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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구걸실험 - 님하 돈 좀 주셈~!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7.05.0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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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MORPRG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실제 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게임머니. 게임머니를 벌기위해서는 사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냥은 귀찮고 돈은 벌고 싶다면? 그렇다. 다른 유저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게임 상에서 돈을 구걸하는 많은 유저를 경험하게 된다. 몇몇 유저는 자신이 가진 돈을 나눠 주기도 하고, 또 어느 유저는 매몰차게 무시하고 돌아서기도 한다. 게임이 사이버 세상 속 인생이라면 이러한 구걸 역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과연 각 게임 속 유저들은 다른 유저를 위해 얼마나 호의를 베풀 것인가? 각 연령대 별로 인기 있는 게임들을 선정해 본격 동냥에 나섰다. 


실험방법
각 대상 게임에서 1레벨 캐릭터를 만들어 1시간 동안 동냥을 한다.


실험 대상 게임
귀혼, 던전앤파이터, 월드오브 워크래프트, 리니지2


실험 결과 - 귀혼


주요 유저층 : 중학교 고학년, 고등학생
생성 캐릭터 성별 : 남성
구걸 장소 : 사묵성


 사묵성은 초보자가 가장 먼저 거치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1시간동안 구걸을 시도했으나 땡전 한 푼 주는 사람이 없었다. 말을 건 사람은 총 29명. 이 중 돈을 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대부분 유저가 대답조차 해주지 않고 지나갔다. ‘꺼지셈’과 같은 차가운 말을 하고 지나간 유저도 있었다. 그나마 어느 유저는 지금 캐릭터에는 돈이 없으니 다른 캐릭터로 들어와 1,000전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15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돈을 준 유저
0명


돈이 없다고 말한 유저
5명


무시하고 지나간 유저
21명


비웃고 지나간 유저
3명


총 구걸금액
0전


실험결과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주요 유저층 : 10대 후반, 20대 초, 중반
생성 캐릭터 성별 : 남성(오크)
구걸 장소 : 칼바위 언덕
 
 최초로 게임이 시작되는 ‘시험의 골짜기’의 경우 유저가 너무 없는 관계로 일단 ‘칼바위 언덕’으로 이동했다. 수도 마을인 ‘오그리마’까지도 갈 수 있었지만 타 실험 게임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 ‘WOW’의 유저들 역시 제 갈길이 바쁜 사람들이었다. 대다수 유저들이 구걸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1시간 동안 구걸을 한 결과 돈을 준 유저는 역시 없었고, 그나마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돈을 줄 수 없다고 친절히 말해준 사람만이 몇몇 있었다. 특히 대부분 유저가 캐릭터를 다시 키우는 관계로 지금은 돈이 없지만 다른 캐릭터에 있어서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나마 비웃고 지나간 유저는 단 1명도 없어 위안이 됐다.


돈을 준 유저
0명


돈이 없다고 말한 유저
9명


무시하고 지나간 유저
20명


비웃고 지나간 유저
0명


총 구걸금액
0쿠퍼



실험결과 - 던전앤 파이터


주요 유저층 : 중학교 고학년, 고등학생
생성 캐릭터 성별 : 여성(마법사)
구걸 장소 : 엘븐가드 무기상점 앞


 다른 게임의 초보자 마을과는 달리 엘븐 가드 앞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유저가 있었다. 이 점이 오히려 구걸을 방해하는 요인. 1시간 동안 돈을 달라고 외쳐도 누구 하나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마을 한 켠에 한적한 곳에 가서 직접 다른 유저의 아이디를 부르며 돈을 달라고 부탁해봤지만 역시 허사. 특히 ‘귀혼’과는 달리 여성캐릭터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전혀 없었다. 유일하게 대답을 해준 유저마저 “그럴 시간에 게임이나 하라”며 핀잔을 주고 갔다. 결국 이번에도 단 1골드도 얻지 못했다.


돈을 준 유저
0명

돈이 없다고 말한 유저
0명

무시하고 지나간 유저
54명

비웃고 지나간 유저
1명

총 구걸금액
0골드


실험결과 - 리니지2


주요 유저층 : 10대 후반, 20대 초, 중반
생성 캐릭터 성별 : 여성(드워프)
구걸 장소 : 드워프 마을


 마지막으로 실험 대상이 된 ‘리니지2’. 드디어 눈물겨운 구걸의 끝에서 겨우 돈을 주는 유저를 발견했다. 그러나 금액은 단 1아덴. 그것도 거래창을 열어 준 것이 아니라 바닥에 던져줬다. 왠지 동냥에 어울리는 방식(?) 같지만, 다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리니지2’에서는 돈을 달라고 말을 걸자마자 온갖 ‘버프마법’을 걸어주는 친절한 유저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뿐. 돈을 주는 유저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특히 ‘텔레포트 비용’ 말고는 없다는 답변을 자주 들었다.


돈을 준 유저
1명


돈이 없다고 말한 유저
5명


무시하고 지나간 유저
18명


비웃고 지나간 유저
0명


총 구걸금액
1아덴


결론

 
구걸 행위자의 성별, 타겟층을 막론하고 모든 유저들은 그냥 돈을 달라는 요구에 거의 응하지 않았다. 이는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주는 행위 자체가 귀찮을 뿐 아니라 따로 친해지기 전까지는 그래야할 이유조차 못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구걸행위에 대한 태도는 저연령층 타겟의 게임에 비해 고연령층 타겟의 게임이 좀 더 호의적이었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재미는 단지 타 유저와의 경쟁만이 아니라 상호협력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구걸실험의 결과는 갈수록 삭막해지는 우리 게임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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