 포커를 알게 됐다. 평소 착실한 회사원인 그에게 한게임 포커는 재밌는 놀이터이자, 스트레스의 분출구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심심풀이로 시작했다. 운이 좋았는지 돈은 차곡차곡 쌓였고, 게임 등급까지 올라가 판돈이 큰 곳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수십억의 판돈이 걸린 게임에서 승리한 후로 그의 인생은 변했다. 게임에 대한 재미가 달라져버린 것. 더 이상 판돈이 적은 게임은 흥미를 끌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더 판돈이 높은 곳을 찾아다니게 됐다. 판돈이 크면 ‘꾼’들이 모이기 마련. 박씨의 게임머니는 1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지위를 돈으로 교환하는 것이 너무 아까워 게임머니를 구매했다. 처음에는 한게임이 제공하는 아바타로 게임머니를 충당했지만, 금액이 턱없이 모자라 금방 다 써버리곤 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구입한 아바타만 수십종에 달한다. 결국 그는 게임 환전 사이트를 통해 사이버머니 구입을 시작했다.


결국 현금 거래에 빠지게 된것이다. 도박이 늘 그렇듯 박씨도 처음에는 돈을 어느 정도 따고, 이를 환전해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수백만에 달하는 규모의 수익을 매월 올릴 수 있었던 것. 이때 딴 돈이 박씨를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후 박씨는 ‘돈이 된다’고 판단,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포커를 시작했다. 식음을 전폐하고 밤낮을 포커에 매달렸으며, 이기기 위해 발악했다. 허나 어느 순간부터 점점 돈을 잃어 갔다. 그는 패인을 자금력 때문이라 판단했다. “돈이 없어서 지는 줄 알았어요.” 박씨는 큰 돈이 걸린 게임에서 ‘콜’을 외치지 못한 것을 패배의 이유로 생각, 수십 만원을 투자해 게임 머니를 구입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단지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만 늘었을 뿐, 수익이 생기기는 커녕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같은 현상이 반복됐지만, 박씨는 그때마다 돈이 적어서 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계속 게임머니를 구매했다. “도박은 자금력입니다. 딸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으니 더 넣을수 밖에요. 먹고 살 방법은 없고, 할줄 아는 건 이것 뿐이니 끊임없이 ‘투자’했습니다.” 갈수록 게임머니를 구입하는 양이 늘어 끝내 수 백만원에 달하게 됐다. 돈이 부족해지자 그는 대출을 시도했고, 그 액수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허나 한번 잃어버린 돈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아차 싶었을때는 이미 늦었더라구요. 마누라도 자식도 떠나고, 이제 게임과 빚만 남았습니다.” 그는 이어 “나 같은 인생 쓰레기가 더 이상 생겨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뭘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돈내고 포커치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싶습니다.” 그의 뒤늦은 후회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보드게임 사이트 규제 시급
이는 비단 박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도박중독예방센터에는 이러한 사이버 도박으로 10억을 날린 사람이 접수된 바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이같은 증세로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도박중독예방센터의 관계자는 “웹보드 게임은 분명한 도박이다”라며 “4월 경에 규제가 되는 것으로 알지만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상담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박을 했던것을 후회하면서도 다시 도박판에 뛰어든다”면서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것이 더욱 중요하며, 본전생각 보다는 가족을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4월20일을 기준으로 게임산업 진흥법이 발령, 게임 머니의 거래는 이제 불법에 속한다. 허나 사행성 인터넷 도박장이 그랬듯 환전 사이트들도 음성적인 거래가 이뤄 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규제를 통해 이같은 온라인 게임들을 도박이 아닌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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