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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스폰서 등장?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5.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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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프로게임팀 먹튀 스폰서 등장?

e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또 하나의 프로스포츠로 자리잡은지 7년 남짓 시간이 흘렀다. ‘스타크래프트’외에도 ‘워크래프트3’,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등이 e스포츠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스폰서를 구해 지원을 받아 게임에 몰입하는 이들 또한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받지 못해 힘겨워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 중 스폰서를 구해 제대로 된 프로게이머 생활에 돌입할 뻔했던 팀의 어처구니 없었던 그 사정을 들어봤다.

스폰서 해드리겠습니다

지난 4월 중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한 프로게임팀이 스폰서를 구했다. 양대 방송리그 2시즌 연속 1위를 비롯해 명실상부한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팀이기에 이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리그 경기가 펼쳐지던 도중에 연락을 받아 애매한 상황이었지만 스폰서에 목마른 그들은 제의를 승낙했다. 그날 이후 팀원들은 전원 한곳에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 장소는 경기도의 한 PC방. 팀원들은 PC방 근처 투 룸에서 숙식을 같이 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이 과정은 ‘실장’이라는 한사람에 의해  진행됐다.

황당한 스폰서의 기행

얼마 지나지 않아 실장은 대회를 기획했다. 팀의 스폰을 도운 PC방에서 기획된 대회라고 밝히며 참가인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실장은 1주일마다 대회를 기획하고 있다며 회원들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1회 대회는 300명 이상이 몰려 PC방 대회규모로는 매우 성대하게 치러졌다. 게다가 서비스사의 허락을 받지 않은 비공인 대회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2회 대회부터는 L통신사의 인터넷 전용선을 신청한 유저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회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고, 프로게임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얼굴마담이 되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장의 ‘전략’ 이라는 말에 스폰서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급하게 스폰서를 잡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결정한 스폰서를 따를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스폰서가 먹튀?

대회가 끝난 후 휴식을 취하러 고향에 내려온 팀원들은 얼마후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스폰서를 담당하던 실장은 잠적을 했으며, 팀원들의 연습실과 숙소는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팀은 다음 리그를 앞두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다행히 리그가 연기되는 등 행운이 겹쳐 팀을 추스릴 시간은 생겼지만,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 다시 방문한 숙소에는 팀의 상징인 우승 트로피가 사라진 채 침구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어있었다. 그날 이후 ‘실장’은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스폰서를 받은 팀의 A팀장은 “스폰서나 실장은 베일에 싸인 인물로서 구체적인 정보는 전혀 모른다”면서 “처음부터 스폰서를 결정할 때 좀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한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그는 “스폰서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면서 “차라리 힘들면 말을 해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같이 모색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인해본 결과 A팀장은 스폰서와 관련해서 어떠한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지원을 받지도 않았다. 다만 유니폼을 입기 위한 지원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각종 생활비와 대회 참가비 이동비 등을 사비로 충당하면서 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다. 제대로된 스폰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연습실과 숙소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었다는 것이 팀원들의 중론이었다.

의문의 스폰서

이와 관련된 문제는 한 팀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스폰서와 관련해 4팀이 연습을 하고 있었으며, 모두 같은 PC방에서 연습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 연습을 했던 4팀은 각종 대회에서 탁월한 실력을 거뒀던 팀으로, 다크호스로 꼽히는 팀들로 밝혀졌다. 실제로 이들 중 3팀은 최근 펼쳐진 리그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 중 한 팀의 팀장은 “지난 2개월 동안 지원을 받아 연습을 할 수 있었다”면서 “별안간 스폰서를 취소하게 된 계기도 전혀 몰라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장의 잠적 이후로 PC방과 관련 있을 것같다는 심증만으로는 어떠한 항의도 할 수 없었다”면서 “스폰서가 결정됐다는 것이 너무 기뻐 함부로 행동해 팀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례의 경우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스폰서를 체결할 때 계약서를 쓰고 내용을 검토한 다음 행동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에서 스폰서십을 체결하고자 하는 팀은 약 150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함부로 스폰서와 계약을 체결하면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보다 확실한 스폰서십을 체결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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