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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L게임즈 송재경 대표] 천재 개발자 수식어 버리고 게임匠人 꿈꾼다

  • 하은영 기자 hey@khplus.kr
  • 입력 2010.09.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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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키에이지’ 모바일·웹버전으로도 선보일 것 … MMORPG 장르 발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송재경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빈 손이 아니다. 몇 년을 공들여 키운 자식 같은 게임 ‘아키에이지’를 양손 가득히 들었다.


많은 유저들이 기다렸던 그의 신작 MMORPG가 첫 비공개 테스트를 무사히 마쳤고, 그는 부족한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유저들에게 진정성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떨리는 마음을 가누며 ‘아키에이지’를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게 한 그도 이제서야 겨우 한시름을 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제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믿는다. 40해에 가까운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 말하는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160명의 XL게임즈 직원들, 그리고 ‘아키에이지’를 기다리는 수많은 유저를 생각하며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은 모습으로 올 겨울 또 한번 유저들을 찾아올 ‘아키에이지’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XL게임즈 송재경 대표를 만나봤다.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다 보면 이것이 쌓여서 큰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이 더 편리하고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난해 KGC 행사장에서 만난 이후로 거의 1년 만에 본 송재경 대표는 많이 변해있었다. 과거에는 그냥 개발자 송재경이었다면, 이제 한 회사를 대표하는 CEO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 더욱 그를 진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퇴색되지 않은 ‘송재경만의 색’은 역시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개발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첫 테스트 통해 ‘아키에이지’ 가능성 확인]
지난 7월말 송 대표는 ‘아키에이지’의 첫 번째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를 무사히 끝마쳤다. 다소 부족한 모습으로 진행되는 테스트여서 우려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그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무리하게 게임을 공개하다 보니 많이 두들겨 맞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뜨거운 관심을 보여줘서 너무 기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유저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첫 테스트는 성황리에 끝났지만 이후 그는 더 큰 고민에 빠졌다. 갖가지 지적 사항들을 빠르게 수정, 보완해 다음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까지 2차 테스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연내에는 한 번의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할 생각이다.



“기본적인 게임의 방향성은 동일하지만 1차 테스트 때 보다 심오하게, 그리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계획입니다. 오픈 베타 테스트는 내년에 반드시 진행해야죠.”


첫 공개와 함께 많은 이슈가 됐지만 사실 ‘아키에이지’는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리니지의 아버지’이자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스타개발자인 만큼 그의 차기 MMORPG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수많은 퍼블리셔들이 ‘아키에이지’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송 대표는 직접 서비스 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 자체 서비스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XL게임즈의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하면 자금이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한 몸인 것과는 다르잖아요. 하지만 다양한 퍼블리셔들과 언제든지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갈 생각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들어 회사가 지금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루는 것이 CEO로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천재보다 ‘둔재로 불리고 싶다’]
지금은 게임개발자로서, 또 한 회사를 책임지는 CEO로서 ‘아키에이지’의 성공을 위해서만 매진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수많은 개발자들을 비롯해 게임 개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그의 이름 앞에는 ‘천재 개발자’,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그는 천재라는 수식어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천재라고 하니까 아무 일도 한 것 없이 그냥 타고난 게 그렇다는 느낌이잖아요. 저 역시 나름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해 주세요. 개인적으로도 천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둔재 개발자 송재경’ 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요(웃음).”


그는 개발자 양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 강단에 서서 후배를 양성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들어 지속적으로 훌륭한 개발자상으로 남고 싶다는 의지가 크다. 이를 위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아키에이지’를 성공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장담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일을 다 할 생각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믿어봐야죠.”



[게임으로 인류에 봉사 생각 ‘변함 없어’]
송 대표는 지난 2008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게임을 통해 인류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생각을 묻자 그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봉사의 길이라고 말했다.


“인류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긴 하지만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 자체가 인류에 봉사하는 것 같아요. 가령 자동차 회사가 좋은 차를 만들어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 주고 휴가도 갈 수 있게 해 주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치잖아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가끔은 일탈도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류에 봉사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그는 앞으로도 게임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게임에만 고집스런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그지만 최근에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과 웹게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키에이지’는 모바일용 어플은 물론 웹 버전으로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향후에도 송 대표는 MMORPG 개발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MMORPG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사정에 따라 XL게임즈에서 다른 장르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가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게임은 MMORPG 장르에만 국한될 예정이다.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다 보면 이것이 쌓여서 큰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유저들이 더 편리하고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집사람이 어디 가서 점을 봤는데 제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할 운명이라고 했다더군요(웃음). 20~30년 후에도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기대됩니다. 그 때쯤이면 게임 장인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네요.”


[송재경 대표의 추천도서]


●또라이 제로 조직
-로버트 서튼 저



가족들과의 식사 도중에도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는 그는 로버트 서튼의 ‘또라이 제로 조직’을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줄 정도로 괴팍한 성격의 관리자는 조직에 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대표는 책을 통해 소위 ‘또라이 같은’ 행동을 일삼는 관리자보다는 부드러움이 오히려 생산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송재경 대표 프로필
● 1990년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졸업
● 1992년 카이스트 석사과정
● 1992~1993년 카이스트 박사과정
● 1994년 머드게임 ‘쥬라기 공원’ 개발
● 1994년 넥슨 공동 설립
● 1995~1996년 세계 최초 MMORPG ‘바람의 나라’ 개발 및 상용화
● 1998년 ‘리니지’ 상용화 서비스
● 2000~2003년 엔씨소프트 부사장, 개발 총괄
● 2003년 XL게임즈 창립, 現 XL게임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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