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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족의 진화

  • 경향게임스
  • 입력 2004.05.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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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으로 휴대 전화 버튼을 눌러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 그래서 모바일 게임 유저들에게 엄지족이란 말이 붙여졌다. 버스나 지하철 혹은 친구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엄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다가 내릴 때가 되거나 친구가 나타나면 냉정하게 휴대전화를 닫아 버리던 그들.

지금 그들이 달라지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모바일 게임은 더 이상 시간 때우기용이 아니다. 그들은 하루에 3∼5시간씩 모바일 게임 속에 푹 빠져 있기 일쑤이며, 단말기 구입시 게임의 최적화 환경을 위해 속도, 용량 등을 꼼꼼히 따진다.

지금 이 엄지족이 거듭나고 있다. 본격적인 게이머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유저가 양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라고 할 수 있다. 급속도로 보급된 컬러 단말기, 진일보한 무선인터넷망, 개선된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 등을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2003년 들어 정점을 이룬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 게임만의 독자적인 영역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간단한 조작의 퍼즐보드 장르의 게임 또는 예전 오락실에서 한두 번쯤은 접해 보았음직한 라이센스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기존 시장에 창작 게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창작 게임은 휴대 전화의 특징을 최대한 부각시킴으로써 전화기 자체가 게임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확실한 역할을 수행했는데, 그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붕어빵타이쿤’시리즈이다. 이 게임은 휴대 전화의 모든 버튼을 사용한다는 모바일 적합성 등으로 엄지족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이들이 가장 아끼는 모바일 게임이 되었다.

이 게임은 그 자체만의 성공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 게임은 ‘타이쿤류’(타이쿤이란 일본 도쿠가와에 대한 서양인의 호칭인 대군(大君)에서 따온 말로 경제계의 거물을 뜻함) 또는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붐을 일으키는 효시가 되면서 수많은 타이쿤류 게임의 출시를 견인해 내었다.

이러한 타이쿤류 게임들은 그 동안 열악하다고만 인식된 휴대 전화 환경을 오히려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전화기에서 게임은 무슨…”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작지만 재미있는 세계를 펼쳐보여 주었다. 비로서 엄지족이 그 수를 늘려가는, 이른바 양적 확대가 이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 다음 단계의 변화는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유저의 양적 확대가 질적 발전으로 이어지는 ‘엄지족의 진화’가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현상이 바로 전문성에 대한 강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치밀한 기획, 탄탄한 스토리, 미려한 그래픽, 독특한 게임성을 담고 있는 하이 퀄리티의 게임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날카롭고 정확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좋은 평가에도 인색하다. 하지만 그 까다로운 시험에 통과한 게임을 향한 이들의 애정과 기대는 남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이 인정한 게임에 대해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차기작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PC 게임 분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마니아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대작 게임에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즉, 한번 클리어하고 나면 그 재미가 반감하는 스텐드어론 게임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더 심도 있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대작형 게임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미 네트워크 게임이라고 명명되어지는 게임들은 게이머들의 구미를 한껏 충족시켜 주고 있다. 세미 네트워크 게임이란 기본적으로 다운로드 형식이지만 게임성을 배가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추가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게임. 대작 RPG 게임에 있어서 시나리오, 아이템 등을 추가로 다운로드 받거나, 다른 유저와 부분적인 대전을 즐기는 등의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세미 네트워크 게임은 모바일 게임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할 수 있었던 용량의 한계를 뛰어 넘어 보다 긴 플레이 타임과 다양한 게임성을 제공함으로써 엄지족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 진정한 매니아로 성장한 엄지족이 지금 또 한번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그 진화의 원동력은 단말기의 급속한 발전에서 시작할 것이다. 용량과 속도, LCD 사이즈 및 해상도, 사운드 등이 현격히 향상된 휴대 전화가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3D 폰까지 가세를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지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환경에서 유저가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자신들의 매니아적 전문성을 충족시켜줄 새로운 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의 타이쿤류 게임이 시장을 확대했고 지금의 대작, 연작 게임이 한층 높아진 유저의 눈높이를 만족시켜주고 있듯이, 새로운 페러다임을 창조할 또 다른 킬러 게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엄지족은 말한다. ‘자, 또 한번 터져라! 애타게 기다렸던 그 게임을 광적으로 즐길 만큼의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으니…’

/이선 컴투스 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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