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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의 프라이드

  • 경향게임스
  • 입력 2004.09.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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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으로 구성된 세계 최초의 상용화 게임 ‘퐁(pong)’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게임이 만들어져 왔다.

1990년대 PC 보급과 맞물려 시작된 국내 게임 시장은 초창기 한글화 작업도 없이 수입만 하는 단계에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게임을 개발할 정도로 많은 성장을 거쳐왔다.

특히 그래픽과 프로그래밍분야는 세계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그 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로 평가되어 왔던 기획분야 역시 근래에는 많은 연구와 발전이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열악했던 시장환경 또한 고속인터넷의 보급과 PC방의 활성화, 그리고 모바일 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게임 업계에는 중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바로 개발사로서의 프라이드를 지키는 일이다. ‘프라이드’는 자존심·긍지·자만·자랑거리를 나타내는 영어단어이다. 굳이 자존심이나 긍지를 쓰지 않고 프라이드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이처럼 약간씩 다르게 해석 될 수 있는 단어들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다.

그렇다면 게임 개발사의 가장 중요한 프라이드는 무엇일까? 특정 장르만을 발전 시켜 나가는 장인 정신, 새로운 소재를 자체 개발하겠다는 의지, 개발자에 대한 최고의 대우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으나, 결론은 ‘좋은 게임을 만든다’라는 목적으로 귀결된다.

게임에 대한 프라이드는 그 회사의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청사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 중, 보편화된 레벨 시스템과 아이템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탑뷰나 쿼터뷰만의 방식을 사용해오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여 사이드뷰를 사용하고 횡 스크롤 진행형 게임을 만든 것은 간단한 문제 같이 보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 보겠다는 개발자의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코에이의 ‘삼국지’와 비슷하지만 모바일 플렛폼폼의 동적인 특징을 살려 실제 지역을 게임상의 영토로 사용하는 모바일 게임이나, 항상 모바일 게임은 핸드폰을 똑바로 잡은 상태에서 플레이해야 한다는 상식을 뛰어 넘은 조금은 엉뚱한 개념이지만 독특한 아이디어를 살려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게임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창조 혹은 재창조의 의지가 없는 회사들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국내 게임산업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세계 시장에서 더 이상 살아 남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수년 전에 이미 출시된 일본 게임이 디자인만 바뀌어 국내 기업의 자체 개발 게임인양 당당히 시장에 출시되는 일이 종종 나타난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과거 아케이드 게임과 온라인게임에서 문제시 되어오다가 요즘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자주 일어난다. 한눈에도 ‘앗! XX게임과 똑 같잖아?’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결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게임을 실행했을 때 유저의 반응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면 이러한 게임이 시장에 나올 수 있었을까?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기획자의 자질 문제로 판단 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한 이해 관계가 들어 있다. 비슷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발하는 모든 개발자들의 책임이기도 하며, 한번 더 생각해본다면 최고 경영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비전 있는 사업을 찼다 보니 게임 개발업을 선택했고, 빠르고 안정된 자금회수만을 위해 이미 검증 된 내용만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게임 개발을 강요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이득이 될 수 있으나 이는 개발사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며 회사의 미래를 놓고 보아도 매우 위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게임산업은 종합예술산업이라고 불린다. 단순한 컴퓨터 기술의 집합체였다면 예술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무의미하게 점을 찍거나 수많은 영어단어를 화면에 뿌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잘된 게임을 역기획해 똑같은 복제품을 만드는 프레스기계 또한 아니다.

개발자들은 재미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항상 연구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들은 게임을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하며 회사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미 지나간 사람의 발자국을 무의미하게 따라 가는 것이 아닌 강한 프라이드로 빛나는 개발사들로 넘치는 국내 게임업계를 상상해 본다.

/ 게임과 기획 김두현 시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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